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집콕'이 길어지면서,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통한 VOD 콘텐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영화, 드라마 등 다채로운 콘텐츠에도 점점 지겨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기자의 관심을 사로 잡은 것이 있으니. 1시간가량의 콤팩트한 러닝타임에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바로 그것!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이면을 통렬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5편을 모아봤다. 넷플릭스를 통해 찾아볼 수 있으며, 해외 코미디언들의 스탠드업 쇼를 위주로 작성했다. 해당 글의 선정성과 웃음의 기준은 기자의 주관적인 취향을 토대로 한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댓글로 재밌게 본 스탠드업 코미디를 공유해도 좋겠다.
앨리 웡 <성역은 없다>
선정성 ★★★★★
웃음 ★★★
카테고리 / 임신, 출산, 육아, 인종, 젠더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 작가로 활동 중인 앨리 웡.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와 함께 할리우드 아시안 로맨스 영화로 손꼽히는 <우리 사이 어쩌면>에서 사샤를 연기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배우로 인지도를 얻기 전, 앨리 웡의 본업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으니. 대학을 졸업한 후 23살의 어린 나이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한 앨리 웡은 2016년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베이비 코브라> 코미디 쇼를 공개했다. <성역은 없다>는 그 두 번째 시리즈다. <베이비 코브라>는 맛보기였을 뿐! 전편보다 더욱 독해진 입담으로 돌아왔다.
첫 편과 마찬가지로 거진 만삭의 몸으로 무대에 선 앨리 웡은 첫째 아이를 낳고 난 후의 달라진 여성으로서의 삶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구성했다. 미국에서 아시안 여성으로 산다는 것,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고단함을 가감 없이 쏟아낸다. 청소년기 시절 문란했던 자신의 과거를 파격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신을 향한 차별에 태연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되받아 친 경험을 공유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선정성이 다소 높으니 개그 코드가 불편한 분들이라면 스킵 하길 바란다.
리키 저베이스 <인간이 싫어>
선정성 ★★★★
웃음 ★★★★★
카테고리 / 인간 혐오, 냉소적, 브루스 제너, 동물 학대, 독설
모두가 '휴머니즘'을 외치는 세상에서 바닥치는 인류애로 '인간 혐오'를 주장하는 이가 있다. 2010∼2012, 2016, 2020년 골든글로브 호스트로 활약한 바 있는 영국의 코미디언 리키 저베이스다. <인간이 싫어>는 8년 만에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로 돌아온 리키 저베이스의 쇼를 녹화한 것으로, 골든글로브 호스트를 하며 있었던 논란과 동물 학대 및 아동 성애, 트랜스젠더에 대한 견해를 직설적인 독설과 유머로 설파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들과 리키 저베이스이기에 용납할 수 있는 비방용 개그들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것! <인간이 싫어>에서 보여주는 그의 인간 혐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납득하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쇼가 궁금하다고? 리키 저베이스 식으로 말하자면, "당장 이 글을 본 것에 감사함을 댓글로 전하고 넷플릭스로 꺼져!"
* 리키 저베이스는 2020년 골든글로브에서 “단상에 올라 트로피를 받으시고, 에이전트와 각자 신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꺼지세요" 라고 말한 바 있다.
잭 화이트홀 <트롤의 꿈>
수위 ★★★☆
웃음 ★★★★★
카테고리 / 아버지, 일탈, 개인사, 로버트 패틴슨, 자폭 개그
인종과 성차별을 기반한 사회 풍자 개그가 아닌, 개인의 삶을 소재로 한 자폭 개그도 있다! 국내에선 인지도가 없으나 영국에선 꽤나 잘나가는 코미디언이자 배우 잭 화이트홀. 드라마 <프레쉬 미트>, <배드 에듀케이션>으로 배우 생활에 인지도를 쌓았으며, 고지식한 영국 신사인(그러나 숨 쉬듯이 인종차별을 하는) 아버지와 여행하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잭 화이트홀: 발칙한 동남아 산책>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스탠드업 코미디 쇼인 <트롤의 꿈>은 잭 화이트홀의 버라이어티 한 개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무대를 위해 지어냈을 것만 같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가령 친구들과 한 일탈이 구글 지도에 찍혔다는 것-을 사진 자료를 활용해 보여줌으로써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학창시절 라이벌(?)이었던 로버트 패틴슨과의 악연은 영화 팬들에게 소소한 웃음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할 것. 관람에 앞서 <잭 화이트홀: 발칙한 동남아 산책> 시리즈를 보고 간다면 두 배로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아버지 그리고 <퀴어아이> 팀과 함께 한 <잭 화이트홀: 발칙한 크리스마스>도 추천한다.
로니 쳉 <아시아 코미디언이 미국을 망치는 이유>
선정성 ★★☆
웃음 ★★★☆
카테고리 / 아시안, 정체성, 인종 차별, 미국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시안들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아시안 코미디언들 역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있는 코미디언이 바로 로니 쳉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를 거쳐 호주 멜버른 대학을 졸업한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다 미국의 정치 풍자 뉴스 <더 데일리 쇼> 요청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왔다. 여러 나라의 문화 경험을 토대로 미국 사회의 단면들을 첨예한 시선으로 분석해 자신만의 개그로 체화한 쇼가 바로 <아시아 코미디언이 미국을 망치는 이유>다.
<아시아 코미디언이 미국을 망치는 이유>은 인종차별로 상처받은 자신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보다, 제3자의 시선에서 미국이 가진 지나친 풍요로움과 만연한 인종차별을 고발한다. "동양인을 미국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왜냐면 백인과 흑인은 동양인에게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동양인도 백인과 흑인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평하게 일할 수 있다"와 같은 맹랑한 개그가 돋보인다. 아내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동양인의 특징을 꼬집은 개그 역시 유쾌하다.
하산 미나즈 <금의 환향>
선정성 ☆
웃음 ★★★☆ (감동 ★★★★★)
카테고리 / 이민자, 인종차별, 무슬림, 정체성, 감동, 아메리칸드림
앞서 소개한 로니 쳉의 인종 개그가 신랄하고 유쾌했다면, 하산 미나즈의 <금의 환향>은 자신이 겪은 인종 차별을 유기적으로 엮어낸 감동 서사에 가깝다. 하산 미나즈는 이민자였던 인도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미국인으로,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코미디언으로 전향해 활동하다 <더 데일리 쇼> 기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금의 환향>은 어린 시절 피부색이 갈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했던 차별과,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억압, 상처를 딛고 <더 데일리 쇼>에 서기까지 하산 미나즈의 성장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공감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금의 환향>은 사진과 인포그래픽 같은 이미지로 이해를 돕고 개인의 서사 안에서 보편성을 되물으며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낸 코미디 쇼다. 단순한 웃음거리로 휘발되기보다 감동과 여운, 용기와 위로가 잔존한다. <금의 환향>은 2018년 조지 포스터 피버디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