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한 머리와 움푹 파인 눈두덩이, 카메라가 포착한 자글자글한 주름들. <결백>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민 엄마’란 타이틀 뒤의 배종옥을 끈질기게 끄집어낸다.

최근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달리 영화에서의 배종옥을 엄마라는 프레임에 집어넣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강혜정과 공연한 <허브>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각색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처럼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엄마의 모습 또한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윤기 감독과 함께 한 <러브 토크>의 그는 내 것을 챙겨가면서도 내면의 외로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써니였고,

이원상(박해일), 한윤식(문성근)이란 두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섹슈얼리티를 부각한 캐릭터 박성연, 노내경 1인 2역을 소화한 <질투는 나의 힘> 같은 출연작도 있다.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에선 감독을 통제하기 위해 후배 배우에게 유혹을 종용하는 선배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를 분출하기도.

초창기 작품인 <칠수와 만수>, <젊은 날의 초상>, <걸어서 하늘까지>도 제각기 다른 캐릭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칠수와 만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는 대학생이자 신여성상인 지나로,

<젊은 날의 초상>은 술집 작부이나 쾌활한 모습으로 영훈(정보석)을 감싸주는 윤점숙(윤양)으로,

<걸어서 하늘까지>는 특유의 당돌함으로 두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매치기 지숙으로 출연했다.

이중 <젊은 날의 초상>와 <걸어서 하늘까지>는 각각 그해 대종상 여우조연상, 백상예술대상 영화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종옥의 연기력을 한층 더 주목받게 했다.

이외에도 최근 <환절기>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과 그 친구의 비밀을 알게 된 엄마 미경 역으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며 ‘역시 배종옥’이란 감탄을 하게 한다.

드라마 출연작에 비하면 영화 출연작은 상대적으로 적은 배종옥. 그러나 그만큼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한 편 한 편 관객들의 마음에 작품을 새겨줬다.

현재 배종옥의 차기작은 변성현 감독의 <킹 메이커>. 남성 배우들이 주를 이룬 이 작품에서 배종옥이 어떤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지 궁금해진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