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감독 조지 밀러
출연 안야 테일러 조이, 크리스 헴스워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질주하는 분노에 맞설 연료는 무엇인가
★★★☆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18년 전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녹색의 땅에서 행복했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가 시타델의 최고 사령관이 되기까지를 그린다. 어째서 퓨리오사는 황무지로 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한쪽 팔을 잃었으며 무엇이 그를 임모탄 조의 아내들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게 만들었는지 자세히 다룬다. 전작에서 공백으로 비워놓았던 부분에 빼곡히 달리는 주석은 시리즈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디테일을 강화한다. 동시에 세상의 잔혹함에 무엇으로 대항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매드맥스> 시리즈다운 기름 냄새 진동하는 액션은 이번에도 제대로 엔진을 폭발시킨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전작만큼 충격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호방하다
★★★★
재밌다. 다만 빨간 내복마저 비상해 보였던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품었던 비범함이 옅을 뿐이다. 카 체이스 액션, 압도적이다. 다만 드르렁거리는 배기음에 기분 좋게 홀렸던 전작에 비해 덜 흥분될 뿐이다. 대사 몇 마디 없이 직진하는 운동 에너지만으로 인물의 심리와 세계관을 납득시켰던 전작과 달리, 인물의 서사를 켜켜이 쌓아가는 구조를 취하다 보니 속도감이 시시때때로 느려지기도 한다. 이것은 <매드맥스> 자장에서 언급될 수밖에 없는 이 영화의 운명. 단독으로만 평가하면 분명 ‘상위 레벨’인데, 전작과의 연장선에서 살펴보면 2% 갈증이 남는다. 강조하지만, 별로라는 게 아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튜닝한 작품들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조지 밀러는 시네마 본연의 정신을 다시금 스크린에 박아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매드맥스> 시리즈 팬을 위한 총력전
★★★☆
<매드맥스> 시리즈 팬들을 열광시켰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의 프리퀄.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과 복수를 그린 영화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최고봉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매드맥스> 시리즈만의 독창적 액션은 앞으로도 따라올 자가 없어 보인다. 박력, 쾌감, 전율을 넘어서는 액션 시퀀스는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조지 밀러 감독과 시리즈의 새 얼굴 안야 테일러 조이, 제작진의 열정과 의지가 똘똘 뭉쳐 관객의 열정을 재점화한다.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져 아쉽지만, 여성 복수 서사의 한 획을 제대로 긋는다.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허광한, 키요하라 카야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허광한이란 풍경으로 이어지는 길
★★★
청춘영화가 좀처럼 힘을 못 쓰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대만은 청춘영화가 산업에 안착해 명맥을 꾸준히 이어 나가는 중이다. 그런 두 나라의 니즈가 만난 합작 영화다. 눈 수북이 쌓인 겨울의 일본과 첫사랑의 열기가 스민 18년 전 여름의 대만이 교차하는 사이, 두 남녀의 숨은 사연이 하나둘 드러난다.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건 없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추억에 접속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고백하자면, 아마도 많이들 그러리라 예상되는데,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담기는 건 허광한이라는 풍경이다. 숱한 클리셰의 빈틈을 존재감으로 보수해내는 이 배우는, 스타성에는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 더무비-일섬일섬량성성
감독 진소명, 장반
출연 굴초소, 장자닝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로맨스를 한층 빛낸 극장판
★★★
중화권 타임슬립 로맨스 장르에 신성으로 떠오른 중국 드라마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 극장판. 한국에서도 타임슬립 판타지 로맨스물이 인기를 끄는 추세여서 학창 시절, 짝사랑, 스릴러 요소를 비교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와 다른 전개, 두 주인공에게 집중한 이야기로 극장판의 매력을 충분히 살렸다. 로맨스 영화 <청춘적니>(2022)와 더불어 굴초소의 청춘스타 면모가 만개한 작품이다.
목화솜 피는 날
감독 신경수
출연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조희봉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바래지는 기억들 사이의 또렷한 소망
★★★☆
‘기억하겠다’는 말은 대부분 진심일 테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말뿐이라 무용하다. 벌써 10년, 혹은 아직 10년인 시간 아래 각자의 다짐은 빛바랜 노란 리본처럼 옅어지기도 한다. 기억을 둘러싼 타인의 말들 사이에서 그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캐릭터 설정, 유가족들의 깊은 마음속과 인양된 세월호 선체의 내부를 잇는 세심한 조응은 이 영화의 사려를 읽게 한다. 최선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의 애통한 발걸음을 따라 걷는 이 영화의 여정은, 우리 사회가 손을 놓쳐버린 모든 이들이 언젠가 다시 귀한 존재로 피어나길 소망하는 마음을 걸음걸음마다 고이 놓아두려는 애틋한 과업처럼 보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함께 기억하고 함께 만들기
★★★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들이 계속 나오는 건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다. <목화솜 피는 날>은 다큐멘터리 장르가 다수인 세월호 소재 영화 중에서 드문 극영화이고, 세월호 유가족과 공동 제작한 영화여서 의미 깊다. 10년 동안 유가족이 겪은 아픔과 상처, 유가족들 곁에 머문 시민들의 이야기가 극적으로 펼쳐지며 울림을 전한다. 배우들과 유가족이 함께 연기하고, 세월호 선체 내부를 극 안에서 다루는 시도가 영화 만들기의 참뜻을 일깨운다.
늦더위
감독 서한솔
출연 기진우, 정미형, 이태진, 강윤정, 안민영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여정
★★★
아직 가시지 않는 삶의 더위를 견디던 주인공은 홀연히 일상을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옛 연인, 군대 후임과 재회하며 시작된 산책 같은 여행은 우연한 만남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여러 만남을 통해 주인공의 성격을 드러내고, 각 만남을 마무리 짓는 방식이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30대 청년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한 로드무비로 완성한 감독의 다음 목적지가 기다려진다.
스텔라
감독 킬리언 리드호퍼
출연 폴라 비어, 야니스 니에브외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
★★★
나치 경찰에 협력한 독일 유대인 스텔라 골드슐락의 실화를 재구성했다. 재즈가수를 꿈꾸던 스텔라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고초를 겪고,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나치 비밀 요원을 자청한다. 영화는 수많은 동포를 고발한 스텔라의 선택과 행적을 따라가면서 시대에 굴복한 개인의 삶을 면밀하게 파헤친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였던 문제적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중에서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