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블랙 팬서>의 성취
<블랙 팬서>는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우선 전 세계 13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이루어냈는데, 이 기록은 역대 박스오피스 9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또한 거대 자본이 투입되었음에도 흑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제시한 영화였다. 아무런 철학 없이 물량 공세로 세계 영화 산업을 좌지우지한다고 손가락질 받던 마블이 <블랙 팬서>로 평단과 흥행에서 모두 인정받은 셈이다.
<블랙 팬서>의 흥행은 사회현상으로까지 이어져서,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와칸다콘’이 개최되기도 했다. 지난 8월 3일에서 5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린 와칸다콘은 블랙 팬서의 배경이 된 가상의 국가 와칸다를 모티브로 문화, 과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행사였다.
<블랙 팬서>는 아카데미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블랙 팬서>가 올해 이룬 놀라운 성취는 아카데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루스 E. 카터가 만든 의상들은 의상상 후보를 기대해 볼 만하다. 마사이, 줄루, 도콘, 코사 등 아프리카에 실제로 존재하는 부족의 전통을 기반으로 아프로 퓨처리즘을 제대로 구현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공개된 스틸 사진만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정도였다. 켄드릭 라마가 작업한 삽입곡 역시 해당 부문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영화 동지 마이클 B. 조던(킬몽거 역)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주연인 채드윅 보스만을 압도했다. 이 또한 남우조연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혜성처럼 나타나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했고 <크리드>를 연출해 실베스터 스탤론에게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선사했던,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감독상이나 작품상 등의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려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은 블록버스터/액션/히어로 영화에 유독 인색했다. 아마도 작가주의 영화들의 손을 들어주는 유럽의 권위 있는 영화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다크나이트>같은 시대의 명작이 블록버스터 액션 히어로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상이나 감독상 후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지난 2009년의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는 분명한 차별이었다. 따라서 <블랙 팬서>도 2019년 아카데미에서 냉대 받을지도 모른다.
아카데미는 흑백차별 문제, 미투로 시작된 성평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자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 <겟 아웃>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블랙 팬서>는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이지만, 이런 할리우드가 자정하려는 문제의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아카데미가 <블랙 팬서>를 주요 부문 후보에 올릴까?
아카데미 인기상이나 받으라 굽쇼?
그런데 아카데미가 얼마 전 인기영화상을 신설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졌다. 아카데미 조직 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인기영화상은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그러니까 마블 영화들, <쥬라기 월드>, <미션 임파서블> 같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영화들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이 부문 후보에는 당연히 <블랙 팬서>가 들게 될 것이다. 아카데미 인기영화상은 작품성이 아니라 흥행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부문으로, 뭔가 한 수 아래인 작품에 어쩔 수 없이 수여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까 인기영화상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멸칭(蔑稱)에 가까운 불명예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이번 아카데미의 인기영화상에 대한 보도가 있기 전부터, <블랙 팬서>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재능이 만난 최고의 영화이며, 아카데미가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또한 최근에도 <블랙 팬서>가 인기상보다는 작품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좀 더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인기영화상 자체에 대해 영화계의 비난이 이어졌다. 홍보력과 배급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블록버스터 시장의 돈 놓고 돈 먹기식 경쟁에 상을 주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이 많다. 관객이 영화를 접하는 플랫폼이 다양해져 시청률이라는 기준 자체까지 바뀌고 있는 요즘, 과연 그 인기영화라는 것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도 확실한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블랙 팬서>의 활약은 영화사에서 또 다른 기준이 될 것이다. 히어로 블록버스터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 오르는 날이 올지, 인기영화상이라는 아리송한 트로피에 만족할지 두고 볼 일이다.
- 블랙 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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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
개봉 2018 미국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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