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는 <1987>.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게 해줄 영화의 비하인드들을 모았습니다.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87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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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 제목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1987>의 원제는 <보통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를 살아가던 다양한 보통 사람들의 역할을 강조한 제목이었죠. 영화는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의 인물에 집중하지 않고,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습니다. 군중 장면을 찍을 때, 장준환 감독은 “여러분 모두가 주인공입니다”라며 보조출연자들에게도 동작과 구호 지도를 하고 모두가 주인공인 것처럼 연기를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죠.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그 시대를 더욱 뚜렷하게 상징하는 <1987>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2. 운동화 한 짝에서 시작된 영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비롯된 사건을 담은 <1987>이 이한열의 이야기로 마무리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한열 열사 기념관에서 그의 운동화 한 짝을 보고 영화를 준비했기 때문이죠. 원래 이 운동화는 손만 대도 바스러질 상태였지만 지난 2015년에 복원되어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당시 복원 담당자는 "역사는 기억의 투쟁이다. 구체적인 매개물이 있을 때 더 분명하게 기억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복원된 운동화는 영화를 통해 다시 기억되고 재조명되었습니다.


3. 박종철 열사의 실제 안경을 똑같이 제작했다.
여진구와 영정 속 박종철의 얼굴이 비슷하게 보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던 안경! 장준환 감독과 제작진이 부산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0주기 행사에 참석해 유가족을 만나 그의 유품인 안경을 빌려 이를 모델로 똑같이 만들어낸 것이었죠.


4. 1,2,3부에 따라 다른 색감으로 촬영했다.
영화를 조금 더 주의 깊게 봤다면, 이야기 진행에 따라 장면의 색감이 달라졌다는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영화의 1,2,3 부가 전달하는 내용이 각각 다르기 때문인데요. 박종철 부검을 둘러싼 검사와 공안들의 대결을 그린 1부는 과감하게 청색을 사용했습니다. 인물이 부딪치고, 사건을 쫓아가는 다큐멘터리 느낌을 살렸습니다. 인물에 집중할 때, 빈티지 렌즈를 쓰고, 일부러 포커스가 나간 것처럼 보이게 찍었습니다. 연희(김태리)와 이한열(강동원)의 만남을 그린 2부에선 핸드헬드를 사용해 현장감을 주었고요. 마지막 3부 연대 앞에서는 일부러 더 밝게 색 설계를 했죠.


5. 우현은 진짜 <1987>의 주인공이었다.
<1987>과 출연 배우들의 인연은 실제 1987년의 사건과도 연결되어 있었는데요. 특히 치안본부장으로 나와 악역 연기를 펼친 우현은 1987년 당시 연세대 학생회 전선에서 투쟁했던 운동권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6월 항쟁 때 주도적으로 참가했었는데요.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왼편에 서있는 사람이 우현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우현을 캐스팅하고 싶었지만 이미 주요 역할들의 캐스팅을 마친 상태라 이 역할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흔쾌히 승낙했다네요! 원래대로라면,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사를 그가 해야 했지만, 영화에선 이 말을 듣고 말문이 막힌 채 쳐다보는 장면으로 등장했죠.


6. 실제 장례식 영상에 나오는 문익환 목사는 문성근의 아버지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실제 장례식 영상에서 열사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짖은 문익환 목사는 문성근의 아버지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성근은 극중에서 문익환 목사를 비롯, 민주화 운동가들을 간첩으로 몰았던 안기부장 역할을 맡았죠.


7. 김윤석, 오달수는 박종철 열사와 고등학교 동문이다.
1987년 데모 현장에 있었다던 김윤석. 그는 박종철과 혜광 고등학교 동문으로, 2년 후배였습니다. 그 유명한 대사를 자신이 내뱉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하죠. 함께 출연한 오달수는 박종철의 3년 후배로, 감독에게 먼저 찾아가 이 영화에 출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8. 실존 인물 박처원과 똑같이 스타일링 한 김윤석
김윤석은 실존 인물 박처원 치안감 연기를 위해 실제 박처원의 사진을 구해 똑같이 스타일링 했는데요. 일부러 이마를 넓혀 머리를 M자 모양으로 만들어 올백 스타일로 넘겼고요. 마우스피스를 착용해 하관을 두껍게 만들었습니다. 대사를 칠 때, 입안에 침이 고여 발음에 제약이 있었다고 하네요.


