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소개할 영화들이 진짜 망한 건 아니다. 다만 2018년 영화 가운데 마음에 들어서, 지금보다 더 많이 거론되거나 더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마음으로 골라본 리스트다. 간단히 말해 기자가 뽑은 2018년 최고의 영화 같은 작품들이다. 3월 16일부터 22일까지 해당 작품 VOD 상품페이지에서 30% 할인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으니 못 본 작품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관람해보자.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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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과한다. 감히 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결과가 아쉬운’이란 제목으로 소개하다니. 관객도 16만 명을 달성했으니 괜찮은 편인데. 다만, 앞서 말했듯 <어느 가족>이 가진 매력이나 미학은 국내에서 그렇게 자주 언급되지 않는 듯하여,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였다고 변명해본다.

<어느 가족>은 도둑질로 삶을 연명하고 있는 유사 가족을 그린다.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잔잔한 연출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생기가 넘치는 장면이 많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가족이란 단위에서 잘 그리지 않는 육체간의 교류,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지만 짊어져야 할 의무감을 묘사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 작은 집에선 생기가 넘치다 사회에 던져졌을 때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움츠러들고 위축되는 이 ‘좀도둑 가족’(이 영화의 원래 제목)의 무력감도 그렇고.

특히 이 영화의 방점을 찍은 건 고(故) 키키 키린 배우다. 함께 사는 이들에게 집과 생활비까지 제공해주는 하츠에 시바타 역을 맡았는데, 인상적인 명장면을 만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의하면 그 장면은 키키 키린의 애드리브였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임을 생각하면, <어느 가족>의 호불호를 떠나 일본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전>

Hereditary|아리 에스터 감독|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가브리엘 번|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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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로튼 토마토 100%, 그런데 국내 개봉 후 혹평 일색. <유전>은 2017년 <겟 아웃>을 떠올리게 한다. 해외에서 과대평가를 받은, 하나도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 맞다. <유전>보다 무서운, 꺅 소리를 지를 영화는 많다. 하지만 <유전>만큼 보면 볼수록 놀라운 영화는 드물다.

처음 <유전>을 봤을 땐 당연히 무서운 공포영화였다. 가족에게 갑자기 들이닥치는 악의 기운. 누군가의 죽음에서 비롯된 수많은 비정상적인 사건들. 영화가 끝나고, 이 영화가 정말 공포영화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다시 본 <유전>은 비틀거리며 서로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가족 드라마였다. 이 관점에서 봐도 <유전>의 깊이는 전혀 얕지 않았다.

<유전>이 여타 공포영화와 격을 달리하는 키워드는 비극이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극중 그리스 비극을 언급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은 신화적 인물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선택한 것이 더 자신을 옥죄는, 그야말로 인간의 범주 외 힘으로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엄마 애니(토니 콜렛)와 아들 피터(알렉스 울프)의 대화를 되돌아보자.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서로는 비참해진다. 쉽게 끊을 수 없는 혈연에서 비롯된 비극은 이처럼 비참하다.


<인크레더블 2>

Incredibles 2|브래드 버드 감독|크레이그 T. 넬슨, 사무엘 L. 잭슨, 홀리 헌터|전체 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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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오는 속편은 전편과의 물리적 시간 차이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한다. <인크레더블 2>는 그럴 이유가 없다. 애니메이션이니까! 14년 만에 돌아올 파 가족은 늙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를 <인크레더블> 엔딩에서 곧장 이어간다. <인크레더블 2>는 전편에서 곧장 이어지는 이야기로 물리적 시간을 타파해 전편의 관객들을 다시 극장에 불러 모은다.

그리고 과연 픽사, 라는 감탄이 나올 이야기를 조형해간다. 잭잭의 성장과 바이올렛과 대쉬의 일화에서 코미디를 취해 아동 관객들을 웃게 만들고, 아빠 밥 파의 내조와 헬렌 파의 활약에서 기존의 가정상을 파괴해 1편을 보고 성장한 관객들까지 설득시킨다. 그 무엇보다 전개가 ‘재밌어서’ 불편한 구석 없이 관객들에게 와닿는다.

<인크레더블 2>는 전 세계에서 12억 달러를 벌었고, 국내에서도 300만 명을 동원했다. 분명 흥한 영화는 맞다. 하지만 연말에 등장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라는 어마어마한 애니메이션이 <인크레더블 2>의 존재감을 말끔히 지워버린 느낌이 없잖다.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모두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도 내줘야 했고. 그런 이유에서 괜스레 한 번 더 상기시키고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カメラを止めるな!|우에다 신이치로 감독|하마츠 타카유키, 아키야마 유즈키, 나가야 카즈아키|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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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싸 들고 말린다는 말이 있는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도시락 싸 들고 홍보하고 싶은 영화다. 으엑, 요즘 일본 영화 다 별로잖아요? 그러면 일단 앉혀놓고 이 영화를 틀어주고 싶다. 싸구려 같은 포스터 뒤로 어마어마한 수작이 있을 거라곤 쉽게 생각하지 못할 테니까. 상영관도 많지 않아 이 영화의 최종 관객수는 2만 명도 채 되지 않아 유독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장을 담았다. 그게 다다. 별거 없다. 그런데 재밌다. 웃기다. 영화를 찍는 도중에 일어나는 일을 다양한 시선에서 본다는 아이디어를 훌륭하게 구현해낸다. 이 영화는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것이 더 좋지 때문에 이 정도로만 설명하고 싶다. 이 영화, 딱 95분이다. 이보다 길면서 제값 못하는 영화 많다. 그런 거 말고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란다.

이런 말들이 허풍선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변명하자면, 이 영화는 영화란 매체의 본질, 가짜를 진짜처럼 그리는 것에 대해 통렬한 반전을 날린다. 또 우리 삶의 수많은 일에 사실은 각자의 사연이 있다는 뻔한 교훈을 코미디로 승화한다. 95분의 코미디 영화에서 이 같은 화두를 던지는 건 어렵다. 그것도 재밌게, 이야기에 필요한 만큼 숨겨서 전하는 건 더욱 어렵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그걸 해낸다.


<죄 많은 소녀>

김의석 감독|전여빈, 서영화, 고원희|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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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영화계는 흉년이었다.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부분 고꾸라졌다. 살아남은 영화는 대개 독립영화, 소규모 영화였다. 그중에서도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은 ‘2018년 한국 영화 삼대장’이라 해도 좋을 만큼 호평받은 데뷔작이다(그렇다, 이 세 영화가 이들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중 <죄 많은 소녀>는 가장 악에 받친 영화다. 경민(전소니)이 사라지자 영희(전여빈)는 그를 본 마지막 목격자로 조사를 받는다. 경민 엄마(서영화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영희를 의심한다. 같이 공부하던 학우들도, 그의 마음을 헤아려줘야 할 어른들도 영희가 원인이라고 단정 짓는다. 영희와 경민 엄마가 겪는 일련의 사건은 보는 내내 관객들을 진 빠지게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서영화, 유재명, 전소니, 전여빈, 고원희

솔직히 이 영화, 무섭다. 전여빈이 보여주는 무수한 눈빛과 표정, 이 꽉 문 입술이 제대로 치유받지 못한 채 끝나는 엔딩과, 영화적으로 훌륭하게 설계됐으나 인물들의 심리가 명백하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사회가 요구하는 평화로운 태도를 내려둔 인간들의 이 의심과 오해들은 얼마나 첨예한지. 영화 초반에 사라진 경민이 영화 내내 망령처럼 떠돌듯, <죄 많은 소녀>가 2018년 말미에 계속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도 얼마나 많은 오해를 가져가고 있을까.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