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김재화 배우로만 구성한 <익스트림 페스티벌> 티저포스터.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천의 얼굴의 연기파 배우 김재화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단연 <코리아>(감독 문현성, 2012)일 것이다. 1991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되었던 남북 단일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 김재화는 여기서 중국 선수 ‘덩야령’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익스트림 페스티벌>(감독 김홍기)는 김재화 배우가 장편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첫 작품이다. 김홍기 감독의 단편 <중성화>(2019)를 함께한 인연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익스트림 페스티벌> 시나리오를 김재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말할 만큼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줬다.

김재화 배우는 <코리아>, <롤러코스터>(감독 하정우, 2013), 드라마 <클리닝 업>(연출 윤성식, JTBC, 2022)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맛깔나는 감초 연기를 선보였는데,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에서 주연의 무게감을 확실히 벗어던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거의 매 씬에 등장할 만큼 분량이 많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연으로 모든 캐릭터들과 접점이 있는데도 관객을 금방 스크린에 빠져들게 하는 내공을 선보인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재화 배우를 만나 <익스트림 페스티벌>과 그의 연기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에서 장편 첫 주연을 맡은 김재화 배우.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장편 첫 주연 데뷔를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배우는 사실 캐스팅되는 직업이죠. 주연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누군가 선택해줘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계속 기다려왔던 거 같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 무게감이라는 걸 이길 수 있는 사람만 주연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요. 포스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메인 인물도 김재화 배우, 배경도 다 김재화 배우의 얼굴인 아주 강렬한 포스터죠. 보고 어떠셨나요?

조금 멋쩍기도 했어요. 부담도 되었고요. 사실 제가 혼자 주인공이 아니라 주요 캐릭터들이 있는데 말이에요.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한강대교를 건너는 수많은 버스에 저와 연극을 했던 동료, 친구들의 얼굴이 버스 광고판에 포스터 주인공으로 나온 걸 본 적이 많아요. 솔직한 마음으로 저기 내 얼굴이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막연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대문짝만하게 나온 걸 보니까 오히려 멍한 느낌이에요. 묘하기도 하고요(웃음).

여러 사건, 사고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대표 혜수 역할을 맡으셨는데,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하셨나요?

혜수는 사실 책임져야 할 게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든든한 지원군인 남자친구 상민(조민재)이 회사 이사인데요, 대사에도 나오잖아요. 남자친구든 회사 이사든 택1해서 하나만 잘해달라고 하는 거요. 상민에게든 다른 사람들에게든 맡겨둔 일들이 자꾸 삐걱대는 모습들을 보면서, 혜수의 인생과 제 인생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어떤 면에서 혜수에게 동질감을 느끼신 건가요?

실제로 <익스트림 페스티벌>이 끝나고 좀 오랜 기간 나름의 휴식을 취해야만 했어요. 과로가 누적되어서요. 영화에서 혜수도 그러잖아요. 이제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요. 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제가 어떤 교훈을 얻은 거 같기도 해요. 너 좀 쉬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랄까요?

감사한 게 결혼하고, 임신하고, 연년생으로 출산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제의가 더 많아졌어요. 가정도 지키면서 배우로서 들어오는 작품들을 지금 안 하면 언제 이 세계에 다시 발을 붙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에 악착같이 끌고 오던 시절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혜수를 연기하면서 결단 내리는 시간처럼 제게도 그런 시간이 좀 필요했던 거 같아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기본적으로 소동극이죠. 대사도 많고 동선도 짜야 하고,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채울 일도 많죠. 주연으로 부담스럽지는 않으셨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느끼진 못했어요. 축제 레퍼토리나 군수님 등 큰 이야기 라인이 있지만, 래오(박강섭) 이야기, 은채(정세림) 이야기, 센도(극중 일본의 전설적 가수)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은채와 은채 가족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상민의 뺀질함도 재미있었거든요. 저는 그 다채로운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그러니까 현무암 사이에 잔디를 깔아놓는데, 그 많은 이야기 사이에서 저의 이야기로 끌고 가는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감독님이 연극을 하셨던 분이라 무대로 옮겨도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영화의 거의 모든 씬에 등장할 정도로 분량이 많아요. 다 공들여 연기하셨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씬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래오에게 사자후를 토해내던 씬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래오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예술인 전체 또는 관객들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져서요.

