“여러분이 앞으로 보게 될 내용은 아주 끔찍하니 지금 바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게 좋을 겁니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1월 공개한 드라마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하 <위험한 대결>)을 소개하기 위해 드라마에서 자주 언급하는 표현을 따라해봤습니다.
그렇습니다. <위험한 대결>은 극중 화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보들레어 3남매의 비극을 추적한 인물입니다. 다시 말해 원작 소설을 쓴 레모니 스니켓(패트릭 워버튼)입니다. 드라마 중간 중간 끼어들어 경고를 합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보게 될 내용은 아주 끔찍하니 지금 바로 TV를 끄는 게 좋을 겁니다”라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스니켓의 경고처럼 진짜 꺼버릴까 싶었습니다. 왜냐면 원작에 대한 정보도 없고 뭐랄까 정이 안갔습니다. 그래도 참고 1화를 보고 나니 TV를 끄기가 힘들더군요. 그냥 계속 보게 됩니다. 보들레어 3남매의 모험을 응원하면서요.
<위험한 대결>의 원작은 미국의 소설가 레모니 스니켓(본명 대니얼 헨들러)이 1999년 발표한 소설입니다. 2006년 13권으로 완결됐다고 합니다. 이 어린이 소설은 41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6000만 부가량 판매됐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위험한 대결> 시즌1은 4권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략의 스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바이올렛(말리나 와이즈먼), 클라우스(루이스 하인즈), 서니(프레슬리 스미스) 보들레어 3남매는 고아가 됩니다. 그날은 해변에 가기 아주 좋은 우중충한(?) 날이었죠. 해변으로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보들레어 가의 유산집행인인 은행가 포(K. 토드 프리먼)입니다. 그는 충격적인 뉴스를 3남매에게 전합니다. 집에 화재가 발생했고 부모님이 모두 사망했다는 겁니다. 3남매는 후견인을 자처한 올라프(닐 패트릭 해리스) 백작이라는 사람의 집에 맡겨집니다. 사실 올라프는 3남매의 재산을 노린 사람이죠. 3남매의 첫째 바이올렛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유산은 상속되지 않습니다. 올라프는 어떻게 해서든 유산을 가로채려 합니다.
대략의 스토리를 아셨죠? 그러니까 <위험한 대결>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이해됩니다. 이 드라마는 보들레어 3남매와 올라프 백작의 대결입니다. 어린 3남매와 성인 올라프의 대결이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입니다. 바이올렛은 뭐든 만들어내는 발명왕이고, 클라우스는 책 속에서 모든 해답을 찾아내는 책벌레죠. 아직 기어 다니는 막내 서니조차 능력이 있습니다. 뭐든 이로 갉아댈 수 있죠. 어른들의 말을 다 이해하고 말도 하지만 그의 말(옹알이)은 착한 사람(?)들에게만 들립니다. 드라마에서는 자막으로 처리됩니다. 반면 올라프는 어딘가 좀 허술합니다. 그의 사악함에 비하면 말이죠. 배우가 직업이라고 주장하는 올라프에게 속는 사람은 멍청한 은행원 포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포는 3남매의 후견인을 지정하고 유산을 관리하는 중요한 사람이기에 3남매의 불행은 끝이 없습니다.
대략의 스토리와 등장인물 소개를 듣고 나니 더 보기 싫어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3남매는 넘사벽급 천재들이고 올라프의 허술함은 실소를 자아낼 수도 있으니까요. <위험한 대결>은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리얼리티, 현실성, 사실성은 이 드마라에 없습니다. 시대나 공간 배경도 등장인물과 비슷한 맥락에서 판타지스럽습니다. 시대는 대략 20세기 초반부터 1960~70년대까지 아우르는 느낌인데 정확하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극장에 왜 가? 영화는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면 되지” 같은 대사도 등장합니다. 드라마 속 프로덕션 디자인은 인위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프로덕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 방식도 비슷합니다. <위험한 대결>에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좌중우돌 쉴 새 없이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혼란 속에 <위험한 대결>의 진짜 재미가 숨어 있습니다. 불행한 3남매의 역경과 올라프의 악행 사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비밀조직에 대한 떡밥입니다. 시즌1의 8편을 다 보고 나면 이 떡밥에 대한 궁금증은 어마어마하게 증폭될 겁니다.
원작의 팬이라면 이 드라마의 가치는 더 올라갑니다. 깜짝 놀랄 반전과 팬들만이 찾아낼 수 있는 이스터 에그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원작을 모른다 해서 재미 없는 건 아닙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닐 패트릭 해리스의 연기입니다. 그는 그냥 올라프 연기의 달인입니다. 아, 짐 캐리를 제외하고 그렇습니다. 올라프는 계속 분장을 하는 캐릭터인데 닐 패트릭 해리스는 각 분장에 맞는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입니다. 보들레어 3남매의 연기도 좋습니다. 이 귀여운 천재들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죠. 연출도 훌륭합니다. 아기자기한 화면 구성,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가 배우들의 연기를 더 돋보이게 합니다.
자, 이제 보들레어 3남매의 우울하고 끔찍한 비극을 목도할 준비가 되셨나요? 부디 TV를 끄라는 레모니 스니켓의 조언은 절대 듣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2005년 국내 개봉한 영화판도 있습니다. 짐 캐리가 올라프 백작을 연기했습니다. 주드 로가 레모니 스니켓 역을 맡았네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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