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ish Gambino 'This Is America' M/V

2018년 5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뮤직비디오. 차일디시 갬비노의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다. TV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도널드 글로버가 차일디시 갬비노라는 뮤지션명으로 발표한 오랜만에 발표한 트랙이다. "이것이 미국"이라는 정치적인 제목만큼이나 흥겨움과 잔혹함이 뒤엉킨 뮤직비디오에는 미국 사회를 이루는 폐부들이 알알이 새겨져 있다. 한편 글로버는 5월 24일 개봉하는 <스타워즈>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랜도 칼리시안 역으로 출연했다. 그야말로 당대 가장 핫한 엔터테이터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행보. 도널드 글로버의 지난 활동들을 정리했다.


TV
<30 락>

도널드 글로버는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심슨 가족>을 쓸 것 같은 사람'으로 꼽힐 만큼 일찌감치 작가로서 자질을 뽐냈다. 뉴욕대 티쉬 스쿨에서 극작을 공부해 2006년 티나 페이의 시트콤 <30 락> 프로듀서에게 자기 작품을 보냈고, 바로 <30 락> 작가로 일하게 됐다. 4년간 <30 락> 일원으로 몸 담는 동안 카메오로도 몇 차례 출연한 바 있는 그는 코미디 팀 '데릭 코미디'를 꾸려 유튜브에 콩트 클립들을 올렸고, 2008년 <SNL>의 버락 오바마 역의 오디션을 보는 등 연기에 대한 의지도 꾸준히 드러냈다.

<커뮤니티>

배우로서 이름을 알린 건 2009년 NBC의 시트콤 <커뮤니티>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콜로라도의 그린데일 커뮤니티 컬리지를 배경으로, 누구 하나 멀쩡한 이 없는 학생들이 지지고볶는 걸 그린 작품. 글로버는 고교 미식축구 스타 출신의 트로이 반스를 연기했다. 영화광 무슬림 아벳과 함께 어울리며 영화/게임 마니아가 되고, 틈만 나면 별별 해괴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유명한 피자 짤방의 주인공이 바로 그. 시즌5에 배 타고 여행을 떠나는 설정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걸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와중, 자잘히 많은 프로그램에 관여했다. 2010년 스탠드업 코미디쇼 <코미디 센트럴 프레젠트> 무대에 올라 화려한 입담을 선보였고, 2013년 <세서미 스트리트>와 <걸스>에 한두 에피소드 출연한 것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과 <얼티메이트 스파이더맨>, <차이나, IL>에는 목소리 연기를 보탰다. 그리고 2016년, 글로버의 TV 커리어가 또 한번 뛰어올랐다.

<애틀란타>

제작, 연출, 각본, 주연을 도맡은 FX의 드라마 <애틀랜타>가 대중과 평단을 절대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래퍼로도 활동하고 있는 글로버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미국 힙힙신을 블랙코미디 톤으로 그려낸 이 작품을 글로버 본인은 "래퍼들의 <트윈 픽스>"라고 소개한 바 있다.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TV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주연상, 에미 시상식 코미디 부문 감독상과 주연상을 받았다. TV 프로그램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대도 과언이 아니다.

'에미' 2관왕을 거머쥔 도널드 글로버

FILM
<미스터리 팀>

글로버의 첫 영화는 <미스터리 팀>, 앞서 언급한 코미디팀 '데릭 코미디'가 만든 장편영화다. 팀 일원들이 연기뿐만 아니라 각자 역할을 병행하는 셀프 프로덕션을 갖춘 가운데, 글로버는 제작, 각본, 음악까지 소화했다. 빠듯한 예산으로 7주간 제작을 진행한 <미스터리 팀>은 2009년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래 가을 소규모로 개봉해 약 9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매직 마이크 XXL>
<마션>

