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의 경주여행은 왜 ‘기행’이 됐는가? 〈경주기행〉은 그 질문에 답하는 영화다. 오는 8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누가, 무엇이, 어떻게, 이토록 평범한 가족을 이 자리에 세웠는가? 그 질문 위에서 영화는 숱한 사적제재 서사와 다른 길을 간다. 단순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통쾌한 응징을 향해 질주하는 대신, 영화는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네 모녀의 삶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묵직하게 비추며 울림을 선사한다.
〈경주기행〉은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며 장르적 긴장감과 독특한 재미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네 모녀가 복수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자의 상처를 따라간다. 이 영화에서 복수는 카타르시스이기 이전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위로이기도 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장르적 쾌감과 재미를 충족하지 못했냐 하면 그건 전혀 아니다. 김미조 감독의 전작 〈갈매기〉(2020)에서 보여준 소박한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는 마치 네 모녀의 부서진 자동차처럼 스릴러와 블랙코미디, 로드무비와 가족 드라마 사이를 거칠고도 유쾌하게 오간다.

지난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영화 〈경주기행〉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미조 감독과 네 모녀를 연기한 이정은, 김주령, 박소담, 이연, 그리고 살인범 백상현 역의 변요한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주기행〉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미조 감독은 실제로 딸 넷인 집의 막내다. 전작 〈갈매기〉에 이어, 다시 모녀의 이야기로 관객을 찾아온 김 감독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관계와 감정이 네 모녀의 이야기였다. 내가 관찰했던 엄마와 언니들의 관계에 집중했다”며 자신이 관계와 감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장르적 연출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장르 영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매드 맥스〉 같은 영화를 찍어보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고 〈경주기행〉만의 독특한 혼합 장르적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제가 연출하고자 하는 〈경주기행〉 방향 자체가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가족의 이야기였다”며 코미디와 카체이싱, 액션 등의 장면 등을 혼합해 독특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김미조 감독은 기존 사적제재 서사와 의도적으로 다른 길을 간 이유도 밝혔다. 김 감독은 “기존 복수극을 볼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 ‘복수를 하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 마음을 먹기까지의 과정이 과연 쉬울까’라는 점이었다”며 “사람을 죽이는 일은 결코 쉬울 수 없고, 가족 개개인이 이 상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첫째 딸 장주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은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한결 감독, 그리고 〈경주기행〉의 김미조 감독 등 여성 감독들과 작업을 한 경험을 언급하며 “이 세 분이 카테고리가 비슷하다. 특징은 열정이 정말 과도하다는 점이다. 본인들이 각본을 쓰셨고, 그 캐릭터들이 본인들이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내가 해소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효진은 “김미조 감독님은 유머러스하시고, 리더십이 탁월하셨다. 첫 촬영 날, 스케줄표가 너무 많아 다 못 찍을 것 같다고 걱정했는데 다 찍어내는 것을 보며 엄마(이정은)에게 ‘우리가 영화를 잘 선택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고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세 딸의 엄마 옥실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은 “사적 제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 어머니는 가족 구성원이 사고를 당한 그 시점부터 시간이 멈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복수밖에 없다는 지독한 사랑을 표현했다”고 연기의 주안점을 밝혔다.
한편, 변요한에게 살인범 백상현 역은 파격 변신을 요구하는 역할이었다. 변요한은 가발과 마우스피스까지 착용하며 열연을 펼쳤다. 변요한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너무나 작은 세계관에서 잘못 배워서 나르시시즘적인 부분이 있는 인물”로 해석했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는 역할로 접근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코미디와 카리스마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덧붙였다.


둘째 영주 역을 맡은 배우 박소담은 “촬영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헷갈렸던 순간이 없었다”라며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이 작품이 너무나 마음속 깊숙이 들어왔다”고 〈경주기행〉이 주는 깊은 울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셋째 동주 역을 맡은 배우 이연은 “복수는 복수할 상대의 심장과 자신의 심장을 동시에 찌르는 일”이라면서 “본인의 심장을 찌르려면 그만큼의 용기와 아픔, 두려움을 이길 만큼의 분노가 필요하다. 그 모든 감정이 영화에 보였다고 생각한다”라며 관객들과 함께 이 영화의 감정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털어놓았다.
영화 〈경주기행〉은 8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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