모든 씬들이 다 소중했지만, 방금 말씀하신 씬이 기억에 남아요. 사실 사자후를 내지르는 씬은 어떤 배우가 했어도 재밌을 것 같은 장면이었어요. 촬영도 여러 번 했습니다. 한밤중에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래오가 독백을 하는 장면도 그렇고요. 배우로서 오케이 사인을 받기가 참 힘들었던 씬이에요. 그만큼 감독님이 그 씬에 싣고 있는 메시지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직장인이 되기엔 게으르고, 예술인이 되기엔 무능해”라는,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인 거 같아서요. 사실 촬영 때는 혜수로서 연기를 했지만, 오케이 사인이 나고는 ‘내가 지금 그런 대사를 칠 군번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레오한테 하는 대사도 그렇지만, 스타트업이 처한 상황, 센도 아키라 가수의 장면들을 보면서 김재화 배우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특히 연극이나 영화하는 사람들은 창작에 있어 비용이 발생하잖아요. 협업을 할 경우도 생기는데, 지원금을 받지 않고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걸 아니까 시나리오가 십분 공감이 되었죠.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있어요. 예전에 마당놀이, 사물놀이를 하던 시절 이야기인데요. 광장에서 공연할 때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았어요 정말. 타악기다 보니 지나가던 분이 ‘허가받고 하는 거냐’는 말을 하기도 했고요. 우리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런 것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배짱 있는 배우로 살고 있지 않나 싶어요(웃음).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배우 김재화가 보기에 영화에서 가장 답답한 캐릭터는 누구였나요?

음(고민). 김윤배 배우가 맡은 진행자 김멸치가 영화 후반부에서 “사실 저는 공채가 아니라 잡채인데용”이라고 하는 부분이 기억나네요. 그 장면을 보면서 제가 입을 틀어막고 ‘맙소사’라고 말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The show must go on’(쇼는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이라고 하잖아요. 그랬던 사람이 결국 자신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또 버스 안에서 연습하는 모습들이 짠하면서 답답하기도 했어요. 저것도 내 모습의 하나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스크린에서 보니 또 다르더라고요. 김멸치가 센도 이야기부터 전부 관여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게 새롭게 보였다고 할까요? 너무 좋더라고요. 가장 답답한 건, 극단에서 계속 핸드폰 보고 있는 사람이요(웃음). 제가 정말 제일 싫어하는 류에요. 뭐 해야 하는데 업무에 참여하지도 않고 그런 사람 있잖아요. 시나리오에 그런 디테일함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사실 연기 경력이나 연기력을 생각하면 주연 데뷔는 좀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간 주연에 대한 욕심도 좀 있었을 법 한데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은 독립영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독립영화였기 때문에 제가 운 좋게 주연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기도 해요. 그렇지 않은 상황, 그러니까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면 그 무게를 견디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주연 욕심 같은 건 지금 생각해도 얼굴 뜨거워질 정도로 겁이 날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고요.

그리고 사실 전 첫 주연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촬영했어요. 거기 나오는 배우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웃음). ‘혜수’는 다양한 사람들을 응대하고, 일정을 컨트롤하거나 사건이 터지면 해결하는 역할이잖아요. 다른 작품들에서 맡았던 역할과는 다르게 저 역시도 좀 색다른 경험이었고요. 지나고 보니 영화에 빠져 연기를 했지만, 개봉하고 보니 또 다른 막중한 의무를 갖는 것도 있다는 걸 새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김홍기 감독의 데뷔작을 배우님 장편 데뷔작으로 선택하셨는데요. 김홍기 감독은 배우를 위한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드라마 촬영하던 때였는데 전화가 왔어요. 저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쓴다고 해서 너무나 기뻤고요. 이런 경우가 흔치 않아서 그런지 너무 감사했죠. 어떤 작품인지 너무 궁금했는데요, 시나리오를 받아 보니 제목이 지금 제목이 아니었어요. 너무 강렬했고요. 시나리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계속 궁금해지고 재미있던 기억이 있어요.

원제가 뭐였나요?

<제2회 연산군 문화제>가 제목이었어요(웃음). 지역축제를 다룬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죠. 또 배우로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도 있어요. 지역극단원 중 한명회 역할을 맡은 배우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설정이에요. 저 역시 연극을 한 사람으로서 안톤 체호프의 나라에 대한 선망이 있었는데, 그걸 시나리오에서 한 번 꼬아서 녹인 걸 보면서, 초반에 제가 작품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김홍기 감독은 김재화 배우를 두고 “메릴 스트립보다 위대한 배우”라고 극찬했어요. 혹시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는 있는지 궁금해요.

롤모델은 작품을 할 때마다 만나는 거 같아요. 본받을 점이 너무 많은 선배들이나 동료, 후배들을 만날 때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지역극단을 이끄는 수장 역을 맡으신 김종구 선생님과 군수 역의 문희경 선생님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느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말씀하실 때마다 그 대사의 힘이 바로바로 느껴지더라고요.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다양한 역할 해보셨는데, 꼭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표정을 짓지 않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배우라는 직업은 주어지는 역할을 해야 하죠. 제게는 주로 표현을 많이 해야 하는 캐릭터들이 들어와요. 물론 너무 좋죠. 그런데 무미건조한 사람? 느끼지 못하는 사람? 그런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세 자매와 연기 훈련을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죠. 베테랑 배우인데도 기초적인 훈련을 한다는 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계속해서 연기 훈련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한때 제가 그런 워크숍에 목말라 있었어요. 졸업 이후에 연극과 영화를 계속했는데, 워낙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 순간 내면이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표현하는 직업인데 뭔가 비어간다는 느낌? 대학원 진학은 못 했는데, 어떤 선생님 워크숍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된 거죠.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던 방식이어서 엄청 재미있었죠. 자신보다는 상대방의 변화에 집중하는 것, 결국 연기란 액팅보다는 리액팅이라는 기본을 오랜만에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자매가 모두 배우라서 연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막내 김혜화 배우는 언니들 오디션 대사 상대를 해주다가 배우 꿈을 갖게 된 케이스에요. 학교는 다르지만 비슷한 과정을 지내온 거죠. 지금도 설날, 추석 같은 명절에 모이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독백집을 읽어요. 연세가 있는 아버지가 리어왕 독백을 세 딸 앞에서 하는 느낌이 너무 묘하더라고요. 또 60대인 아버지가 90대인 할머니에게 이런저런 대사를 하면 기분이 묘해요.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독백을 자기화해서 읽을 때는 큰 힘이 생긴다는 걸 느끼죠.

