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참 익숙합니다. 요즘 드라마로 방영 중인 <엽기적인 그녀>는 많은 분들에게 "견우야~"라고 외치는 전지현의 모습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개봉한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남아있는 그 이미지를 아는지,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사극으로 좀 더 색다르게 돌아왔는데요. 도대체 이 영화가 어땠길래, 1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름이 사용된 걸까요? 한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볼까요?

엽기적인 그녀

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 차태현

개봉 200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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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란 말이 어색한 분이 있나요? 지금은 그런 분이 없겠죠? 그렇다면 'PC통신'은 어떤가요? 1990년대의 '인터넷'이었던 PC통신은 인터넷 전용망을 사용하는 지금과 달리 유선 전화망과 모뎀을 쓰는 서비스죠.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증가하던(!), '몰래 PC통신 했다가 고지서 받은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던' 시절입니다.

그 당시 PC통신 삼대장으로 하이텔, (안 써봤어도 겜덕들은 들어봤을) 천리안, 그리고 나우누리가 있는데요. 그중 나우누리 유머란에 게재되던 한 유머글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옵니다. 닉네임 '견우74'는 자신의 실화를 각색한 소설을 꾸준히 연재했고, 이게 바로 <엽기적인 그녀>의 원작 소설입니다. 당시 분위기를 느낄 겸 조금만 읽어볼까요?

" 자기야.......어어어...우왝...자기...왝... "

허걱....저보구 그 아가씨가 자기라고 한순간....그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저에게 쏠리더군요.......T.T..

" 으헉...뜨악....아가씨..누구세요?? 자기라뇨... "

제가 그렇게 악을 써 보아짜...이미 느져씀다...지하철의 모든 시선은
사시미가 되어서 절 째려보고 이써씀다...

^v^ ( 웃겨서 주글라구 하는 옆자리 아짐마 )

@.@ ( 옆문에 서 있던 여고생 )

-.& ( 술취해 자다가 벌떡 일어난 아저씨 )

●.● ( 쌍꺼풀 수술한 아가씨..밤에 왠 썬그라스.. )

^___^ ( 저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 대학생 )

ㅠ.ㅠ ( 이건 접니다...)

이런 식으로 PC통신의 말투와 이모티콘, 그리고 재치 있는 상황들로 <엽기적인 그녀>는 단번에 영화화까지 이어졌습니다. 곽재용 감독, 차태현, 전지현이란 라인업은 사실 큰 기대를 받지 못했습니다. 곽재용 감독은 1993년 <비오는 날 수채화 2 - 느티나무 언덕> 이후 오랜만의 복귀였고 차태현은 드라마에서 활동하던 배우, 전지현은 최고의 CF 모델이었지만 배우로서는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하긴 했어도 여전히 미지수였죠.

이 광고 모르면 간첩이던 시절!

하지만 2001년 여름, <엽기적인 그녀>는 '흥행 성공' 정도가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합니다. 총 488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지금까지도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 흥행 순위권 안에 있고, 당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번지던 '엽기' 코드 때문에 독특하고 특이한 것을 추구하는 문화에 불을 지폈죠. 차태현은 '로맨틱 코미디' 섭외 1순위에 올랐고, 전지현 역시 TV만 틀면 나올 정도로 수많은 CF에 출연하면서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영화 속 차태현의 움짤이 적습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견우(차태현)와 그녀(전지현)의 연애담인데 이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온 이유는 전지현이 연기한 그녀의 캐릭터성 때문이죠. 

시나리오 작가라는 설정을 붙여 작품 내내 독특한 패러디를 선사하기도 했고, 코믹했던 그녀가 알고 보니 실연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으로 '초반 코미디, 후반 감정씬'이란 한국 코미디 영화의 틀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영상만 봐도 음악이 들리는 듯한…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라면 견우가 그녀의 맞선남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부분일 텐데요. 배경음악으로 쓰인 신승훈의 'I Believe'와 함께 예능프로그램이나 시트콤에서도 자주 패러디되는 장면이죠. 많은 분들이 '아 빌립~'이란 신승훈의 목소리만 들어도 "ㅇㅇ씨는 ~~을 좋아하고요, @@는 싫어해요"라는 대사가 자동 재생되실 겁니다.

