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임스 본드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여러 차례 '하차' 의사를 표했지만 2019년 개봉한 <본드 25>(가제)로 다시 '007' 제임스 본드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떤 이유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007 스펙터>란 다소 아쉬운 결과물로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아 다행이다.
- 007 스펙터
-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랄프 파인즈, 레아 세이두, 모니카 벨루치, 크리스토프 왈츠, 데이브 바티스타
개봉 2015 미국, 영국
미국 웹사이트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Taste of Cinema)'는 이에 맞춰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최고의 배우인 5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공개했다. 이 기사는 제목처럼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만만세'로 가득하지만 007 시리즈가 여전히 낯선 관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어, 이 자리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 이하 내용은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의 해당 기사를 번역한 내용으로, 일반적인 평가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제임스 본드를 맡았던 배우 계보는 이렇다. 숀 코네리(6편), 조지 라젠비(1편), 로저 무어(7편), 티모시 달튼(2편), 피어스 브로스넌(4편),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다.
숀 코네리에게 배역이 돌아가기 전, 1순위는 캐리 그랜트였다. 캐리 그랜트가 딱 한 편만 출연하는 조건을 걸자, 프로듀서는 숀 코네리를 캐스팅했다. 숀 코네리가 악당을 쉽게 제압할 것 같은 인상과 동시에 훌륭한 외관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 007 살인번호
-
감독 테렌스 영
출연 숀 코네리
개봉 1962 영국
숀 코네리는 임무 완수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는 '안티 히어로'로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할 수 있었다. 덕분에 1962년 <007 살인번호>로 숀 코네리는 007 제임스 본드로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론 그 덕에 다른 배우들은 '숀 코네리'란 그림자에 시달려야 했다. 로저 무어는 풍자와 유머를 섞어 제임스 본드를 재창조했다. 다만 007 시리즈가 점차 작품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티모시 달튼과 피어스 브로스넌도 더 많은 가젯(스파이 도구들)과 과장한 스턴트 액션으로 점철된 수준 낮은 각본의 희생양이 됐다.
- 007 카지노 로얄
-
감독 마틴 캠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개봉 2006 영국, 미국, 체코
그런 이유로 시리즈의 리부트가 된 '본드 21'(<007 카지노 로얄>의 프로젝트명)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됐을 때, 의견은 분분했다. 금발에다 지나치게 과격한 이미지로 과연 이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007 카지노 로얄>을 비롯해 벌써 네 편의 영화를 완성했고, 한 편 더 앞두고 있다. 그를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뽑은 이유를 이제 정리해보자. (이하 영화명은 '007'를 제외한 제목으로 표기한다.)
1. 그의 출연 이후 고전적인 제임스 본드 영화가 완성됐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네 편 출연했다. 그 중 <카지노 로얄>, <스카이폴>, <스펙터>는 이 시리즈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카지노 로얄>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팬들에게 시리즈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다.
- 007 스카이폴
-
감독 샘 멘데스
출연 랄프 파인즈, 다니엘 크레이그, 하비에르 바르뎀, 주디 덴치
개봉 2012 영국, 미국
<스카이폴>은 제대로 만들어진 본드 영화가 얼마나 재밌는지 대중들에게 상기시켜줬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여전히 좋은 연기를 펼치면서 이 영화가 최고의 본드 영화임을 증명했다. 비평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스펙터>에서도 크레이그는 인간적이면서 미묘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2. 훌륭한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90년대 초반 BBC 방송과 소규모 영화에서 조연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2005년 <레이어 케이크>에서야 주목을 받았다. 악명 높은 마약상 연기로 그는 훌륭한 연기자임을 입증했고, <뮌헨>에서 모사드 요원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 레이어 케이크
-
감독 매튜 본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톰 하디, 시에나 밀러, 제이미 포어맨, 샐리 호킨스, 번 고먼, 조지 해리스, 타머 해선, 콤 미니, 마르첼 유레스, 프란시스 매지, 디미트리 안드레아, 케네스 크랜햄
개봉 2004 영국
그럼에도 007 원작 팬들에겐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라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갔다. 시리즈 최초의 '금발 제임스 본드'이기도 했고 원작과 외형적으로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하차 서명을 받는 사이트까지 생길 정도로 극렬한 반대파도 있었다.
