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만큼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중 예술혼을 불태우는 감독의 독단으로 인해 빚어지는 일들도 숱하다. 때론 조금 더 실제와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무리한 촬영을 고집할 때도 있고, 때론 배우에게서 최상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는 과거 촬영 현장의 안전에 관한 규율이 느슨했을 때 더욱 심했다.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이유로 안전 문제는 간과되기 일쑤였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기막힌 비하인드 실화들을 모아봤다.
〈로아〉 (1981)

노엘 마샬 감독의 <로아>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영화로 불린다. 아프리카에서 맹수를 연구하는 아빠를 찾아온 가족들이 맹수와 친해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 <로아>는 본래 사냥을 당하면서 자연 서식지에서 쫓겨나게 된 고양잇과 동물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감독이 맹수를 너무나 친근하게 여긴 탓일까.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CGI가 아닌 진짜 사자를 비롯한 맹수들과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던 촬영 현장에는 매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로아>는 가장 위험한 영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로아>의 맹수들은 시각 효과나 편집으로 만들어내는 트릭이 아닌 모두 실제였다. 이 기막힌 촬영 현장에는 사자, 호랑이, 표범, 재규어, 퓨마 등 100마리가 넘는 고양잇과 동물들이 함께했다. 감독을 포함한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촬영 내내 맹수들의 공격을 받았고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촬영장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구급차가 출동했다. 영화에는 노엘 마샬 감독의 아내이자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에 출연한 티피 헤드런과 그녀의 유명한 딸 멜라니 그리피스가 주연을 맡았는데, 사자를 직접 키우고 돌보았던 이들 또한 예외는 없었다. 티피는 사자에게 목 부분을 물려 38바늘을 꿰맸고, 멜라니는 얼굴을 물려 50바늘이나 꿰매고 성형 수술을 해야 했다. 심지어 노엘 감독은 계속 같은 부위를 물려 피부가 썩어들어가는 괴사 증상까지 일어났다. 지옥을 견뎌낸 티피 허드렌은 “아무도 죽지 않은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하며 그날을 회고했다. 촬영 감독의 폭로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객들은 <로아>를 보기를 꺼려 했다. <로아>는 흥행에도 실패하였다. 하지만 훗날 <로아>는 컬트 영화로 재발굴되기도 했다. 진짜 맹수와 촬영했기에 어느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생생함과 낯선 공포,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피츠카랄도〉 (1982)

영화 촬영을 위해 산 위로 배를 끌어올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놀라운 일을 실제로 벌인 사람은 과거 광기 어린 촬영으로 유명했던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다. 영화의 주인공 피츠카랄도(클라우스 킨스키)는 음악에 대한 사랑에 이끌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정글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고, 무지한 원주민들에게 주세페 베르디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피츠카랄도는 오페라 하우스를 짓기 위해 배를 타고 지류를 따라 올라가고, 원주민 수천 명의 도움을 받아 배를 산 위로 끌어올린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은 대본대로 가기 위해 실제 산 위로 배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 시퀀스를 특수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했다. 원래 20세기 폭스가 영화 제작에 관심을 보였지만, 헤어조크가 모형 배와 모형 산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피츠카랄도>는 배를 제작하는 데만 3년이 걸렸고, 정글에 천 명의 엑스트라 배우와 제작진을 수용할 수 있는 캠프를 짓는 데도 3년이 걸렸다. 이 무리한 작업은 부상자도 속출하게 했다. 증기선 위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촬영감독은 손이 절단되어 마취 없이 봉합수술을 받았고, 다른 승무원은 독사에 물린 후 심장 마비를 피하기 위해 전기톱으로 자신의 발을 자르기도 했다. 하지만 배를 산으로 끌어올리는 촬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영화는 이 모든 과정을 담았다.
〈아귀레 신의 분노〉 (1972)

<아귀레 신의 분노>는 베르너 헤어조크와 클라우스 킨스키가 처음 조우한 작품이다. 이후 둘은 5편의 영화에서 함께했는데, 이는 클라우스 킨스키가 악명 높은 배우로 유명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은 그는 평소의 언행에 문제가 많았다. 그는 <아귀레 신의 분노> 촬영장에서도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과 여러 번 다투었다.

클라우스 킨스키는 평소 다혈질적인 성격을 감추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막 대했다. 이때 원주민 역으로 출연한 페루 지역의 인디언들은 그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해 베르너 헤어조크에게 다가가 킨스키를 죽여주겠다고 제안했다. 헤어조크는 그 제안을 고려하다가(!) 결국 거절했지만 훗날 이 제안을 거절한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킨스키는 아마존의 극악한 촬영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촬영장을 떠나려 했다. 감독은 이를 말리기 위해 킨스키를 총으로 쏘고 자신도 자살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감독의 최후통첩이 킨스키에게 잘 먹혀들었는지 촬영장을 떠나지 않았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샤이닝〉 (1980)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스티븐 킹의 고전 소설을 대형 스크린에 불러온 영화 <샤이닝>은 역대 공포영화의 정전 중 하나로 불린다. <샤이닝>은 겨울 동안 호텔에서 가족들과 함께 머물며 소설 작업을 이어가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피바람을 몰고 오는 살인광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사실 잭 니콜슨의 경이로운 연기에는 그의 곤혹이 숨어 있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잭 니콜슨이 캐릭터 잭 토랜스의 광기와 분노를 완벽히 묘사하기를 원했다. 당시 잭 니콜슨은 오스카상 수상 이후 성공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큐브릭의 묘책으로 인해 완벽하게 감독의 의도대로 변신할 수 있었다. 바로 잭 니콜슨이 매우 싫어하는 치즈샌드위치를 먹인 것. 2주 동안 치즈샌드위치만 먹게 해서 잭 니콜슨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광인을 깨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잭 니콜슨은 피를 갈망하는 불안하고 광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그의 캐릭터는 스산한 영화에 공포와 불안을 한껏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