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가 벌써 10년을 맞이했다. 한 해에 많게는 세 작품씩 개봉하면서도 MCU가 더욱 견고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케빈 파이기란 듬직한 제작자와 함께 특색 있는 연출자를 발굴했기 때문. 마블은 이전에 독립영화나 TV 방송에서 두각을 드러낸 감독들을 블록버스터에 과감히 기용하는 묘수로 작품마다 색을 더해왔다. 마블에겐 흥행을, 관객들에겐 재미를 선물한 ‘중고 신인’ 감독들을 만나보자.

※ 각 영화의 흥행 기록은 박스오피스모조닷컴(BOXOFFICEMOJO.COM)을 토대로 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조슈 브롤린, 엘리자베스 올슨,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레미 레너, 스칼렛 요한슨,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크리스 에반스, 폴 러드, 마크 러팔로, 안소니 마키, 톰 히들스턴, 기네스 팰트로, 폴 베타니, 돈 치들, 카렌 길런, 채드윅 보스만, 폼 클레멘티에프, 데이브 바티스타, 세바스찬 스탠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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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루소,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기존 대표작 <커뮤니티>
마블 대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MCU 흥행성적 7억 1426만 달러 <윈터솔져>, 11억 5330만 달러 <시빌 워> (총 18억 6756만 달러)

형 안소니 루소와 동생 조 루소. 루소 형제는 현재 MCU 중심에 선 인물들이다. 마블 영화의 메가폰을 잡기 전 이들은 TV 드라마 연출이나 단편 영화를 주로 작업했다. 2009년 댄 하몬이 제작한 <커뮤니티>의 제작 총괄과 연출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B급 코미디인 <커뮤니티>는 대학 생활 시트콤을 기본 골자로 판타지, SF, 케이퍼 무비, 액션 등 에피소드마다 독창적인 장르를 소화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루소 형제 역시 총 35편의 에피소드를 재기발랄한 연출로 채워 <커뮤니티>만의 재미를 확립시켰다. 특히 루소 형제가 연출한 ‘페인트볼 에피소드’가 마블 제작진의 눈에 들면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이하 <윈터 솔져>)의 메가폰을 잡게 됐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커뮤니티> 주연 배우 대니 푸니, 짐 래시 카메오 출연(<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쉴드의 몰락’을 그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역대급 마블 영화란 호평과 함께 7억 달러라는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그 결과 루소 형제는 히어로들이 서로 격돌하는, 히어로 마니아라면 누구나 만들고 싶었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까지 맡게 됐다. <시빌 워>는 흥행부터 비평까지 최고의 성과를 거뒀고, 루소 형제는 MCU 10주년 기념작이자 MCU 페이즈 3(MCU는 ‘어벤져스’ 이벤트 전후로 페이즈를 구분했다)의 대미를 장식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4>(제목 미정)의 연출권까지 보장받았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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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건

제임스 건

기존 대표작 <슈퍼>, <새벽의 저주>(각본)
마블 대표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MCU 흥행성적  7억 7332만 달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8억 6375만 달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마블 영화를 두고 ‘제작자 케빈 파이기만 있으면 누가 와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종종 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만큼은 그런 평가에서 벗어나 있다. 제임스 건 감독이 아니었다면, 원작에서도 마이너한 히어로팀이 이렇게 ‘쿨’한 히어로가 될 수 있었을까. <트로미오와 줄리엣>, <스쿠비 두>, <새벽의 저주> 등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던 제임스 건은 <슬리더>(2006)와 <슈퍼>(2010)로 범상치 않은 연출을 보여줬다.

