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어느새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도 지나갔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이맘때엔 내 통장 잔고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할리우드 배우들의 지갑에 정산된 내용까지 알게 되곤 한다. 누가 얼마를 받았다고 봐봤자 내 속만 쓰리긴 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2021년 어떤 배우가 무슨 영화로 얼마를 받았는지 해외 매체 <버라이어티>에서 정리한 목록을 토대로 나열해 본다. 단위가 1000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할리우드의 특A급 배우들이 받는 출연료임을 미리 일러둔다. 환율은 2월 22일 기준이며, 한화 기준 억 단위까지만 표기했다. 


9위
<매트릭스: 리저렉션> 키아누 리브스
1,200~1,400만 달러(143억~167억 원)

10여 년 만에 네오로서 매트릭스에 재방문한 키아누 리브스가 2021년 출연료 9위에 올랐다. 자신의 필모그래피뿐만 아니라 영화사에서도 상징적인 <매트릭스>와 네오로의 귀환치고는 적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매트릭스> 2~3편으로 3000만 달러를 받았던 전적이나 몸으로 직접 구르며 찍은 <존 윅> 시리즈가 출연료 1000만 달러가 안 되는 걸 생각하면 결코 적은 건 아니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한 수익이 전혀 책정되지 않은 순수한 출연료이기에 극장과 스트리밍 수입 배분을 고려하면 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흥행과는 거리가 먼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8위
<탑건: 매버릭> 톰 크루즈
1,300만 달러(155억 원)

이름이 조금 일찍 나온 감이 있다. 그 톰 크루즈가 다섯 손가락 안에 못 든다고? 여기엔 약간의 함정이 있는데, 톰 크루즈는 출연하는 작품에 제작으로도 참여해 출연료보다 흥행 성적에 따른 백엔드(흔히 말하는 러닝 개런티) 수익이 훨씬 높은 편이다. 이번 <탑건: 매버릭> 또한 제작으로 참여했고, 아마 백엔드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솔직히 목숨 걸고 스턴트하는 ‘톰 형’과 그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을 생각하면 영화사에서도 수익을 나눠주는 게 결코 불편한 거래는 아닐 것이다.


7위
<위다웃 리모스> 마이클 B. 조던
1,500만 달러(178억 원)

우리나라에선 <블랙 팬서> '레고 피부' 킬몽거로 유명한 마이클 B. 조던, 북미에선 국내에서보다 좀 더 흥행력이 있는 모양이다. <록키>의 스핀오프 <크리드> 시리즈나 <저스트 머시>로 연기력 또한 출중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아마존 스튜디오(아마존닷컴 산하의 제작사)는 톰 클랜시의 소설 원작 <위다웃 리모스>에 마이클 B. 조던을 캐스팅하며 1500만 달러의 출연료를 약속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포함한 출연료인데, 예전과 같은 극장 수익에 엄청난 기대를 걸 수 없는 요즘 시대에 이 정도로 엄청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다. 


6위
<로스트 시티> 산드라 블록
<더 그레이 맨> 라이언 고슬링
<토르: 러브 앤 썬더> 크리스 헴스워스
<불릿 트레인> 브래드 피트
2,000만 달러(238억 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산드라 블록,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헴스워스, 브래드 피트

2000만 달러를 달성한 네 명의 배우,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 카드가 하나 있다. 이들 중 다른 한 명은 <더 그레이 맨> 라이언 고슬링이다. 극장 개봉이 목표인 세 작품과 달리 <더 그레이 맨>은 넷플릭스에서 독점 콘텐츠로 공개할 영화다.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극장 개봉에서 대박을 거둬 백엔드 수익을 얻거나, 또는 스트리밍으로 직행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별도의 출연료를 더 받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뭐, 하지만 개봉이나 공개하지 않은 현재로선 네 배우가 동일한 출연료인 건 사실. <토르: 천둥의 신>으로 15만 달러를 받았던 크리스 헴스워스의 천정부지 출연료가 특히 눈에 띈다. 산드라 블록도 함께 출연한 채닝 테이텀보다 출연료를 더 받은 것에서 그의 할리우드 입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요즘 작품 선구안이 무척 좋았던 브래드 피트가 오랜만에 선택한 액션 스릴러 <불릿 트레인>도 어떨지 기대된다.