엽기적인 그녀 OST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발매일 200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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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견우와 그녀가 교복을 입고 나이트클럽에 입장하며 '민증'을 내미는 장면도, 그 당시 트렌드였죠. 여러 곳에서 패러디됐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따라했던 분들도 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에디터는 어렸기에 실화인지는 모릅니다) 또 이전에 히트했던 <쉬리>와 함께 국내 최초 패러디 영화였던 <재밌는 영화>의 모티브가 돼 많은 장면들이 패러디됐었죠!


<엽기적인 그녀> 이후 곽재용 감독은 <클래식>을, 전지현은 <4인용 식탁>을 촬영합니다.
클래식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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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곽재용 감독과 전지현은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엽기적인 그녀> 같은 참신하고 색다른 작품을 기대했는데, 문제는 둘이 다시 만든 작품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였다는 거죠.

<여친소>는 홍콩과 합작한 작품인데, <엽기적인 그녀>가 홍콩에서 흥행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장혁을 데려다놓고도 포커스 아웃시킨 포스터에서 보듯, 이 작품에서도 전지현이 중심일 것을 암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30만 관객을 기록했지만 관객들의 평가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PPL부터 전지현의 캐릭터가 <엽기적인 그녀> 때와 지나치게 중복되면서 곽재용 감독과 전지현 모두 '자기복제'라는 평가를 받았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 장혁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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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가끔씩 거론되던 <엽기적인 그녀 2>는 쏙 들어가게 됐죠. 곽재용 감독도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으로 멜로 거장에 올랐다가 삐끗했고, 전지현 역시 <4인용 식탁>에 이어 전면으로 나선 <여친소>까지 망하고 말았으니까요. 

그런데 뜬금없이 2014년, <엽기적인 그녀 2>가 발표됐습니다. 전작의 차태현은 복귀했지만 여주인공은 빅토리아였습니다. 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지금 케이블채널에서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전작의 여주인공을 비구니로 만들면서 시리즈를 이어보려 했지만, 견우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원작 팬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으니까요.

엽기적인 그녀 2

감독 조근식

출연 차태현, 빅토리아

개봉 2016 대한민국,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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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엽기적인 그녀>의 인기는 국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중화권에서는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소문이 파다했죠. 그래서 할리우드에서는 <마이 쎄시 걸>이란 제목으로 당시 떠오르던 앨리샤 커스버트를 주인공으로 리메이크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작을 2008년에야 리메이크해 개봉했으니 아무래도 흥행에서는 재미를 못 봤죠.

마이 쎄시 걸

감독 얀 사뮤엘

출연 제시 브래포드, 엘리샤 커스버트

개봉 200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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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동명의 제목으로 드라마를 제작했는데요, 우리에겐 '초난강'으로 익숙한 쿠사나기 츠요시가 견우 역을, 다나카 레나가 그녀 역을 맡았습니다. 중화권에선 한국보다 한발 빠르게 <엽기적인 그녀 2>를 제작하기도 했고요, 인도에선 무단으로 원작을 고스란히 베낀 <어글리 아우르 파글리>라는 작품이 나오기도 했다는군요.

엽기적인 그녀 - 일본 TV 시리즈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쿠사나기 츠요시, 다나카 레나

개봉 200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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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2

감독 마위호

출연 슝다이린, 립위렴, 허지옹, 황종택, 풍원경

개봉 2010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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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보다 더 화제를 모았던 건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입니다. 남자 주인공 역에는 주원이 먼저 캐스팅됐는데 가장 중요한 여자 주인공 자리는 독특하게도 '제2의 전지현'을 찾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열었죠. 총 1800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최종 10명을 선발하고, 이후 네이버 'V 라이브'와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TOP 3 김주현, 한지은, 정인선 중 김주현이 최종 캐스팅됐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연출 오진석

출연 주원, 이정신, 오연서, 곽희성, 김윤혜, 심형탁, 정웅인, 손창민, 정다빈, 이제연, 강신효, 손지윤, 이시강, 박근수, 윤세아, 이시언, 한지우, 오희중

방송 2017,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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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못지 않게 남자 주인공 움짤이 없습니다...

하지만 최종 캐스팅된 김주현이 하차하고 잠시 공석이 돼 드라마 역시 속편처럼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잠시, 잠깐 있었습니다. 다행히 오연서가 캐스팅되면서 어느새 촬영까지 마치고 5월 29일에 첫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영화와 달리 퓨전사극 드라마를 표방했는데요,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7~9%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니 아주 성공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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