연세대 다니던 이한열의 생전 모습(좌), 강동원(우)

9. 이한열은 실제 대학시절 만화 동아리 회원이었다.
만화 동아리 설정도 실화를 모티브로 한 것이었습니다. 연세대 '만화사랑'은 1987년 창설된 동아리로 이한열이 생전에 활동했었죠.


10. 실제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는 한 살 차이였다.
그러나 여진구와 강동원은 16살 차이가 납니다. 여진구가 실제로는 한 살 더 많은 박종철 역할을 맡았죠.


11. 한국 영화 최초로 명동성당 내부를 담다.
실제로 명동성당은 당시 김승훈 신부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각종 집회 및 민주화 성명서를 발표했던 장소인데요. 한국 영화 최초로 내부 촬영이 허가되어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12. 문소리 카메오 출연
에디터도 영화를 볼 당시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영화 마지막 대규모 시위 장면에서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선창하던 목소리의 주인이 바로 배우 문소리였습니다. 장준환 감독의 아내인 문소리는 카메오뿐만 아니라 시위 경험이 없어 잘 모르는 젊은 배우들에게 어떻게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쳐야 하는지 전수하기도 했습니다.


<추격자>, <황해>

13. 하정우와 김윤석은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이 두 조합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추격자>에서는 연쇄 살인범(하정우)과 전직 형사(김윤석)로, <황해>에서도 살인청부업자(김윤석)에게 쫓기는 남자(하정우)로 나왔었죠. <1987>에서는 박종철 사건을 은폐하려는 박 처장(김윤석)과 진실을 알리려는 최 검사(하정우)로 나왔습니다. 세 번 모두 적대적 캐릭터로 만난 두 사람. 다음엔 사이좋은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14. 보안과장 안유 캐릭터에 대한 논란
<1987>에서 실존 인물 안유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해 보고 들은 정보를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이긴 하지만, 그는 당시 재야인사, 대학생 등 공안 관련 사범을 감시, 회유했다고 고백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선 가혹행위를 했던 가해자였다는 부분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구미유학단 간첩단 사건(1985)의 피해자 강용주씨가 안유를 미화한 영화라며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15. '안유'를 연기한 배우 최광일은 최민식의 동생이다.
안유를 연기한 배우에게도 관심이 쏠렸는데요. 그가 최민식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형의 후광 없이 오로지 연기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드러내지 않았는데요. 그는 이미 연극계에서는 베테랑 연기자로, 최근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초반부에 샴푸 건네는 인상 좋은 사형수(...)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6. 연세대 이한열 합창단이 직접 녹음한 '그날이 오면'
영화 <1987>에서 가장 뭉클한 순간은 광장을 꽉 채운 시민들의 모습과 함께 노래 '그날이 오면'이 흘러나오던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에 삽입된 이 노래를 연세대 86학번 중심으로 구성된 이한열 합창단이 직접 녹음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17. 강동원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를 직접 찾았다.
지난해 4월 강동원은 광주 망월동에 있는 이한열 묘소를 직접 찾아가고, 이한열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강동원은 촬영 중은 물론 촬영이 끝나고도 찾아갔다고 하는데요. 이한열 어머니는 강동원을 '이쁜 사람', '애기'라 부르며 돈독한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18. 배역명을 실명과 직함으로 나눈 기준은?
<1987>에는 다큐멘터리나 사극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인물 소개 자막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누구는 실명으로 표기되고, 누구는 직함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 기준에 대해 장준환 감독은 "가해 형사 이름을 실명으로 쓴 건 지금이라도 나와서 잘못을 뉘우쳐 달라는 의미”라며 "최 검사, 윤 기자, 황 박사 등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썼던 인물들을 직함으로 표기한 건 그들의 직업적 사명과 인간의 도리를 다한 노력이 이뤄낸 역사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