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2년이나 개봉이 연기된, 하지만 모든 마블 팬들에게는 10년의 기다림이었던 바로 그 영화, <블랙 위도우>가 지난 7일 드디어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찾아왔다.
기원 서사에 대해서는 떡밥만 무수히 던져졌을 뿐 솔로 무비 제작이 좀처럼 확정되지 않아(그들은 늘 '긍정적인 검토 중'이라는 말만 해 왔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던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이번 솔로 무비로 그 기원과 더불어 좀 더 자세한 히스토리가 공개된 셈인데.
첫 등장한 2010년 <아이언맨 2>부터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블랙 위도우와 나타샤 로마노프의 과거 그리고 기원에 대해 알려졌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짚어 본다. 나타샤의 발자취를 짚어보며 영화를 이미 본 분들에게는 리마인드,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스포일러 없는 힌트가 될 수 있도록.
1) 부다페스트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와 블랙 위도우는 같은 장소에서 전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럴 때마다 서로 농담처럼 주고받는 대화 속에 부다페스트가 등장하곤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소울 스톤을 찾으러 가는 우주선 안에서도 그들은 부다페스트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블랙 위도우가 쉴드의 요원이 된 계기는 호크아이였으며 영입 당시 부다페스트에서 모종의 사건을 겪었다. 원래는 호크아이의 '미션'이 블랙 위도우의 제거였으나 죽이지 않고 회유하여 요원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KGB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는 쉴드의 요원이 되기 전 KGB 소속의 일급 암살자였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쉴드 내부에 하이드라가 잠입하여 조직을 장악한 것이 알려지면서 최후의 방법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해 버리는데, 이때 나타샤의 과거 행적까지 전부 오픈되었고 이 때문에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로서 명성을 날리던 나타샤는 청문회에 참석해 KGB 요원이었던 시절의 일들에 대해 추궁을 당해야 했다.
3) 조기교육 스파이....'레드 룸'
여성 스파이를 육성하는 KGB의 기관 레드 룸은 나타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한데, 레드 룸은 <에이전트 카터>에서 다뤄진 바 있다. <퍼스트 어벤저>에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의 연인이자 조력자로 활약했던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는 레드 룸이 어떤 방식으로 소녀들을 잔인한 암살자로 키워내는지를 보여주었다. 소녀들끼리 서로 죽이기도 하고 졸업 시점에 불임 시술까지 받는다.
4) 쉴드 최고의 요원
블랙 위도우의 전투력이 다른 어벤져스 멤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진가는 오랜 첩보활동으로 다져진 스파이로서의 재능과 지식에 있다. 첫 등장이었던 <아이언맨 2>에서는 글로벌 대기업의 수장인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비서로 침투해 그를 속이는 데 성공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쉴드로부터 쫓기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를 돕기도 했는데, 9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비밀이 숨겨진 장소인 뉴저지를 알아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도 위장 잠입해 피어스(로버트 레드포드)를 궁지로 몰아넣었는데, 결론적으로 블랙 위도우가 아니었다면 캡틴 아메리카는 상당히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첩보 능력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쉴드 내부에서도 '블랙 위도우와 견줄 수 있는가'가 요원들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 언급되기도 했다.
5) 냉정과 열정 사이
악명을 떨쳤던 스파이답게 블랙 위도우는 필요한 순간마다 등장해 냉철한 판단력을 보여주었다. <어벤져스>에서 로키의 도발에도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로키가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기였다. 이외에도 어벤저스 팀업으로 전투를 펼칠 때마다 적시에 나타나 캡틴에게 방패를 돌려주거나(...!?)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도와주는 등, 초능력자에 신까지 있는 어벤져스 멤버들 사이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해 왔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는데, 페기 카터의 장례식에서 대립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로저스를 위로하는 한편 어벤져스 멤버들과 그 주위 사람들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6) '가족'
MCU 초유의 사건이었던 '인피니티 워', 즉 타노스(조시 브롤린)가 인류의 절반을 먼지로 만들어버린 '핑거스냅' 이후 나타샤는 홀로 어벤져스 타워를 지키며 지구 각지는 물론이고 우주 전역에 퍼져 버린 어벤져스의 일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나타샤는 어벤져스를 '가족'이라고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였을 정도로 인피니티 워의 상처에서 잘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은 모습을 비추기도. 부모의 이름조차 모르고, 어벤져스 이전의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외로웠던 나타샤의 삶에 있어서 '가족'은 혈연이 아닌 다른 인연으로 묶인 관계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장장 2년을 연기해 개봉한 <블랙 위도우>가 찾아오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는 바람에, 코로나 이후 최대의 예매율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MCU 페이즈4의 첫 영화에 걸맞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다. 어벤져스와 MCU의 오랜 팬들에게는 학수고대했을 그 영화이자, 가장 숭고했던 희생의 주인공이었던 블랙 위도우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10년 만의 솔로 무비라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누구보다 냉정한 '블랙 위도우' 이자 누구보다 따뜻했던 '나타샤 로마노프'였던, MCU 최초의 여성 히어로이자 단단한 원년 멤버 중 한 사람이었던 나타샤였기에, 이 영화는 좀 더 세심하게 잘 짜인 따뜻한 작별 인사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MCU의 '블랙 위도우'가 갖고 있던 아픔으로부터 나아가 이제는 암살자였던 과거 대신 누구보다 용감했던 영웅으로 기억될 나타샤 로마노프를 추모하는.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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