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영화제는 9월 초에 개최돼, 매해 가을 즈음 영화계에서 크게 주목 받는 작품들이 상영된다. 칸과 베니스 영화제의 상영작은 물론, 토론토 영화제를 통해 세계 최초 공개되는 작품 역시 즐비하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유독 기대되는 아홉 영화를 선정해 간단한 소개를 더했다.


<디어스킨>

Le D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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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텡 두피유(미스터 와조)

캉텡 두피유는 MR. 와조라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모든 걸 폭파시킬 수 있는 타이어(<러버>), 영화역사 상 최고의 비명소리를 찾으려는 감독(<리얼리티>) 등 황당무계한 소재의 코미디를 통해 영화감독으로서도 확고한 스타일을 세웠다. 신작 <디어스킨>은 아내와 이혼하면서 중년의 위기에 놓인 조르주가 여행 중에 터무니없이 비싼 사슴가죽 재킷을 사고 캠코더를 덤으로 얻으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그린다. 무성영화 <아티스트>(2011)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장 뒤자르댕이 조르주를, 요즘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아델 하에넬이 조르주가 여행 중에 만나는 바텐더 역을 맡았다.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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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존슨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유전>(2017)의 토니 콜렛, <셰이프 오브 워터>(2017)의 마이클 섀넌이 모두 모인 영화가 있다. 저예산 영화 <브릭>(2005)으로 데뷔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의 신작 <나이브스 아웃>이 바로 그것. 부유한 범죄 소설가가 85번째 생일에 살해당한 사건을 남부에서 온 이름난 형사가 담당하게 된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소설가의 가족과 친지들과의 관계가 점차 수면으로 오르면서 사건은 복잡해진다. 쫀득쫀득한 대사와 치밀한 서사,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까지 소화하는 라이언 존슨이 알프레드 히치콕과 애거서 크리스티가 동시에 떠오르는 미스테리물은 과연 어떨까.


<마이 조이>

My Z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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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델피

줄리 델피는 이제는 감독이라 부르는 게 더 익숙할 만큼 활발한 연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일곱 번째 연출작 <마이 조이>는 델피가 발표한 지난 작품들과 전혀 다른 영화다. 전작들이 대부분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로맨틱코미디였던 데 반해, <마이 조이>는 사랑이 완전히 부서져버린 상태에서 시작한다. 영국인 남편과 베를린에서 결혼 생활을 하던 과학자 이자벨(줄리 델피)은 얼마 전 이혼하고 딸 조이의 양육권 때문에 속을 썩히던 중, 딸이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웃음기 하나 없어 보이는 이야기는 델피가 직접 연기한 주인공이 결단을 내리면서 '싸이코 드라마' 수준까지 밀고 간다고.


<스테이트 퓨너럴>

State Fu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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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로즈니차

세르게이 로즈니차는 영상 자료들을 특별한 기교과 흐름 없이 이어붙이는 것만으로도 독자적인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음을 증명한 감독이다. 한 공간에 모인 군중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소신으로 가득하다.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끌어내린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투쟁을 되새기고(<마이단>), 한여름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사진을 찍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관람객을 관찰한(<아우스터리츠>) 로즈니차가 이번에 우리 앞에 내보이는 현실은 스탈린의 장례식 현장이다. 그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스탈린의 장례식 푸티지들을 끄집어내, 스탈린 통치 하에 890만 명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만의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흐느끼는 광경을 똑똑히 보여준다.


<더 라이트하우스>

The Light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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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거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스타일로 무장한 공포영화 <더 위치>(2015)의 로버트 에거스는 데뷔작 이후 4년 만에 새 영화 <더 라이트하우스>를 내놓았다. 19세기 말 뉴 잉글랜드, 등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청년/중년 등대지기가 서서히 광기에 빠져드는 과정을 펼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미국 북동부 끄트머리에 위치한 뉴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올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처음 상영된 이후, 두 주연 로버트 패틴슨과 윌렘 대포의 훌륭한 연기와 더불어 35mm 필름으로 촬영한 흑백의 이미지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진실>

La véri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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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작년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프랑스로 건너가 신작 <진실>을 만들었다. 공간은 확 변했지만 이번 영화 역시 중심은 '가족'을 향한다. 프랑스 영화계의 전설적인 스타 파비안느는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던 딸 뤼미에르를 오랜만에 만나지만, 매사에 엄격했던 어머니에게 질렸던 뤼미에르가 머잖아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면서 모녀 사이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카트린느 드뇌브와 줄리엣 비노쉬의 협연만으로 기대치는 충분하다.


<언컷 젬스>

Uncut G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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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조슈아 사프디

뉴욕에서 나고자란 베니/조슈아 사프디 형제는 데뷔 이래 꾸준히 뉴욕을 배경으로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처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굿타임>(2017)으로 눈밝은 관객들의 극찬을 이끌어낸 후 2년 만에 내놓는 <언컷 젬스>도 어김 없이 뉴욕의 이야기다. 아덤 샌들러가 일생일대의 한탕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업과 가족을 끌어안으면서 온갖 역경을 통과하는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를 연기한다. 오랫동안 각본과 편집을 돕는 로널드 브론스타인, <굿타임> 속 카오스를 부풀리는 사운드트랙의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가 이번 작품에도 참여한 가운데, 근작들을 찍은 션 프라이스 윌리엄스 대신 <세븐>(1995)과 <옥자>(2017)의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감독을 맡았다. 前 NBA 선수 케빈 가넷과 가수 위켄드가 실제 자신으로 등장한다고.


<비탈리나 바렐라>

Vitalina Var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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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코스타

포르투갈의 시네아스트 페드로 코스타는 <반다의 방>(2000)부터 줄곧 리스본의 빈민촌 폰타니야스에 거주하는 카보바르데 이주민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와 픽션에 걸친 화법을 통해 그려왔다. <비탈리나 바렐라>는 코스타의 전작 <호스 머니>(2014)의 벤투라와 비탈리나 바렐라가 모두 등장하는데, 단도직입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바렐라의 과거와 현재에 한껏 무게가 실린 작품이다. 인공조명을 최소화 해 빛과 어둠을 대치하는 이미지가 관객의 시각부터 사로잡는다. 바렐라가 직접 시나리오까지 썼다. <호스 머니>에 이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최고상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와스프 네트워크>

Wasp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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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아사야스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근작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특정한 시대와 그 징후들이 두드러지는 배경 아래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거나(<5월 이후> <퍼스널 쇼퍼>), 평범한 일상 아래 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섥히는 걸 들여다보거나(<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논-픽션>). 소비에트 연합이 붕괴되던 시기, 쿠바 정부에 의해 파견된 일급 스파이들이 미국에 붙잡힌 후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신작 <와스프 네트워크>는 분명 전자에 속할 것이다. 330분에 달하는 대작 <카를로스>(2010)를 능히 장악했던 에드가 라미레즈, 아사야스와 처음 작업하는 페넬로페 크루즈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격동하는 시대의 얼굴이 됐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