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조가 거쳐 온 역사의 일부

- <도이치 이야기> 오다기리 조 감독

<오버 더 펜스>(2016) 이후 3년 만에 부산을 찾은 배우 오다기리 조. 연출 데뷔작 <도이치 이야기>로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데뷔 이후 “오랫동안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었”던 그는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의 연출작 <더 화이트 걸>(2017)에 출연했다가 감독으로부터 “당신이 연출하면 촬영은 내가 맡겠다”는 말에 10년 전 썼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

<도이치 이야기>는 근대화 물결이 시작되던 메이지 시대 초,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연로한 뱃사공의 이야기로 오다기리 조가 “20여년 전에 처음 쿠바를 갔을 때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쓴 이야기다. “모두가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그곳 사람들을 보면서 부유한 인생이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 고민을 이 시나리오에 담았다.” 애초 주인공 도이치의 연령대를 30대 정도로 설정하고 본인이 연기하려다가 “에모토 아키라 배우처럼 연륜이 느껴지는 분이 연기 해야 메시지에 더 부합할 것 같아” 나이 설정을 바꿨다. 또 도이치와 인연을 맺게 되는 소녀 역의 카와시마 리리카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예리하고 풍부한 감성에 반해” 캐스팅 했으며 현장에서 직접 연기 지도를 했다고.

​

프로덕션 역시 클래식한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자연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담기 위해서” 촬영감독에게 고전 영화 스타일과 같은 분위기를 요구했다는 그는 “시대가 변해도 잃지 말아야 할 어떤 것”을 스크린에 표현할 수 있게 해준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린다. “크리스토퍼 촬영 감독을 비롯해 와다 에미 의 상감독 등 고마운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해 주었다.”모두 ‘배우’ 오다기리 조가 거쳐 온 역사의 일부를 함께해 온 이들이다. “그간 타협하지 않고 선택해왔던 작업들이 쌓여서 이렇게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해준 것 같다.”

​

<밝은 미래>(2004), <메종 드 히미코>(2006) 등 배우로서의 오다기리 조의 모습이 훌쩍 떠날 준비를 하며 사는 듯한 신비한 캐릭터를 종종 연기해왔다면, <도이치 이야기>는 그의 속내를 좀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연출자로서의 또 다른 계획도 그래서 궁금하다. “일본은 만화 원작 기반의 영화가 넘쳐난다.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영화 연출을 계속 해볼 생각이다. 그 작품도 많이 좋아해 주시면 좋겠다. 일단 새롭게 방영하는 드라마 <시효경찰>도 좋아해달라.(웃음)”


글 김현수 · 사진제공 돈규클럽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