5위
<돈 룩 업> 제니퍼 로렌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줄리아 로버츠
2,500만 달러(298억 원)
<돈 룩 업> 제니퍼 로렌스
줄리아 로버츠

2500만 달러의 주인공은 제니퍼 로렌스와 줄리아 로버츠다. 두 영화 모두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로 흥행 성적을 포함한 최종적인 출연료라고 보면 된다. <벤 이즈 백> 이후 긴 공백기를 가진 줄리아 로버츠의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루만 알람의 소설을 바탕으로 외부와의 모든 소통이 단절된 시골에서 주말을 보내게 된 두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에단 호크, 마허샬라 알리 등이 호흡을 맞춘다. 혜성 충돌을 앞둔 지구의 좌충우돌 코미디 <돈 룩 업>에서 케이트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가장 어린 나이로 이 출연료 리스트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한동안 출연작들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그에겐 좋은 전환점이 될 듯하다. 


4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돈 룩 업>
마크 월버그 <스펜서 컨피덴셜>
3,000만 달러(357억 원)
<돈 룩 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펜서 컨피덴셜> 마크 월버그

이번에도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의 주연들이 한 자리 차지했다. 제니퍼 로렌스와 같이 <돈 룩 업>에 출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펜서 컨피덴셜>에서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전직 경찰을 맡은 마크 월버그가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의 인식으론 디카프리오의 이름값이 훨씬 크지만, 블록버스터나 장르물로 자주 대박을 터뜨린 마크 월버그의 몸값도 만만치 않다. 특히 누구든지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지향하는 스트리밍 시장에선 그의 '팝콘 무비' 이미지가 오히려 약일 수도. 


3위
윌 스미스 <킹 리처드>
덴젤 워싱턴 <더 리틀 띵스>
4,000만 달러(477억 원)
<킹 리차드> 윌 스미스
<더 리틀 띵스> 덴젤 워싱턴

3위에 오른 건 흥행성과 연기력, 어느 하나 놓치지 없는 흑인 배우들이다. 연출에 도전했던 덴젤 워싱턴은 스릴러 영화 <더 리틀 띵스>로 3년 만에 배우로 복귀했다. 블록버스터 하면 떠오르는 윌 스미스가 의외로 <킹 리처드>라는 드라마에서 이 출연료를 받은 게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킹 리처드>는 테니스계의 슈퍼스타 비너스·셀레나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를 그린 전기 영화다. <더 리틀 띵스>는 보안관 조 디컨이 연쇄살인을 수사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두 영화 모두 개봉과 동시에 워너 브러더스의 OTT HBO Max로 공개됐다. 4000만 달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한 출연료라고.


2위
드웨인 존슨 <레드 원>
5,000만 달러(569억 원)

요즘 가장 티켓파워가 세다고 평가받는 드웨인 존슨이 2위를 차지했다. 그에게 거금 5000만 달러를 부른 건 미국, 아니 세계 최대의 인터넷 쇼핑 플랫폼 아마존닷컴이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연말 시즌을 노린 어드벤처 <레드 원>의 주인공으로 드웨인 존슨과 크리스 에반스를 선택했다. '레드 원'이란 제목과 연말 시즌 겨냥, 그리고 제작진이 ‘34번가의 기적’이 언급한 걸 연결시켜보면 산타클로스가 나오는 모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볼 수 있겠다. 극장 개봉인지, 아니면 독점 콘텐츠인지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스트리밍 백엔드 수익을 포함한 출연료라고 한다.


1위
<나이브스 아웃> 속편들 다니엘 크레이그
1억 달러(1,193억 원)

갑자기 단위를 바꿔버린 이 배우, 2021년 할리우드의 최고 승자 다니엘 크레이그. ‘007’이란 대형 프랜차이즈를 장기간 이끈 그는 곧바로 새로운 프랜차이즈에 안착했다. 바로 <나이브스 아웃>이다. 라이언 존슨이 연출한 <나이브스 아웃>은 미스터리 탐정 추리극이 지금도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극중 최고의 사립 탐정 브누아 블랑을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나이브스 아웃>을 프랜차이즈화하려는 넷플릭스의 제안에 합류했다. 그가 받을 금액은 1억 달러. 사실 정확히 말하면 2편, 3편 동시 계약했기 때문에 두 편에 1억 달러인 것. 그럼에도 이 2021년의 최고가 출연료는 (넷플릭스의 어마어마한 자본력과 함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2, 3편까지 흥행한다면 고전 추리 소설들처럼 '탐정 브누아 블랑' 시리즈로도 확장할 수 있을 텐데, 다니엘 크레이그로서는 그저 열심히 연기하고 작품의 흥행을 기원하고 있을 것 같다. 


나우무비 에디터 비트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