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한국인 배우 1세대
오순택이 지난 4월4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영어를 잘하는 영화 마니아였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로스쿨 진학을
위해 미국에 갔다 배우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고 정식 연기 교육을 받았다.
데뷔 후에도 영어식 이름이 아닌
본명 Soon-Tek Oh을 고집했다.

40여 년간 100여 편의
영화, 드라마에 참여했던
오순택의 활약상을 간략히 정리했다.

<원 모어 트레인 투 롭> 1971

1965년부터 TV드라마, 연극, 영화에서 경력을 쌓은 오순택은 1971년작 <원 모어 트레인 투 롭>으로 처음 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 무리인 열차강도단이 만나는 중국인들 중 한 명을 연기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1974

오순택은 <007> 9번째 시리즈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렸다. 제임스 본드(3대, 로저 무어)를 돕는 홍콩/방콕 주재 요원 ‘힙 경사’ 역. 드라마 <쿵푸>를 보고 제작자와 감독이 캐스팅 했다. 덕분에 훗날 많은 액션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는 외부 촬영신의 더빙이 형편없어 이 작품을 탐탁잖아 했다.

<매쉬> 1975~1982

1972년부터 1983년까지 방영된 한국 전쟁을 그린 미국 TV시리즈 <매쉬>(M*A*S*H)에도 출연했다. 1975년~82년에 걸쳐 총 다섯 에피소드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에피소드마다 역할은 달랐다.

<굿 가이스> 1978

액션스타 척 노리스의 두 번째 주연작.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다. 노리스가 연기한 존 부커 소령이 이끄는 특공대 ‘블랙 타이거’의 일원으로 출연했다. 오순택은 주로 중국/한국인 역을 맡아왔는데, 이 영화에선 베트남 사람으로 분했다.

<미녀 삼총사> 1980~1981

1976년부터 5년간 인기를 끈 TV 시리즈 <미녀 삼총사>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5 중 4개 에피소드에 ‘토레스 중위’로 출연해 ‘엔젤스’와 함께 활약했다.

<에덴의 동쪽> 1981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미니시리즈 <에덴의 동쪽>에도 참여했다. 주인공 애덤(티모시 바텀스)을 돕는 중국인 집사 역이었다. 오순택 스스로 이 작품을 자기 대표작으로 꼽는다. 제작사 측으로부터 “이 역할은 오순택만 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고.

<대특명 2> 1985

오순택은 척 노리스와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대특명 2>는 노리스와의 합이 제일 두드러짐과 동시에 오순택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비중이 큰 작품이다. 브래독 대령(척 노리스)과 대립하는 인 대령 역으로, 마지막엔 노리스와 1:1 대결을 펼친다.

<데스 위시 4> 1987

<데스 위시 4>에서는 시리즈를 이끄는 찰스 브론슨과 호흡을 맞췄다. LA의 마약 소탕에 나선 주인공 커시(찰스 브론슨)를 방해하는 부패 경찰 필 노자키를 연기했다. 악역을 맡은지라 다른 작품들에서 보기 힘들었던 비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비버리 힐스 닌자> 1997

80년대에 액션영화를 주로 작업했고, 제목에 ‘닌자’가 들어가서 또 액션영화인가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땡! <비버리 힐스 닌자>는 코미디다. 일본 무술도장에서 자란 어리바리 백인이 비버리 힐스로 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오순택은 영화 초반 무술도장의 사부 역으로 나온다.

<뮬란> 1998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와 함께, 오순택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오순택은 뮬란의 아버지 파주의 목소리를 맡았다. <뮬란> 후에도 여러 작품을 작업하긴 했지만, 규모나 질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강적> 2005

오순택은 2001년 귀국해 서울예술전문대학을 시작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박중훈, 천정명 주연의 <강적>은 그가 귀국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촬영한 영화다. 아이들을 조폭으로 영입하는 악질 고아원 원장 역이었다. 생전에 그는 스스로 늘 현역으로 여겼지만, 한국영화계에서 그를 찾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