<슈퍼>

컬트(그가 있던 트로마 영화사 자체가 저예산 영화사였다)와 공포에 주력하던 제임스 건이 <슈퍼>로 히어로물에 대한 패러디와 비틀기를 선보이자 마블은 그를 데려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의 연출을 맡겼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삽입곡 OST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어벤져스>를 기점으로 점점 무거워지는 MCU의 활력소가 됐다. 마블 대표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의 <윈터 솔져>보다 높은 흥행 성적도 거뒀다. 이를 기점으로 마블은 각 작품마다 장르적 도전을 더했고, 제임스 건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수장으로 지목했다. 2017년 개봉한 2편 또한 8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대성공을 거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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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쿠글러

라이언 쿠글러

기존 대표작 <크리드>
마블 대표작 <블랙 팬서> 
MCU 흥행성적 13억 238만 달러 <블랙 팬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촉망받는 인재였다. 그의 첫 장편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2013)는 2009년 1월 1일 오스카 그랜트(마이클 B. 조던)에게 일어난 비극을 재구성했다. 일그러진 미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이 영화로 쿠글러는 그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미국 드라마)을 수상했다. 이어 연출한 영화는 <크리드>(2015). 전설적인 복싱 영화 <록키> 시리즈의 스핀 오프로 아폴로 크리드(칼 웨더스)의 아들 아도니스(마이클 B. 조던)와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텔론)의 이야기를 다뤄, <록키 발보아> 이후 명맥이 끊긴 <록키> 시리즈의 새로운 활로를 확보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작품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쿠글러 감독에게 마블은 역사상 최초의 흑인 슈퍼히어로 <블랙 팬서>의 단독 작품을 맡겼다. 쿠글러 감독은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를 히어로 영화에 녹여냈고,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메시지만 갖춘 게 아니라 공감할 만한 인물들, 그간의 MCU 세계관을 가소롭게 만드는 하이테크 등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전 세계 흥행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현재 <크리드 2>를 준비하고 있다. 

<블랙 팬서>
블랙 팬서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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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카 와이티티

타이카 와이티티

기존 대표작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마블 대표작 <토르: 라그나로크>
MCU 흥행성적 8억 5397만 달러 <토르: 라그나로크>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배우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TV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꾸준히 각본을 쓰고 단편 영화를 촬영했다. 배우 생활과 드라마 연출을 병행했다. <이글 대 샤크>(2007), <더 보이>(2010)를 연출하고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뱀파이어들을 취재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2014)로 자신의 유머 감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와이티티는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에서 연출과 주연을 같이 했다.

그의 유머는 작품마다 새로운 장르적 특색을 가미하려는 마블의 눈에 들었고, 오랜 공백기를 가졌던 토르의 신작 <토르: 라그나로크>의 방향성을 결정짓게 했다. 특히 와이티티 감독을 반긴 건 토르인 크리스 헴스워스. 속편의 감독 후보 중 와이티티를 직접 지목했다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유쾌한 농담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모으곤 했다. 러닝타임 질문에 “우리 영화는 본편이 90분이고, 엔딩 크레딧이 40분 동안 오를 것이다”라고 대답하고, 메이킹 영상에서 배우들보다 더 깨방정을 떠는 쇼맨쉽도 보여줬다. 아 참, <시빌 워>가 나왔을 무렵 공개된 <팀 토르>(링크)와 <닥터 스트레인지> 개봉 때 공개한 <팀 토르 2>(링크)도 와이티티가 연출했다.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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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데릭슨

스콧 데릭슨

기존 대표작 <살인 소설>
마블 대표작 <닥터 스트레인지>
MCU 흥행성적 6억 7771만 달러 <닥터 스트레인지>

<닥터 스트레인지>는 팬들이 기대하면서도 불안한 작품이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있었지만, 스콧 데릭슨 감독도 있었다. 데릭슨은 그동안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2005), <살인 소설>(2012) 등 저예산 영화에서는 능력을 발휘하는 편이었지만, 블록버스터 <지구가 멈추는 날>(2008)에서는 CG 말고 혹평이란 혹평은 다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닥터 스트레인지도>도 믿고 보는 마블이냐, 지구가 멈추는 날의 재림이냐가 관건이었다.

