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영화상들의 각종 트로피들을 수집 중인 <기생충> 봉준호 감독.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또 한 번 쏠렸다. 지난 12월 9일(현지시간) 미국 TV 토크쇼에 봉준호 감독이 출연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국내에서도 이미 위트 있는 말솜씨로 소문난 봉준호 감독의 해외 인터뷰 중 흥미로운 부분들을 모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는 모습이 킬링 포인트다.


토크쇼 나와서 되도록 말 안 하고 싶다고 한 봉준호 감독

- <기생충>은 어떤 영화인가요?
=
여기서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어요. 내용을 모르고 가서 봐야 재밌거든요.
- 이거 토크쇼에요. 뭐라도 말해주셔야죠. (웃음)

- (칸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 8분 후 한 말이 “감사합니다. 집에 갑시다”였어요.
= 상영 시간이 늦은 밤이었어요. 기립박수가 길어지는데 저와 배우들 다 배가 고팠거든요. 저녁을 잘 못 먹어서요.
너무 배고파라고 자막으로 들어가서 나왔어요. 그래도 박수가 안 끝나서 이렇게 말했어요. 집에 가자.

- TV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 中


봉준호 감독이 마블 영화 못 찍는 이유?

= 마블 전체라기보다는 개별 영화를 봤을 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던가 제임스 맨골드의 <로건>이라던가. 루소 브라더스의 <윈터 솔져> 같은 거 되게 재밌게 봤고 시네마틱한 멋진 순간들이 많이 있거든요. 개별적인 영화들을 저는 충분히 즐겼습니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요. 히어로 영화들의 많은 창의적인 부분들을 존중하는데 실생활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고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은 상태를 되게 못 견뎌하고 나도 물론 그런 걸 입을 일 없지만 누가 그런 걸 입은 상태를 봐도 되게 힘들거든요. 마음이 질식하는 것 같고 그런데 히어로 영화들이 대부분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기 때문에 도저히 못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누가 저에게 제안을 하지도 않겠지만.
- <버라이어티> 인터뷰 中


장르의 컨벤션을 깨뜨리거나 다른 길로 갈 때
한국적인 현실이 쑥 들어와 영화를 기묘하게 만든달까요.

= (관객들에게) 아, 저기. 일요일 아침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서 영화 약간 무서운 영환데 이렇게 봐주셔서 저도 너무 감동적이고 일요일 아침에 영화 보는 분들이 진정한 시네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저는 사실 저 자신이 장르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하고요. 영화를 볼 때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장르적인 흥분, 이런 걸 되게 좋아하고 항상 저도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던 것 같고요. 눈앞에 정치적인 깃발을 들고 휘두르는 그런 영화들은 싫어하는데 대신 영화적인 아름다움이나 흥분을 두 시간 동안 즐기고 집에 돌아갔는데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자꾸 뭔가가 생각이 나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리고 그것이 인간에 관한 이야기, 그런 쪽으로 머릿속이 뱅뱅뱅. 잠이 잘 안 오게 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 같아요.

=
영화의 역사들, 장르의 컨벤션들을 되게 사랑하는데 저는 동시에 한국 감독이고 한국에 저를 둘러싼 현실들이 있어요. 제가 일상에서 관찰하는 것들이 있고. 제가 장르의 컨벤션을 깨뜨리거나 어기거나 다른 길로 갈 때 한국적인 공기나 현실 같은 게 쑥 들어오죠. 그렇게 되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기묘해진달까요.

= (제시카 송 관련 질문에) 칸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그 모먼트에서 여러 나라 관객들이 동시에 웃더라고요. 그래서 나라마다 저런 노래가 다 있나 보다. 메모라이징 용으로 쓰이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한국 학교에서도 많이 쓰는 노래예요. 복잡한 거 여러 가지 외울 때 쓰는 노랜데.

'봉테일'이란 별명에 대해 알고 있는 진행자에 놀란 봉준호 감독

=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언급하는 진행자에게)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불리는데 그걸 어떻게 아셨나 해서 그래서 놀랐어요.   

= 심사위원분들하고 시상식 끝나고 가볍게 칵테일을 마시면서 얘기했었는데, 한국영화 100주년이라고 말해줬었는데 놀라더라고요. 한국영화 역사가 이렇게 긴 줄 몰랐었다고. 사실 뭐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 한국영화가 좀 늦게 세계에 알려졌죠. 이 영화도 크게 영감받은 한국의 클래식 영화가 있는데요.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 (관객들에게) 한 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산타 바바라 국제 영화제 GV 中


봉준호 감독이 100번 넘게 본 영화는 <이웃집 토토로>

- 현존하는 TV쇼 중에서 연출하고 싶은 TV 쇼가 있는지.
=
<마인드 헌터>. 그 오리지널 책을 잘 알아요. 왜냐하면 제가 <살인의 추억> 썼을 때 시나리오 쓸 때 미국 연쇄살인범들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그 책이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쓴 책이잖아요. 바이블처럼 공부를 많이 했던 책이라 그 내용을 되게 잘 알고 있죠. 거기 나오는 살인마들의 캐릭터들도 알고 있고.

- 제일 많이 본 영화는?
=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네요. 아들이 계속 봐서 같이 봤다. 100번 넘게 봤을 거예요. <싸이코>는 50번 넘을 것 같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30번 정도 봤어요.

- 수집하는 것이 있나요?
= 블루레이.(웃음) (얼마나 모았냐는 질문에)
블루레이, DVD 합치면 5천 개 정도요?

= (차기작에 대한 질문에) <기생충> 작업이 즐거웠기 때문에 계속 이런 사이즈의 영화들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영어 영화, 한국 영화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데 다 <기생충> 정도의 사이즈예요. 한국 영화는 호러 영화에 근접한? 물론 제가 만드는 거니까 장르적인 성격은 좀 이상하거나 뒤섞여 있겠죠. 굳이 얘기하자면
약간 호러 장르 느낌이 있는 한국어 영화를 준비하고 있고 영어 영화는 2016년에 우연히 봤던 실제 CNN 기사를 바탕을 둔 작은 드라마예요.

- <콜라이더> 인터뷰 中


오스카상은 지역 축제일뿐

-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는 한 번도 노미네이트되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별로 큰일은 아니죠.
오스카상은 국제 영화제가 아니니까요. 그저 (미국의) 지역 축제일뿐이죠.
- <벌처> 인터뷰 中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