<카지노 로얄>이 공개된 이후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제작진의 선택이 옳았다고 인정했다.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의 감정적인 면과 차분하면서도 분노에 찬 모습까지 소화해내, '제임스 본드'가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님을 입증했다. 단순히 위트 있는 스파이 캐릭터 이상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3. 적은 스턴트 액션과 가젯
007 시리즈는 수년간 죽음을 넘나드는 스턴트 액션과 다양한 가젯(작은 기계장치를 뜻하는데, 007 시리즈에선 스파이 도구들을 지칭한다)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는 전개로 인기를 모았다. 이후 이런 점이 상투적인 요소로 작용해 시리즈는 점점 지루해졌다.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후 영화에서 스턴트 액션과 가젯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여전히 카체이싱 장면이나 Q가 만든 도구들이 나오지만 그걸로 영화를 질질 끄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4. 샘 멘데스와의 궁합
샘 멘데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을 연출한 명감독이다. <스카이폴>의 연출자가 됐을 때만 해도 그의 필모그래피에 액션 영화가 적어서 의아함을 사기도 했다.
- 아메리칸 뷰티
-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도라 버치, 웨스 벤틀리, 미나 수바리, 피터 갤러거, 앨리슨 제니
개봉 1999 미국
샘 멘데스 감독은 무대 예술을 하다 영화로 전향한 감독답게 배우들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다니엘 크레이그와는 <로드 투 퍼디션>에서 함께했고 <스카이폴>에서 다시 뭉쳤을 때 그 호흡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스펙터>로 복귀하면서 샘 멘데스는 "1960~70년대 이안 플래밍의 소설은 상당히 어두운 편인데, 당시엔 관객들이 이런 분위기를 반기지 않아 영화에 반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대중들은 어두운 분위기를 포함한 다채로운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원작 소설 속 본드의 발자취에서 재발견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크레이그는 <스카이폴>과 <스펙터> 두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로 연기력을 한껏 발휘했는데, 분명 샘 멘데스 감독의 연출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샘 멘데스 역시 "내게 제임스 본드는 다니엘 크레이그다. 감독으로서 캐릭터가 하길 원하는 걸 그는 해냈고, 더 많은 것까지 소화한다"고 찰떡궁합임을 인정했다.
5. 부드럽고 정교한 제임스 본드 묘사
내가 연기하는 동안 이 배역이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좋은 쪽에서 일하는 나쁜 사람인가'라고 묻는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 질문을 두고 제임스 본드에 접근했다. 그가 묘사한 제임스 본드는 이 질문에서 나왔다. 숀 코네리 이후 007은 술을 마시는 보이스카우트이자 바람둥이인 일차원적 캐릭터였다.
그는 외형의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능숙하고 부드러운 요원을 연기했다. 그는 시선을 집중시키고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본드를 현실적이고 믿을 만한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크레이그는 숀 코네리의 제임스 본드를 좋아하긴 하지만, 배우로서 이 상징적인 캐릭터를 독창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다른 배우를 모사하거나 그들이 해낸 걸 더 향상시키려고 하지 않겠다. 내겐 무의미한 행동이다"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숀 코네리 이후 본드를 연기한 배우들은 어느 정도 그의 스타일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외형적으로 유사한 경우도 있었다.
크레이그는 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 그동안 이 캐릭터에서 다뤄지지 않은 면을 취했다. <본드 25> 출연 확정으로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를 오래 연기한 배우 2위에 올라섰고, 이번 작품이 좋은 결과물이 된다면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가 전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최고의 배우인 5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동의하는 대목도 있을 테고, 동의하기 힘든 대목도 있을 테다. 에디터가 보기엔 다니엘 크레이크가 007의 새로운 지평에 서있긴 하지만 <스펙터> 이후 '하차' 발언 등을 생각하면 과연 <본드 25>에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캐릭터를 완성시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늘 인상적이었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