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이 ‘천만 클럽’에 가입했다. 실제로 천만 클럽이라는 게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천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모두 12명이다. <명량> 김한민, <국제시장>과 <해운대> 윤제균, <베테랑> 류승완, <괴물> 봉준호, <도둑들>과 <암살> 최동훈, <7번 방의 선물> 이환경, <광해, 왕이 된 남자> 추창민, <왕의 남자> 이준익,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부산행> 연상호, <변호인> 양우석, <실미도> 강우석 감독 등이다.
장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에 이은 네 번째 연출작 <택시운전사>를 통해 천만 감독이 됐다. 2008년 장편 데뷔 이후 꽤 빠른 시간에 천만 고지를 넘어선 것처럼 느껴진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이라는 건 의미가 있다. 그런 까닭에 지금 장훈 감독의 전작들을 돌아보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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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개봉 2017 한국
<영화는 영화다> (2008)
- 영화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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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훈
출연 소지섭, 강지환
개봉 2008 대한민국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를 내놓을 당시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김기덕 사단’이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인 그는 김기덕 감독에게 메일을 보내 연출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빈 집> <사마리아> 등에서 연출부로 참여했고 <활>과 <시간>에서는 조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영화다>에서 장훈 감독이 ‘김기덕 사단’이라는 말을 들었던 큰 이유는 김기덕 감독의 각본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액션영화를 촬영하면서 실제로 싸움을 한다’는 <영화는 영화다>의 설정은 장훈 감독이 아닌 김기덕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영화의 제작도 김기덕 필름에서 했다.
<영화는 영화다>는 개봉 당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깡패 같은 다혈질 배우 장수타를 연기한 강지환과 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를 연기한 소지섭은 정제되지 않은 매력을 보여줬다. 두 배우가 보여준 거칠고 강력한 액션과 연기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영화다>를 얘기할 때 빼놓으면 섭섭한 배우가 하나 있다. 고창석이다. 영화 속 영화를 연출하는 봉 감독을 연기한 그는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의형제> (2010)
- 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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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강동원
개봉 2010 대한민국
<의형제>에서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과 이별하고 송강호와 만났다. 이 문장을 좀더 풀어서 설명해보자. 쇼박스에서 투자한 영화 <의형제>에 장훈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그는 김기덕 감독과 연을 끊게 됐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한 영화 <아리랑>(2011)에서 장훈 감독의 이름을 언급했다. ‘배신자’라는 식으로 말했다. 장훈 감독이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를 훔쳤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논란은 커졌다. 나중에 이는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다. <의형제>의 시나리오는 김기덕 감독의 것이 아니었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품을 떠나 대기업 자본의 영화를 만드는 길을 선택했고 김기덕 감독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 걸로 보인다.
김기덕 감독 대신 송강호를 얻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남파 공작원 송지원(강동원)과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의형제>를 통해 장훈 감독은 송강호와 처음 만났다. 사실 송강호와 장훈 감독의 과거 협업이 중요해 보이는 건 <택시운전사>가 지금 천만 관객을 넘어 순항 중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의형제> 역시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었다. 흥행면에서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는 약 130만 명, <의형제>는 약 550만 명을 동원했다. 장훈 감독은 두 번째 영화에서 실패한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충무로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의형제>에도 고창석이 등장했다. 베트남 보스로 출연했다. 많은 사람들이 진짜 베트남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의형제>가 <영화는 영화다>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 고창석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고지전> (2011)
- 고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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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훈
출연 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수, 고창석, 이다윗, 류승룡, 김옥빈, 조진웅, 정인기, 박영서
개봉 2011 대한민국
<고지전>은 개봉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자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도전한 작품이었다. 이른바 텐트폴 영화였다. 장훈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여름 블록버스터 <고지전>을 책임지는 자리가 어색하지 않았다.
신하균, 고수, 이제훈, 류승룡 등 캐스팅도 나쁘지 않았고 <공동경비구역 JSA>와 <화려한 휴가>의 원작자이며 드라마 <히트>, <선덕여왕>으로 유명한 박상연 작가의 각본도 기대 요소였다.
<고지전>은 “<태극기 휘날리며>를 넘어선다”, “충무로 전쟁영화의 진화”, “한국전 소재 영화들에 대해 시큰둥했던 심정을 일소한다” 등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는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치고는 무거운 분위기와 다소 긴 러닝타임의 후반의 지루함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011년 7월 20일 개봉한 <고지전>은 앞서 6월에 개봉한 <트랜스포머 3>와 한 주 전에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 사이에서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했다. 또 앞서 언급한 “김기덕을 배신했다”는 논란이 <고지전> 개봉을 앞둔 시기에 불거지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고지전>은 약 29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다. 흥행에서는 실패했으나 <고지전>은 꽤 볼 만한 전쟁영화다. 하루에도 서너 번 점령군이 바뀌는 고지의 전투 장면은 꽤 공들인 티가 난다.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차기작 <궁리>
- 궁리 (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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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훈
출연
개봉 2018 대한민국
<택시운전사> 이후 장훈 감독이 준비하는 영화는 사극이다. <궁리>는 장영실과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다룬다. 또 장훈 감독은 SF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한 적이 있다. 이 영화보다는 <궁리>를 먼저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 조감독으로 시작해 스승의 든든한 지원으로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장편 데뷔한 뒤, <의형제>로 자신만의 길에 접어들고, <고지전>에서는 흥행 실패라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네 번째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의 한 사람이 됐다.
그의 전작들을 돌아보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밋밋해 보인다는 점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묵직한 소재 때문인지 감독의 색깔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심지어 후반부의 택시 카체이싱 장면은 겉도는 느낌이었다.
장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에서는 거침 없이 내달리는 액션을 보여줬다. <의형제>에서는 남북관계를 다루면서 에스피오나지 장르의 한국화에 성공했다. <고지전>에서는 전쟁의 본질에 가까이 가려는 태도를 볼 수 있었다. <고지전>까지 장훈 감독은 꾸준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택시운전사>의 후속작 <궁리>가 사극인 만큼 장훈 감독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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