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에는 늘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뒤따르곤 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제작하여 8월 25일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또 한 편의 영화 <데스노트> 또한 원작 팬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넷플릭스 <데스 노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데스 노트>는 사실 감독과 제작사가 여러 차례 교체되면서 표류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게다가 각본가 중 한 명은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 대표적인 망작으로 불리는 <판타스틱 4>의 제레미 슬레이터였습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가 만들면 뭔가 다르기를 바랐었지요.
만화 <데스노트>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악마를 가지고 놀 정도로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는 라이토와 그에 못지않은 천재 소년 엘이 펼치는 두뇌싸움이었습니다. 두 천재가 서로에게 몇 겹으로 쳐놓은 덫은 지난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고 다시 찾아봐야 겨우 이해가 갈 때도 있었지만, 그것이야말로 만화 <데스노트>의 진짜 재미였지요. 독자들도 데스노트의 깨알 같은 규칙을 찾아보며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뇌’가 즐거운 만화였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데스 노트>에서는 그 정도의 두뇌 싸움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단 두 주인공 캐릭터가 원작의 이미지와 약간 다릅니다. 원작의 ‘라이토’는 절대적인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데스노트로 모든 악인을 처단하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엄청난 야망이 있는 인물로, 그 과정에서 누가 죽든 좀처럼 동요하지 않았지요. 반면, 넷플릭스의 ‘라이트’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학교 일진들에게 얻어터지는 ‘찌질이’입니다. 성적도 우수하고 머리도 나쁘지 않지만, 원작의 라이토만큼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극의 초반 전개는 미국식 하이틴 영화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엘’ 역시 우리가 알던 캐릭터하고는 약간 다릅니다. 국제사회가 기댈 정도로 인류를 대표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창백한 얼굴에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툭’ 치면 ‘픽’ 하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의 악마 같은 지능이 더 대단해 보이는 반전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엘은 좀 혈기가 왕성하다고 할까요? 원작에서 오직 두뇌로만 싸우던 엘이 영화에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경찰차를 훔쳐내 달리는 박력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독기가 빠진 ‘라이트’와 감정적인 ‘엘’이 되어서 원작의 틀을 많이 벗어난 느낌입니다.
물론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1시간 40분짜리 영화 한 편에 담는 데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원작을 모르고 봤을 때, 넷플릭스의 <데스 노트>는 괜찮은 상업영화일 수도 있겠습니다. 연출은 <유아 넥스트> 등 영리한 저예산 호러 영화로 유명한 애덤 윈가드가 맡았는데요.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고어 장면들은 장르 팬들의 환호를 살 만합니다. 애덤 윈가드 감독이 이병헌과 최민식이 주연했던 한국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리메이크한다는 뉴스도 나왔지요.
원작에서 ‘라이토’에게 무한 애정공세를 펼치던 ‘미사’라는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라이토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그녀를 이용할 생각만 하는 냉혈한이었지요. 여기서는 그런 관계가 역전되어서 오히려 ‘라이트’가 ‘미아’에게 푹 빠져있고 정신적으로도 의존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아는 훨씬 단호하고 냉혹한 얼음 미녀로 그려지지요.
또 다른 주요 캐릭터로, 명배우 윌렘 데포의 이미지 자체가 사신 ‘류크’와 제법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섬뜩한 그의 목소리가 캐릭터를 훨씬 설득력 있게 만들었지요. 원작에서 류크는 뒤로 갈수록 다소 귀여운 캐릭터가 되어가는데요. 영화에서의 류크는 악마로서의 위압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편입니다.
넷플릭스의 <데스 노트>는 원작을 시원하게 파괴한 영화일 수도 있고 매력적인 모티브를 미국적인 아이디어로 잘 빚은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궁금하시다면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데스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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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애덤 윈가드
출연 냇 울프, 마가렛 퀄리, 쉐어 위햄, 키스 스탠필드
개봉 2017 미국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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