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연출한 조 루소(왼쪽), 안소니 루소 형제.

지금, 할리우드에서 아니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형제는 누굴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인피니티 워>)를 봤다면 루소 형제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겠다. 영화계에는 여러 형제 감독이 있었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지금의 자매)가 루소 형제만큼 유명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연출한 코엔 형제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시네필이라면 <로제타>, <자전거를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 등으로 널리 알려진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밖에 <덤 앤 더미>의 패럴리 형제, 국내에는 박찬욱, 박찬경 형제도 있다. 많은 형제 감독이 있지만 지금은 루소 형제의 시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조슈 브롤린, 크리스 헴스워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크리스 프랫, 마크 러팔로, 톰 홀랜드, 채드윅 보스만,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엘리자베스 올슨, 폴 베타니, 조 샐다나, 안소니 마키, 톰 히들스턴, 돈 치들, 브래들리 쿠퍼, 빈 디젤, 데이브 바티스타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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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로 온갖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루소 형제의 능력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마블 스튜디오에 입사(?) 전까지 루소 형제의 행적을 훑어봤다.


고향은 클리블랜드
루소 형제는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 형 안소니 루소는 1970년, 동생 조 루소는 1971년생이다. 부모님은 판사 출신의 정치가, 변호사다. 집안의 영향이었는지 형제는 법대에 진학했다.

젊은 시절 루소 형제.
<웰컴 투 콜린우드>

스티븐 소더버그가 알아본 재능
두 사람은 클리블랜드 소재의 대학을 졸업할 무렵 첫 작품 <조각들>(Pieces)를 완성했다. 학생 대출, 신용카드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끌어모아 어렵사리 제작한 이 작품은 저예산 영화를 주로 소개하는 슬램댄스필름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이 영화제에서 루소 형제의 영화를 우연히 본 사람이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다. 그는 이들에게 장편 영화를 제안했다. 그렇게 루소 형제의 데뷔작이자 소더버그 감독과 조지 클루니가 공동으로 설립한 제작사 ‘섹션 8’의 창립작, 범죄 코미디 영화 <웰컴 투 콜린우드>가 탄생했다. 이 영화는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비교되며 평단에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웰컴 투 콜린우드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윌리암 H. 머시, 아이제이아 워싱턴, 샘 록웰, 마이클 제터, 루이스 구즈만, 패트리시아 클락슨, 앤드류 다볼리, 조지 클루니, 제니퍼 에스포지토, 가브리엘 유니온

개봉 200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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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을 노려라
<웰컴 투 콜린우드>로 할리우드 데뷔한 루소 형제는 오스카 트로피가 아닌 에미상 트로피를 노리게 된다. <웰컴 투 콜린우드>를 눈여겨 본 방송국 FX네트워크의 경영진은 루소 형제에게 TV 시리즈 <럭키>의 파일럿(첫 에피소드)을 의뢰했다. 이 파일럿을 보고 폭스에서도 루소 형제를 찾았다. 형제에게 <못말리는 패밀리>(Arrested Development)의 파일럿 에피소드 연출을 제안했다. 루소 형제는 수락했고 <못말리는 패밀리>를 통해 에미상을 수상했다.

못말리는 패밀리 시즌1

연출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출연 제이슨 베이트먼, 포티아 드 로시, 윌 아넷, 마이클 세라, 앨리아 쇼캣

방송 2003, 미국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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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앤 듀프리> 촬영장의 루소 형제.
<유, 미 앤 듀프리>

소포모어 징크스?
루소 형제는 2006년 영화계로 복귀했다. 오웬 윌슨, 맷 딜런, 케이트 허든슨, 마이클 더글라스, 세스 로건 등이 출연한 코미디 영화 <유, 미 앤 듀프리>를 연출했다. 전 세계에서 1억 3000만 달러(5월 4일 환율 기준, 약 14000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못했다.

