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좋은 의도와 전형성, 그 사이 어딘가 

만섭(송강호)은 일련의 상황을 겪은 뒤 눈물을 떨구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이는 80년 광주를 망각했거나 침묵을 지켜온, 혹은 시대적 비극이었다는 두루뭉술한 말에 개인의 부채의식을 내려놓으려 했던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던 한마디일 것이다. 이 영화는 이처럼 한국 근현대사의 그늘을 다루는 작품으로서 사려 깊은 해석과 태도를 보여주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낸다. 애초에 외부인의 눈으로 광주를 바라본다는 설정이 중요했던 만큼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캐릭터는 아쉽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아내는 동력 역시 이 영화의 힘인지, 실화의 힘인지, 아니면 배우의 열연에 힘입은 것인지 모호하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개성보다는 보편적 공감을 획득하는 데 더 주력한 듯한 연출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여전히, 괄호로 남아있는 그날의 비극
★★★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직 존재하는 비극의 역사다. 5.18이라는, 괄호로 남아있는 그날을 다뤄야 하는 <택시운전사>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이 딜레마를 영화는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돌파하려 한다. 그날의 광주를 직접 목격하지 못한 대다수 관객을 태우기에 좋은 접근이다. 그 시대를 통과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들의 부채감도 감싸 안는다. 다만 선과 악의 이분법, 평이하게 소비된 에피소드들, 충분히 돌보지 못한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서사가 더 전진할 수 있는 영화의 가능성을 붙들어맨다. 이 영화가 자아내는 분노와 슬픔과 감동은 연출력보다 ‘역사 그 자체’에 빚지고 있는 느낌이 작지 않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과거라는 룸미러를 통해 현실을 비추다
★★★☆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루면서 신파라는 양념을 버무리지 않았다. 대신 감정을 이입시키는 설정, 심사숙고한 연출, 관객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배우 3박자로 균형 있는 시대극을 완성했다. 19805월 광주로 향했던 독일 기자와 그를 태웠던 택시운전기사의 실화, 자극 대신 담담한 연출을 고집한 장훈 감독의 선택, 웃음과 눈물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배우 송강호의 힘이다. 앞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영화다.

송경원 <씨네21> 기자
송강호의 얼굴을 빌린 우리 모두의 변명
★★★☆
기사와 기자, 두 이방인의 시선으로 재현한 광주의 기억들. 드라마에서 출발해 스릴러-호러를 거쳐 액션으로 마무리된다. 만섭의 시점을 따라 거리를 둔 방관자에서 공포의 체험을 거쳐서 행동하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자잘한 소품에서 상징까지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조응하는 신파인데, (송강호의 연기까지 포함하여) 전형적이되 효과는 확실하다. 후반부 30분은 기획영화의 강박을 벗지 못한 사족. 없는 것만 못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실제의 참상이 불러오는 무게
★★★
그날, 함께하지 못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지금의 문제로 남았다. 독일 기자를 손님으로 태우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영화가 대한민국의 택시기사 만섭의 변화에 초점을 두는 이유다. 실제 참상이 환기하는 무게에 비해 극적 연출은 아쉬운 편. 그럼에도 비극의 역사를 관통하는 송강호의 연기가 단단히 중심을 지킨다.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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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 출연 플로렌스 퓨, 코스모 자비스, 나오미 아키에

송경원 <씨네21> 기자
당신의 욕망이 당신을 증명한다
★★★☆
1865년 러시아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억압 속에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여인의 초상을 그렸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은 좀 더 도발적인 방식으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뒤틀린 욕망이 빗어낸 파국의 풍경. 속살은 파괴를 통해 기존 질서의 위선을 드러내는 정치 이데올로기 투쟁에 가깝다. 정교하고 차가운 한편 격정적인 모순의 드라마. 플로렌스 퓨는 스스로 주인이 되는 연기로 영화를 장악한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걸출한 원작, 시의적절한 각색, 과감한 데뷔
★★★☆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1865)이 원작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가 가장 유명하고 연극, 무용, 영화로 꾸준히 리메이크됐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은 연극, 오페라 등을 연출한 경험을 토대로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완성했다. 촬영, 음악, 의상, 미술 등을 간소화해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했고, 하녀 캐릭터와 결말부 등 원작을 각색해 성, 인종, 계급의 권력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룬다. 무엇보다 이중적인 주인공 캐서린을 연기한 신인배우 플로렌스 퓨의 치밀한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레이디 맥베스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

출연 플로렌스 퓨

개봉 2016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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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가는 길
감독 엘레노어 코폴라 출연 다이안 레인, 아르노 비야르, 알렉 볼드윈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칸에서 파리까지
★★☆
우연한 동행자가 된 중년남녀. 플레이보이 프랑스 남성은, 아름다운 미국 여성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고, 남편과 가정이 있는 여성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이야기보다는 칸에서 파리까지 이르는 풍경과 레스토랑과 관광 코스를 보는 재미가 더 큰 영화. 다이안 레인은 여전히 고상하고 품위 있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와인과 초콜릿이 흐르는 프랑스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남편과는 소원하고, 딸은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앤(다이안 레인)이 가진 관계의 구멍은 그녀 또래의 기혼 여성이 겪는 통과의례다. 영화가 그것을 메우는 데 동원하는 것은 와인과 초콜릿 그리고 새로운 남자다. 중년의 여성이 여행지에서 다시 삶의 활력을 얻는 여정은 새로울 것 없지만 ‘먹는다’는 행위가 유혹적으로 묘사된다. 앙트레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완벽하게 세공된 식사가 마치 연애처럼 텐션 넘치게 보여지는데, 지금 당장 프랑스행 티켓을 끊게 만들 만큼 매력적이다.

파리로 가는 길

감독 엘레노어 코폴라

출연 다이안 레인, 알렉 볼드윈, 아르노 비야르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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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진홍의 연가
감독 시즈노 코분 목소리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송경원 <씨네21> 기자
추리는 거들 뿐
★★★
일본 전통 놀이 가루타를 소재로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규칙을 몰라도 추리와 반전을 따라 가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 정교한 트릭보다는 캐릭터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시리즈 주요 멤버인 헤이지와 카즈하의 러브라인이 이번 극장판의 핵심이다. 사실상 추리물의 옷을 입은 풋풋한 로맨스물. 사건이 손쉽고 빨리 마감되는 감이 있지만 기본은 한다. 다양한 극장판 버전의 변주 중 하나.

명탐정 코난:진홍의 연가

감독 시즈노 코분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호리카와 료, 미야무라 유코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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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감독 이상덕 출연 최시형, 전소니, 신수진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이미 너무 많이 본 이야기
★★
자신의 글을 완성해본 적 없는 남자가 우연히 다섯 명의 여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사랑과 우연이 빚어내는 소설 같은 영화의 표방은 에릭 로메르나 홍상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를 반복하는 주인공의 강박적인 대사나 이건 어디서 본 건데로 시작하는 인용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청춘의 감성은 담아냈지만 통찰이 없어 아쉽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상황의 나열
★★
글이 안 풀리는 작가 시형의 글쓰기 과정. 공간과 그 공간을 만드는 여성들을 통해 시형이 변해가는 과정을 때로 코믹하고 때로 감성적으로 전개해나간다. 아이디어와 구성의 재미, 각 에피소드를 끌어나가는 배우들의 매력은 있지만 좀 더 숙고하지 못한 에피소들로 인해, 상황의 나열 이상으로 나가지 못한다.

여자들

감독 이상덕

출연 최시형, 전여빈, 채서진, 요조, 유이든, 전소니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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