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시리즈가 2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영국의 킹스맨 본부가 초토화된 후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후속작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골든 서클>)은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시크릿 에이전트>)보다 스케일부터 확 불려 속편으로서의 덩치를 과시한다. 캐릭터도 한껏 다양해졌음은 물론이다. <골든 서클>로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했거나 전편보다 비중이 늘어난 캐릭터들을 정리하고, 그 배우들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킹스맨: 골든 서클

감독 매튜 본

출연 태런 에저튼, 줄리안 무어, 콜린 퍼스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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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무어
"포피"

<시크릿 에이전트>의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이 지구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지구인을 몰살하려 한다면, <골든 서클>의 거대 마약상 포피(줄리안 무어)는 미국 정부가 마약을 합법화하도록 테러 작전을 실행한다. 위치도 알 수 없는 오지에서 온실 속 화초 같은 모습으로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지만, 거슬리는 사람을 분쇄기에 넣어서... 그만큼 잔인하다. 포피랜드에 찾아온(잡혀온?) 사람들을 괴롭히고, TV 방송으로 전 미국인을 겁박하는 데서만 멈추는 게 아쉬울 따름.

파 프롬 헤븐

아카데미를 비롯해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배우인지라 대표작이 넘쳐나지만, 딱 하나만 고르라면 <파 프롬 헤븐>(2003)이다. 남편이 동성애자인 걸 안 중산층 가정의 여자가 상처를 딛고 흑인 정원사를 사랑하게 되는 절절한 로맨스 속 무어가 보여준 처연함은 그녀의 새빨간 옷처럼 짙게 남는다.


채닝 테이텀
"데킬라"

스테이츠맨 창고에서 에그시와 멀린 앞에 데킬라가 떡 하니 나타날 때 "올 게 왔구나" 싶을 수밖에 없다. 채닝 테이텀이 데님 자켓과 카우보이 모자를 걸친 모습은 그야말로 '미국 마초' 그 자체였으니까. 한술 더 떠 두 영국 신사들에게 장총을 갈겨대니, 데킬라에 대한 기대치가 샘솟는다. 우직한 외모에도 왠지 믿음직해 보이진 않는 테이텀의 기운 때문에, 영국의 킹스맨과 미국의 스테이츠맨의 협업은 계속 의심의 상태로 남는다.

폭스캐처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며 액션, 댄스, 코미디 장르를 종횡무진할 때도 테이텀의 연기력은 감춰지지 않았다. 다만 그게 만개한 순간은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정적인 영화라 할 만한 <폭스캐처>(2014)에서였다. 금메달리스트인 친형 데이브(마크 러팔로)의 후광에 늘 가려진 레슬러 마크 슐츠의 열등감이 테이텀의 그 듬직한 덩치를 뚫고 영화 전체를 떠돌아다녔다.


할리 베리
"진저 에일"

킹스맨에 멀린이 있다면, 스테이츠맨엔 진저 에일이 있다. '엑스맨' 시리즈의 스톰, <007 어나더 데이>의 징스, <캣우먼>의 캣우먼 등, 전사의 이미지가 뚜렷했던 베리의 이전 캐릭터와 달리, 진저 에일은 단정하게 갖춰 입고 모니터 앞에서 똑똑한 표정만 짓고 있다. 고루해 보이는 안경을 벗어던지고 현장으로 박차고 나가 노상 들고 다니는 서류철로 악당들을 때려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다.

몬스터 볼

앞서 언급한 전사 이미지들도 좋지만, 아무래도 할리 베리 하면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몬스터 볼>(2002)이 아닐까? 남편이 사형되고 차 사고로 아들을 잃은 레티샤는 마찬가지로 아들을 떠나보낸 행크(빌리 밥 숀튼)를 만나 서서히 상처를 치유하지만, 행크가 남편의 사형집행관이었음 알게 된다. 하늘에서 천둥을 떨구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켜쥘 수 있다는 걸 유감 없이 증명한 명연이었다.