아까 쉼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끼셨다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에 참 많이 달려온 거 같더라고요. 그때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시기기도 했고요. 엄마로서 보면, 다른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휴직한다는데, 저는 딱 그 시기에 배우로서 복이 많이 들어왔어요. 여러 곳에서 불러주셨고요. 그럴 때 ‘나는 배우로서 행복해’라고 하면서도 우리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느낄 때, 그런 마음이 충돌하는 거죠. 영화에서도 그렇잖아요. 어느 순간 갑자기 ‘이 축제를 왜 하는 거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하는 것처럼요. 저도 그런 부분에 딱 부딪혔던 시기였던 거 같아요. 아이들이 물론 소중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17살부터 연기 수업을 받아온 배우인데, 그렇게 오래 버티다가 딱 배우로서 커리어가 피어나고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였죠.

쉬기 위해서 뭔가 바꾸셨어요?

최근 양양으로 이사 갔어요. 바닷가에 갔다가 다시 산 쪽으로 옮겼어요. 그 집으로 이사를 가고 나니 다시 무언가를 창작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기도 회복하고요(웃음). 주택이다 보니 옛날 친구들이 많이 놀러 와요. 남편 친구들도 다들 제 선배니까요(김재화와 남편은 학교 선후배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면 예전에 못했던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연극을 다시 해보자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요. 대학로 한복판에서 하는 거창한 연극이 아니라, <익스트림 페스티벌>처럼 작은 거요. 심지어 우리 집 거실에서 살롱 연극 같은 작은 연극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우리는 늘 잘 포장되어 있고 커다란 또는 화려한 것들을 좋아하지만, 때로는 그러지 않은 것들도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요즘 이 영화를 하고 스멀스멀 듭니다. 참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갔을 때 정말 즐겁게 본 연극이 관객 한 20명 정도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에서 배우 3명이서 <맥베스>를 하는 거였어요. 작지만 초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익스트림 페스티벌> 스틸컷.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배우 김재화에게 흥미로운 건 규모가 아니라는 이야기죠?

너무 아니죠. 오늘도 인터뷰하러 양양에서 서울로 왔는데요. 오면서 10년 전 기억이 나더라고요. 사촌이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저도 그때 인사동에서 퍼포먼스 파티를 했어요. 그 기억이 나더라고요. 에든버러 한복판에서 분장하고 사람들 끌어모으던 기억들? 규모나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제게 재미있고 의미를 주는 작품이면 충분하죠. <익스트림 페스티벌>도 그런 영화였고요. 특히나 화려한 영화가 많이 나오는 요즘에 <익스트림 페스티벌>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있습니다.

양양에서 서울은 어떻게 오가세요?

운전하면 새벽 4~5시에 나와야 해서요. 버스 타요(웃음).

어떻게 보면 <익스트림 페스티벌>이 김재화 배우에게 쉼의 중요성을 알려준 작품이자 연극의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든 작품이네요.

우리 영화에는 자신의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이 되게 많이 나와요. 또 예술을 하는 사람들, 또 단순히 행정가인 것 같지만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죠. 지역 이야기도 나오고요. 그런 것들이 제게 새로운 자극을 준 거 같습니다. 한강대교를 건너며 버스 광고판의 포스터를 보고 부러워하던 제가 아니라, 그전으로 좀 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익스트림 페스티벌>에서 장편 첫 주연을 맡은 김재화 배우.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주)비리프

배우 김재화가 꼭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요?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바뀌긴 하는데요. 엄마가 되고 나서 최근에 드는 생각은 우리 아이들이 꼭 지금은 아니더라도 어른이 되어서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나고 그런 연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거죠. 사실 그런 마음이 걸림돌이기도 해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해야 하는데, 꼭 그렇게 되더라고요. 희한하게(웃음).

차기작은 뭐로 준비 중이세요? OTT 진출 계획은 있으신가요?

이미 OTT는 하고 있어요. 배우가 좋은 건 다양한 장소에서 자기 직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죠. OTT든 드라마든 영화든 연극 무대든, 배우라는 직업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 차기작을 뭘 할지는 모르겠는데, 개봉 예정인 영화가 한 편 더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1,081쪽 짜리 책을 하나 주문했는데요, 올해 안에 다 읽는 게 목표입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