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로소, 봄이다. 매해 봄을 알리는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30일 막을 올렸다. 올해로 26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우린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내실을 다지고 예술·독립영화의 저변을 넓히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4월 30일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의 현장을 전한다.

약 한 시간가량의 레드카펫으로 영화인을 맞이한 이후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의 올해 개막식 MC로 선정된 배우 김신록과 서현우가 무대에 올랐다. 두 배우는 “문화의 도시, 전 세계 영화인이 사랑하는 도시 전주”에서 “선을 넘고 경계를 넘어서 새롭고 낯선 영화의 세계”를 보여줄 이번 JIFF를 예고했다.
이어 26회 JIFF의 간략한 개요를 발표했다. 전 세계 57개국 224편의 영화 상영, 이제는 전주영화제 하면 빠질 수 없는 ‘100 Films 100 Posters’,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골목 상영 등 프로그램 안내가 이어졌다. 특히 배우와 관객의 만남 및 독립‧대안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 ‘전주씨네투어x마중’은 저스트엔터테인먼트의 길해연, 김호정, 김신록, 박지환, 서현우, 신동미 등 배우 12인이 함께 한다. 또 배창호 감독의 작품을 고화질 4K 리마스터링으로 만날 수 있는 섹션도 준비됐다.

이어 JIFF의 민성욱,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 영화를 강조하며 “이번 영화제는 (JIFF의) 초기 정신 ‘대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어느새 3년 차 집행위원장이 된 정준호는 집행위원장 임기 마지막 JIFF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레드카펫에 참석한 배우 신현준을 향해 “중동에서 온 배우 신현준”이라며 “Thank you come, Mr. Shin”이라고 인사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며 “선을 넘는 모든 새로움을 응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전주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인사로 전주와 JIFF를 찾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곧이어 올해 JIFF의 특별공로상 수상이 이어졌다. 2024년 12월 세상을 떠난 고 송길한 작가가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송길한 작가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엔 영화감독 임권택, 최동훈, 배우 안성기, 김지미 등의 헌사도 함께 했다. 수상을 위해 송길한 작가의 친아들 송근수 씨가 무대에 올라 “아버지의 생전 목소리를 들으니 울음을 참기 힘들었다”며 생전 송길한 작가에게 섬망 증상이 찾아왔던 시기에도 전주와 영화에 대한 것은 기억하셨다고 전했다. 올해 JIFF는 송길한 작가가 쓴 미완성영화 <비구니>와 당시 제작 과정 관련한 증언을 모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우범기 조직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올해도 철학과 예술, 인생의 프리즘이 담긴 영화들을 통해 창작자의 뜨거운 열정을 마주할 것”이라며 올 JIFF 작품들의 빼어남을 언급했다. 올해 <생명의 은인>과 <클리어>라는 작품에서 배우로 출연한 싱어송라이터 김푸름은 두 영화에서 선보일 자작곡을 공연해 JIFF 개막식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 소개 후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배우 이정현도 개막식 무대에서 소감을 전했다. 출연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제16회 JIFF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받아 전주와의 연이 있는 그는 출연작 <꽃잎>,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더 차일드>, <복수는 나의 것>, <아무도 모른다>를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개막식의 마지막은 JIFF 문성경 프로그래머와 개막작 <콘티넨탈 '25>의 에스테르 톰파, 베네데크 미클로시 터나세, 아도니스 탄차 세 배우가 무대를 채웠다. 이날 에스테르 톰파는 이날 한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참석했는데, 개막식 무대에서 이 한복이 판소리 가수이자 배우 이자람의 것이라 밝혔다. 본래 미국에서 공수한 드레스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는데, 이자람이 자신의 한복을 대여해준 것. 두 사람이 과거 루마니아 현지 공연 등으로 인연을 맺었고, 톰파가 JIFF 참석 전 서울에 머물렀기에 불 수 있는 기적 같은 광경인 셈. 톰파는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올라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