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 선재스님 "출연 반대에도 나간 이유는 음식 철학 때문"

"99명의 수행자를 보았다"... 선재스님이 말하는 '흑백요리사2' 비하인드

〈흑백요리사2〉 속 선재스님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2〉 속 선재스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2〉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이 출연 소회를 밝혔다.

1대 1 흑백대전에서 먼저 요리를 완성한 후, 상대 셰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평온한 모습과 "그분이 열심히 하길래 응원해 주고 싶었어요. '이번에 그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라는 인터뷰 음성은 서바이벌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나가지 말라" 만류에도 출연한 이유

서바이벌 예능과 스님이라는 조합은 언뜻 어색해 보일 수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 양평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에서 만난 선재스님은 실제로 주변의 만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시즌1도 못 봤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이 '스님도 혹시 섭외받으면 절대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재미를 위해서 유명 요리사들도 마구 떨어뜨리는 것 같다면서요."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 (양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 (양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이미 대한민국 사찰음식 명장 1호로 일가를 이루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도 아닌 스님에게는 '얻을 건 없고 잃을 것만 많은' 도전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선재스님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명확했다. 한식과 사찰음식, 더 나아가 음식에 대한 철학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1등에도, 상금에도 관심이 없지만,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이야기, 스님들이 생각하는 음식의 개념, 음식을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런 이야기만 담길 수 있으면 두 번쯤 하다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죠."

과거 간경화를 식습관으로 극복한 경험을 가진 선재스님은 '무엇을 먹느냐가 그 사람의 전부'이며 '음식은 수행'이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강연과 강습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어 왔다.

내외국인 대상으로 강연하는 선재스님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외국인 대상으로 강연하는 선재스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함께 출연한 요리사 한 분이 전에 들은 제 강연이 요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전엔 어떻게 하면 예쁘고 맛있게 요리할까만 생각했는데, 이후엔 먹을 사람을 생각한 건강한 요리를 하게 됐고, 그랬더니 행복해지더래요. 제가 〈흑백요리사〉에 나온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음식을 하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서 더 행복하게 건강한 요리를 하면 먹는 사람도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와 모든 자연이 행복해질 수 있죠."

짧은 예능 속에 모든 철학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살생을 피하기 위해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마음을 자극하는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를 배제하는 사찰음식의 철학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흑백요리사2〉의 선재스님(왼쪽)과 옥동식 셰프 [넷플릭스 제공]
〈흑백요리사2〉의 선재스님(왼쪽)과 옥동식 셰프 [넷플릭스 제공]

⬦ 경쟁자 응원한 '그 눈빛'... 서바이벌을 힐링으로 바꾼 명장면

식재료를 대하는 선재스님의 태도와 조용히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평온한 표정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옥동식 셰프('뉴욕에서 온 돼지곰탕')와의 1대 1 대결을 회상하며 스님은 "정말 진지하게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분이 이름이 나면 우리 음식이 더 많이 알려지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근을 재료로 한 '무한지옥' 미션에서 당근전으로 최종 6위에 머물렀던 것에 대해서는 "당근으로 멋있는 요리를 만들기보단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당근의 맛을 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 "99명의 수행자, 그리고 제철음식"

치열하게 경쟁하는 셰프들을 관찰하며 선재스님은 "99명의 수행자를 만났다"고 표현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수행자'로는 후덕죽 셰프를 꼽았다.

"팀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잘해준 임성근 셰프도 훌륭하지만, 저보다도 나이가 많으신 후덕죽 셰프님이 조력을 해주시며 화합을 끌어내 이길 수 있었습니다."

〈흑백요리사2〉의 백요리사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정호영(왼쪽부터), 선재스님, 손종원, 후덕죽 셰프가 17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흑백요리사2〉의 백요리사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정호영(왼쪽부터), 선재스님, 손종원, 후덕죽 셰프가 17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카메라 밖 제작진들과의 경험 역시 스님에게는 소중한 수행의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현장에서 봤습니다. 그 많은 스태프가 움직이는데 거슬리는 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데서 성공이 온다는 걸 다시 깨달았죠."

재료를 대할 때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재료의 성질과 먹는 이의 체질을 고려해 재료와 사람 사이 '통역사'처럼 요리한다는 선재스님은 바쁜 현대인을 위한 건강한 식단으로 제철음식을 권했다.

"유기농은 비싸죠. 제철음식은 싸면서 유기농에 가까운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약념(藥念)을 잘 이해하고 요리하면 제철음식이 약이 됩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음식이 제일 좋은 음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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