엘튼 존
"엘튼 존"

엘튼 존은 엘튼 존을 연기한다. 그는 두말할 것 없이 <골든 서클>의 최고 신스틸러다. 동시대 영국영화의 자존심으로 올라선 <킹스맨> 시리즈에 영국의 국민가수 엘튼 존이 등장한다는 건 필연적인 장난 정도로 보이지만,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영화 속에서 퇴장하지 않고 특유의 방정을 자랑한다. <골든 서클> 속 엘튼 존의 질긴 생명력은 영화가 진정 외치고자 하는 "영국 만세!"의 징표처럼 보인다.

<토미>에서의 엘튼 존의 'Pimball Wizard'

<골든 서클>이 엘튼 존의 첫 연기작은 아니다. 무려 42년 전, 1970년대 대표 뮤지컬 영화로 손꼽히는 <토미>에서 핀볼 위자드 역을 맡은 바 있다. 발랄하기 그지 없는 지금의 코스튬은 따라갈 수도 없는 화려한 차림새의 엘튼 존을 만날 수 있다. 영국 밴드 후(The Who)와 협연을 펼치는 신은 영화의 백미다. 전성기의 엘튼 존이 이만큼 대단했다.


페드로 파스칼
"위스키"

위스키는 상대적으로 프로모션 과정에서 적게 노출되고 있다. 아마도 배우 페드로 파스칼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기 때문일 터. 하지만 위스키는 실질적으로 킹스맨 무리들과 가장 많이 부대끼는 스테이츠맨 요원이다. 늙수그레한 유머를 자랑하는 '아재' 타입이지만, 올가미와 쌍권총을 활용한 액션은 <골든 서클>을 돋보이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골든 서클>을 보고 기억 남는 캐릭터는 위스키뿐이었다.

나르코스

칠레 출신의 배우 페드로 파스칼이 낯설다면 당신은 아직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를 못 본 사람일 것이다. 마약 왕 에스코바(와그너 모라)를 뒤쫓는 실질적 주인공, 단속국 요원 하이에르 페냐를 잊을 수 없을 테니까. 에스코바를 잡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감정 앞에서는 무너지기도 하는 캐릭터의 매력 덕분에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나 알스트룀
"틸디 공주"

전편에서 에그시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웨덴 공주 틸디. 서민인 에그시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그녀는 공주의 근엄함보다는 청춘의 분방함이 더 강하다. 이번 편에서는 비중이 확 늘었다. 틸디와 에그시의 연애가 <골든 서클>에서 꽤 중요하게 기능하기 때문이다. 둘의 사랑싸움이 <골든 서클> 속 작전을 결정적인 국면으로 몰아넣는다.

사미블러드

<킹스맨> 시리즈를 제외하면 그녀의 모든 필모그래피는 스웨덴 작업으로 채워져 있다. 알스트룀의 얼굴에 위트가 묻어 있다고 늘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흔적들이 많다. <시크릿 에이전트> 이후 출연한 <사미블러드>(2016)에서는 주인공 소녀 엘르 마리아에게 스웨덴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분해 웃음기를 싹 거둔 모습을 보여줬다.


에드워드 홀크로프트
"찰리"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킹스맨 훈련 중 연일 에그시를 괴롭히던 재수없는 놈 찰리를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있는 집 자식이랍시고 으스대다가 결국 탈락한 찰리가 더 거대한 열등감을 휘감고 <골든 서클>의 서브 빌런으로 활약한다. 포피가 선사하는 기계 팔이 대단한 위협을 가할 거 같지만, 여느 '열등감' 캐릭터가 늘 그렇듯 별 힘도 못 쓰고 고꾸라지리라는 걸 눈치채기 십상이다.

런던 스파이

<시크릿 에이전트> 이후 홀크로프트는 드라마 <런던 스파이>를 만났다. 벤 휘쇼와 함께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스릴러와 로맨스를 전에 없던 방식으로 뒤섞어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둥글둥글한 대니 역의 벤 휘쇼와 반사회적인 알렉스(에드워드 홀크로프트)가 빚어내는 케미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킹스맨> 속 홀크로프트의 찌질함을 씻어내고 싶다면 그 시작은 무조건 <런던 스파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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