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추리, 또는 수사물은 소설, 영화, TV 등 여러 형태로 만들어졌다. 괴짜 탐정 셜록 홈즈부터 범죄 프로파일러까지 수사관의 직업, 범죄물의 소재나 수사 방식은 다양하고, 지금 범죄물의 ‘전성기’를 연 기념비적 작품도 몇 편 있다. 이 글은 그중 <CSI>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한다. <CSI>는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학 수사관들의 수사 이야기로 이전의 형사, 검사,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던 범죄물의 공식을 바꿨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면서 이후 나온 수많은 범죄 수사물이 <CSI>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과학 수사를 멋지게 그리다

<CSI> 전까지 과학 수사는 범죄 드라마의 중심 소재로 쓰인 적이 거의 없었다. 수사 드라마는 형사, FBI 요원, 사설탐정 등 ‘수사관’ 중심이었고, 과학 수사관은 주변 인물로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내놓는 데만 머물렀다. <CSI>는 과학 수사를 담당하는 범죄연구소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형사는 이들의 사건을 보조하는 역할로 바꿨다. 또한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춘 속도감 있는 화면 편집,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더 멋진 과학 및 기술 용어 때문에 실험이나 수사 자체가 멋진 과정처럼 보였다.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가끔은 부정확하지만, 상관없다. 멋진 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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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지만 매력적인 ‘괴짜’들

<CSI> 이전에 나온 범죄수사물의 수사관들은 한없이 진지했다.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 같은 독특한 캐릭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CSI>의 수사관과 분석관들은 괴짜 같은 면이 있다. 야간팀 반장인 길 그리섬은 곤충 표본을 수집하고, 그렉 샌더스는 DNA 분석을 하면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놓는다. 완벽하지 않지만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엇박자 없이 잘 돌아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호감을 느꼈다. 이후 나온 범죄 수사물의 수사관 캐릭터엔 ‘추리 소설 작가(<캐슬>)’, ‘IQ 150에 박사학위만 세 개(<크리미널 마인드>)’ 등 더 독특한 설정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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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수사관 전면 등장

물론 예외는 있지만, 범죄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주로 ‘남성’ 수사관을 돕는 보조 역할에 머물렀다. 수사물 주인공이 여성일 땐 남성 중심의 근무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캐서린 윌로우스(마그 헬겐버거), 새라 사이들(조자 폭스) 등 <CSI>의 여성 수사관은 남성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유능함을 뽐냈다. <CSI>의 여성 캐릭터는 과학자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긍정적 롤 모델이 되었고, 현재 미국 과학수사 분야엔 여성들이 전방위에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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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수사‘만’ 하는 건 아니다

<CSI>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고 호감가는 건 시청자들이 이들이 일하는 모습만 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증거를 검사할 때, 라커룸에서 근무 준비를 할 때 나누는 짧고 사적인 대화는 범죄 수사관이라는 공적인 환경에서 이들의 평범하고 사적인 부분을 슬쩍 내보인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캐서린의 딸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지난 밤 워릭의 데이트는 어땠는지 알 수 있다. <CSI> 또한 사내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를 빼놓지 않는다. 역시 이야기엔 사람과 사람 사이 벌어지는 극적인 일들이 있어야 재미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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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아크’로 큰 이야기 구축

과학 수사대 대원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1~2건의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CSI>의 기본 포맷이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에피소드 1편을 넘어 여러 편에 걸쳐 진행된다. 일명 ‘스토리 아크’(story arc)라 불리는 긴 이야기들은 2부 연작이나 한 시즌, 또는 여러 시리즈를 걸쳐 진행된다. <CSI>뿐 아니라 <CSI: 마이애미>, <CSI: 뉴욕>의 스토리아크는 캐릭터의 개인사와 공무가 얽힌다. <CSI>의 ‘미니어처 살인자’는 그리섬 반장의 비밀스런(?) 사생활과 관련이 있었다. <CSI: 마이애미>는 호레이시오 반장의 로맨스, 결혼, 복수까지 들어간 장대한 이야기를 2개 시즌에 걸쳐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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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효과: 물적 증거의 중요성

실제 범죄 수사에서는 목격자 증언, 현장에서 발견한 증거가 모두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CSI>에서는 물적 증거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과학 수사관들은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 분석하는 게 그들의 업무이기 때문에, <CSI> 세계에선 물적 증거가 없는 증언은 “언제나 뒤집힐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경향은 다른 범죄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드러났다. 형사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과학 수사로 찾은 증거를 내놓길 기대하는, 일명 ‘CSI 효과’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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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이 낭자한 범죄 현장을 보여주다

<CSI>는 첫 화부터 범죄 현장의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전까지 범죄 현장에 피가 고인 것 정도만 봤던 시청자들에게 <CSI>의 유혈이 낭자한 범죄 현장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부검을 하거나, 시체에 번식한 곤충을 관찰하거나, 범죄 현장을 재현하는 것 모두 생생하게 보여줬다. <CSI> 이후 다른 범죄 수사물은 사건 현장의 참혹함을 더 잘 활용했다. 사람의 ‘뼈’로 수사하는 <본즈>의 에피소드 초반엔 언제나 부검을 진행하기 어려울 만큼 부패된 사체가 나온다.


에그테일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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