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경영 못지않게 부지런히
한국영화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가 있습니다.

최귀화가 바로 그 주인공.

2009년 영화계에 데뷔한 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최귀화는,
작년 <부산행>, <터널> 등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얼굴 도장을 제대로 찍었습니다.

사복조장 역을 맡은 <택시운전사>로
다시 한번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그의 활약상을 정리해봤습니다.

잠복근무

2009년 옴니버스영화 <사사건건>으로 묶여 개봉한 바 있는 단편영화. 최귀화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번데기 장수로 위장해 잠복근무 중인 주인공을 방해하는 동창들 중 하나로 나옵니다. 표정만 봐도 깐족깐족, 감이 오시죠?

차형사

<우리 집에 왜 왔니>, <내 깡패 같은 애인>, <인류멸망보고서>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후, <차형사>에서는 주인공의 동료 팽형사 역으로 여러 신에 걸쳐 등장합니다. 동료 무리 중 하나라 특히 더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이후 맡은 수많은 공무원 캐릭터의 시작이라고 의미부여를.

26년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26년>에서는 경호팀장을 연기합니다. 5.18 학살의 주범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택시운전사>의 사복조장이 떠오르네요. 경호원 특유의 말쑥한 차림으로 등장하는 <26년>에서는 '수트빨'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연애의 온도

두 주인공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의 직장상사 손차장(라미란)의 신랑 역을 맡았습니다. 결혼식 신과 동희가 다짜고짜 전화로 욕을 해대는 신혼여행지 호텔 신에서 등장하죠. 음... 새신랑인 걸 강조하기 위해 저 스틸을 골랐는데 왠지 <사랑과 전쟁>스럽네요.

일대일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 7명을 응징하는 테러단체 '그림자'의 이야기를 그린 <일대일>. 최귀화는 용의자 중 하나인 오지하를 연기합니다. "궁지에 몰린다고 싶잖아, 바로 꼬랑지를 내려"라고 친구한테 충고하던 그는, 납치돼서도 호기롭게 성을 내다가 그림자 리더에게 얻어맞곤 바로 꼬랑지를 내립니다.

군도: 민란의 시대

사극 <군도>에서는 극악한 수법으로 백성들을 수탈하는 조윤(강동원)을 보필하는 7인무관의 일원으로 나왔습니다. 갓으로 얼굴을 가려 모습은 잘 보이진 않지만, 7인 중에선 드물게 대사와 강동원과의 투샷이 있었죠. 따지고 보면 <군도>에서도 공무원 역을 맡은 셈.

마담 뺑덕

학규(정우성)에게 버림받은 덕이(이솜)는 그를 눈멀게 한 후 도박에까지 빠지게 만듭니다. 최귀화는 학규를 빚더미에 오르게 만드는 판의 도박사 중 하나로 나오죠. 대사는 "이천!", "콜!"이 전부.

미생

2014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 <미생>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모든 캐릭터와 배우를 고루 주목받게 만들었습니다. 박대리 역의 최귀화도 그중 하나였지요. 박대리는 그가 그때까지 맡았던 캐릭터들과 달리 매사에 의기소침한 인물이었는데, 늘 땀에 절은 듯한 머리의 만년대리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박대리 날개신'은 <미생>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곡성

종구(곽도원)는 같이 사건을 쫓던 동료경찰이 만신창이가 되자, 동네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그들의 회동장소인 정육점 주인이 바로 병규 역의 최귀화입니다. 쇠파이프와 농기구를 들고 외지인 집에 쳐들어가 좀비를 만나 한바탕 개고생을 하죠. 정이 많아서 얻어맞는 좀비를 보호하려다가 변을 당할 뻔합니다.

봉이 김선달

또 다른 사극 <봉이 김선달>에서는 몇 안 되는 최귀화의 코믹 연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장을 한 인홍(유승호)의 꼬임에 걸려들어 거덜나는 정판석 역입니다. 사기당해 돈을 날리고도 아직도 인홍을 잊지 못하는 설정까지, 시종일관 유머를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였죠.

부산행

<미생>과 더불어 최귀화의 이름을 많은 대중들에게 알린 작품입니다. 부산행 열차에 우연히 몸을 실은 노숙자로 등장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죠.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는 민폐와 도움을 주면서 <부산행>의 강약조절을 가능케 했습니다.

터널

작년 여름 극장가 최고 화제작 <부산행>, <터널>에 출연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부산행>에서의 존재감이 꽤나 컸기 때문일까요, <터널>에서는 제2터널 관계자로 짤막하게 등장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를 알아보았습니다. 국가적 손실을 운운하며 터널 공사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지극히 공무원적인 말을 내뱉죠. 표정부터 얄미워라.

그물

<일대일>에 이어 다시 김기덕 감독과 작업한 영화. 북에서 넘어온 철우(류승범)를 관리 감독하는 이실장 역입니다. 진우(이원근)와 조사관(김영민)이 미묘한 태도로 철우를 돕는 것과 달리, 이실장은 냉철한 태도로 그를 옥죄고 이용하죠.

더 킹

주인공 태수(조인성)가 권력에 맛을 보기 전, 사무소에서 함께 고생하던 검사 기억하시나요? 국밥을 먹으며 "공무원이 다 그렇지 뭐, 검사 별거 없다" 하던. 그는 에필로그에서 다시 한번 등장해 "그 평범한 샐러리맨 같던 선배 검사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 차기 검사장의 유력한 후보로 올랐"다고 소개됩니다.

조작된 도시

독특한 액션영화 <조작된 도시>에서도 최귀화가 참여했습니다.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쓴 권유(지창욱)가 갇힌 감옥의 간수장이 바로 그. 근엄하게 죄수들을 제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감옥의 보스 노릇을 하던 마덕수 일당한테 습격당하죠.

택시운전사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는 <택시운전사>에선 5.18 민주화항쟁 당시 광주의 시민들을 옭아매는 사복조장 역을 맡았습니다. 사복조장은 대통령의 존재가 가려진 가운데 영화 속에서 유일한 악역처럼 보입니다. 만섭(송강호)과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무리를 따라오는 모습이 마치 <터미네이터2> 속 T1000 같았죠.

이렇게 주욱 놓고 보니,
경찰, 대통령 경호원, 검사
터널 관리자, 국정원 직원 등
공무원 역할을 많이 맡았다는
사실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그가 분한 공권력의 상징들은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는 점이
왠지 좀 흥미로워 보입니다.

곧 개봉예정인 <일급기밀>, <범죄도시>
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악역 말고 선역도 자주 맡아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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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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