이후 작은 규모의 영화들에 작은 역할로 참여하던 글로버는 <커뮤니티>에서 하차한 후인 2015년엔 꽤 눈에 띄는 역할로 출연한 영화 세 편이 개봉됐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블럼하우스의 호러 <라자루스>에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팀 조수로 나온 데 이어, 근육질 남성들의 한바탕 춤사위로 가득한 <매직 마이크 XXL>에선 가수로 출연해 브루노 마스의 'Marry You'를 맛깔나게 커버해 새삼 뮤지션의 정체성까지도 보여줬다. 맷 데이먼의 화성 생존 SF <마션> 속 NASA의 궤도 계산 전문가 리치 퍼넬은 작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은 확실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0년 5월, '#donald4spiderman'라는 해시태그가 화제를 모았다. 소니에서 리부트 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로 도널드 글로버가 캐스팅 되길 적극 어필한 캠페인이다. 처음엔 팬 한 명의 응원으로 비롯된 이 움직임은 SNS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가 상당한 지지자를 끌어모았고, 스파이더맨을 만든 스탠 리까지 이를 지지했다. 많은 이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앤드류 가필드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도널드 글로버와 스파이더맨과의 연은 계속됐다. 2014년 애니메이션 <얼티메이트 스파이더맨>의 블랙 수트 버전 스파이더맨 목소리를 맡았고, 작년 마블/디즈니 체제의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선 동네 건달 아론 데이비스로 나왔다. 원작 코믹스에서 아론은 '프라울러'라는 예명으로 스파이더맨의 조력자로 활동했으니 앞으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도널드 글로버의 활약상을 이어질 전망이다.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랜도 역의 빌리 디 윌리엄스 / <한 솔로>의 도널드 글로버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의 시점에서 10년 전으로 시간을 돌린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도 도널드 글로버가 출연한다. <제국의 역습>((1980), <제다이의 귀환>(1983)에 출연해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의 흑인 캐릭터로 회자되는 랜도 칼리시안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 차기작마저 강력하다. <정글북>(2016), <미녀와 야수>(2017)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 실사 프로젝트인 <라이온 킹>의 주인공 심바 목소리에 캐스팅 된 것. 날라 역에는 세기의 디바 비욘세가 기용됐으니 도널드 글로버와 비욘세의 노래를 한 노래에서 들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라이온 킹> 심바

MUSIC
<Camp>와 <Because the Internet>

글로버에 대한 재미있는 반응이 있다. "도널드 글로버가 차일디시 갬비노였다니!"와 "차일디시 갬비노가 도널드 글로버였다니!". TV와 스크린뿐만 아니라 '차일디시 갬비노'라는 이름의 뮤지션으로서도 꿀리지 않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반응일 터. 글로버는 학부 졸업을 앞둔 2006년 습작 믹스테이프를 만든 걸 시작으로 꾸준히 뮤지션으로서도 창작열을 불태워 왔다. 우탱 클랜(전설적인 힙합 그룹)식 이름 생성기가 만든 '차일디시 갬비노' 명의로 여러 믹스테이프를 내놓은 그는, <커뮤니티>의 음악감독이었던 루드비히 고라슨과 함께 2011년 첫 앨범 <Camp>를 발표했다. 24만 장은 팔아치운 <Camp> 2년 뒤 두 번째 앨범 <Because the Internet>는 그보다 두 배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Childish Gambino - Redbone (Live From 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

오랫동안 랩에 치중한 음악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세 번째 앨범 <"Awaken, My Love!">는 싸이키델릭한 사운드의 R&B 트랙들로 채워졌다. 오랜 음악 파트너 루드비히 고란슨과 의기투합한 이 작품은 빌보드 차트 5위로 데뷔해 수많은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다. 싱글 'Redbone'은 작년 가장 열렬한 반응을 끌어낸 조던 필의 공포영화 <겟 아웃>의 초반부에 나왔다. 평단의 반응도 준수했던 앨범으로 글로버, 아니 차일디시 갬비노는 작년 그래피 시상식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트래디셔널 R&B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이후 돌연 음악 생활을 접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도 있지만, 올해 초 인디레이블 글래스노트를 떠나 거대 프로덕션 RCA와 계약했다.

그리고 5월 3일 'This Is America'의 음원과 <애틀란타> 일부 에피소드의 감독이었던 히로 무라이가 연출한 뮤직비디오가 발표됐다. 5월 현재까지, 2018년 음악계에 이만큼 거대한 반응을 일으킨 트랙은 없었던 것 같다. 글로버는 최근 인터뷰에서 'This Is America'가 미국 독립기념일에 울려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년 그래미 시상식의 차일디시 갬비노

씨네플레이 문동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