“CG는 좋았다”는 <지구를 멈추는 날>

다행히 믿고 보는 마블이 승리했다. 스콧 데릭슨은 화려한 영상미, 동양의 종교적 미학,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아우르며 <닥터 스트레인지>를 흥행작으로 만들었다. 사실 스콧 데릭슨은 영화 속 한 시퀀스를 구상한 스토리보드(컷을 그림으로 그린 콘티)를 마블에 보내 자신이 연출하겠다고 적극적으로 구애(?)할 만큼 닥터 스트레인지의 팬이라고. <닥터 스트레인지>로 자신의 ‘최애캐’ 덕질도 하고 능력을 입증했으니, 그야말로 운명을 개척했다 할 수 있겠다.

<닥터 스트레인지>
닥터 스트레인지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치웨텔 에지오포, 레이첼 맥아담스, 매즈 미켈슨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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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튼 리드

페이튼 리드

기존 대표작 <브링 잇 온>
마블 대표작 <앤트맨>
MCU 흥행성적 5억 1931만 달러 <앤트맨>

MCU에 <앤트맨>만큼 다사다난한 영화도 없다. <아이언맨>과 함께 MCU의 개막작이었지만 감독 교체와 캐스팅 난항으로 미뤄지다가 2014년에야 촬영을 시작했다. 원래 각본 작업을 하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베이비 드라이버>) 대신 후속 타자로 들어온 건 페이튼 리드. <브링 잇 온>(2000), <다운 위드 러브>(2003), <예스맨>(2008) 등 코미디물을 연출하던 감독이라 우려를 사기도 했다. 특히 앤트맨 역을 맡은 폴 러드도 코미디 배우 이미지여서 영화가 지나치게 가벼워질 거라는 예측도 있었다.

<브링 잇 온>

그러나 역시 믿고 보는 마블이던가. 바로 전작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란 빅 이벤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재미, 가족 영화 같으면서도 코믹하고 진지할 줄 아는 완급 조절, 기존작들을 몰라도 볼 수 있는 스토리는 <앤트맨>의 장점이 됐다. 페이튼 리드와 폴 러드가 만든 유머러스한 분위기도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페이튼 리드는 <앤트맨>을 성공시킨 공을 인정받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다음에 개봉하는 <앤트맨과 와스프>를 작업하고 있다. 

<앤트맨>
앤트맨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마이클 더글라스, 에반젤린 릴리, 코리 스톨

개봉 2015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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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왓츠

존 왓츠 (오른쪽)

기존 대표작 <캅 카>
마블 대표작 <스파이더맨: 홈커밍>
MCU 흥행성적 8억 8016만 달러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5년, 스파이더맨의 MCU 합류가 확정됐다. 마블은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의 연출로 존 왓츠 감독을 호명했고 팬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존 왓츠 감독은 영화계에서 신인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연출작은 대부분 단편, TV 드라마나 TV 영화였다. 장편 영화는 공포영화 <크라운>, 스릴러 <캅 카>가 전부였다. 경찰차를 탈취한 두 남자아이와 보안관의 대결을 그린 <캅 카>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인지도가 높은 영화는 아니었다. 

<캅 카>

2017년 7월, <스파이더맨: 홈커밍>(이하 <홈커밍>)이 개봉했다. 존 왓츠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미성숙한 이들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대다수의 팬들이 다 아는 스파이더맨이 초능력을 얻은 경위를 생략하고 이웃과 호흡하는 영웅이 돼가는 과정에 집중했다. 고등학교의 활기찬 에너지를 섞어서 관객들의 공감을 유도했다. <홈커밍>의 전략은 적절했다.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중 <스파이더맨 3>에 이어 월드 와이드 성적 2위에 등극했다. 존 왓츠 감독은 이미 <홈커밍>의 속편인 <스파이더맨 프로젝트>(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감독 존 왓츠

출연 톰 홀랜드, 마이클 키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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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