유, 미 앤 듀프리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오웬 윌슨, 맷 딜런

개봉 200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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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송국으로
2007~2008년 루소 형제는 방송국으로 돌아왔다. 이 시기 형제는 ABC의 TV 시리즈 <카풀러스>, <해피 엔딩>, NBC의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캡틴 아메리카: 원터 솔져> 촬영장의 루소 형제.

케빈 파이기를 만나다
마블 스튜디오를 이끄는 케빈 파이기는 TV 시리즈 <커뮤니티>의 팬이었다. <커뮤니티>는 콜로라도 주에 있는 가상의 지역, 그린데일의 대학(커뮤니티 컬리지)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이다. 이 시트콤은 유명 영화를 패러디하는 것으로 유명한 컬트 코미디다. 케빈 파이기는 루소 형제가 연출한 <커뮤니티> 시즌2에서 페인트볼 총싸움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보고 그들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액션 영화 감독을 해야 해!” 약빤 코미디를 만들던 루소 형제는 그렇게 <캡틴 아메리카: 원터 솔져>(이하 <윈터 솔져>)의 연출을 덜컥 맡게 됐다. 루소 형제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특히 국내에서는 그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시트콤의 액션 연출을 보고 거대한 프랜차이즈 영화의 감독으로 앉힐 마음을 먹은 케빈 파이기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먼저 루소 형제 감독의 재능을 알아봤지만 그들을 거물로 키워주지는 못했다. <웰컴 투 콜린우드> 촬영 당시 소더버그는 <오션스 일레븐> 촬영 중이었다고 한다.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케빈 파이기 승이다!

커뮤니티 2

출연 조엘 맥헤일, 질리언 제이콥스, 대니 푸디, 알리슨 브리

방송 2010, 미국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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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촬영현장.

승승장구 형제
<윈터 솔져> 이후 루소 형제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는 다들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코미디를 만들던 형제는 <윈터 솔져>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겼다. 루소 형제는 여러 인터뷰에서 “아버지와 함께 본 <프렌치 커넥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마라톤 맨> 등 1970년대 스릴러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들의 전략은 적중했다. <윈터 솔져>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극찬과 함께 루소 형제는 조스 웨던, 제임스 건 감독과 함께 마블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아니, 루소 형제가 진정한 마블의 적자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인피니티 워>를 지나 다시 돌아오는 타노스가 등장할 <어벤져스> 4편까지 루소 형제가 책임진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감독 조 루소, 안소니 루소

출연 스칼렛 요한슨, 크리스 에반스, 사무엘 L. 잭슨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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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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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스톤 가지고 노는(?) 루소 형제.

루소 형제의 시대극?
루소 형제의 데뷔작 <웰컴 투 콜린우드>가 국내에 소개된 2003년, 루소 형제는 영화주간지 <씨네2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루소 형제는 “코언 형제, 워쇼스키 형제, 패럴리 형제 등 기묘하게도 형제 감독 듀오의 다수가 장르영화의 진화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루소 형제가 특별히 야심을 품은 장르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루소 형제는 이렇게 답했다.

“열정을 가진 특정한 장르는 없고 모든 영화를 사랑합니다. 실은 코미디 영화부터 만들었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본래 만들고자 했던 것은 시대극이었거든요. 형제 감독들이 장르영화에 끌리는 까닭은 장르영화는 모험적이며 오페라적인 극적 장치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형제팀이 특정한 스타일의 공통적 영화언어를 발전시키기 시작하면 그 스타일을 유지하고 심화시키는 것이 쉽다고 봅니다. 우리의 바람은 가능한 한 상이한 영화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능한 한 상이한 영화? 슈피히어로 영화? 루소 형제도 15년 전,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만들게 될 줄은 그것도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반면 그들의 말처럼 형제 감독으로서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언어를 발전시켜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문득 마블의 슈퍼히어로 영화의 정점에 있는 루소 감독이 마블의 품을 벗어나 인터뷰처럼 시대극을 만든다면 어떨지 궁금하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