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성 강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온 국민이 집돌이·집순이가 된 상황. 재택근무 등의 이유로 오랜만에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된 이들을 위한 영화 리스트를 준비했다. 집에서 보면 더 재미있는, 사연 많은 집이 등장하는 영화 다섯 편이다. 아래 소개한 영화들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다운로드할 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이 지급된다. 3월 7일(토)부터 3월 13일(금) 정오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최우식, 박소담, 조여정, 이선균, 장혜진,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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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백수로 살 길은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명문대생 친구로부터 고액 과외 자리를 소개받은 장남 기우(최우식)는 자신의 학력을 위조해 IT 기업 CEO 박 사장(이선균)의 저택에 발을 들인다. 첫 과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사모님 연교(조여정)로부터 미술 선생이 필요하단 말을 들은 기우. 그는 그 자리에 자신의 동생 기정(박소담)을 소개해 연결시킨다. 기택의 가족은 박 사장 저택의 일꾼이 되길 꿈꾸며 자신들만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해나간다.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외국어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 어마어마한 수상 실적을 논하는 게 <기생충>을 소개하는 가장 단조로운 방법일 터. 한국적 디테일이 살아 숨 쉬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은 계급 문제, 그 앞에서 허물어지는 인간의 존엄성, 그로 인한 투쟁을 논하는 보편적인 테마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예측 불허의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정교한 구성, 코미디에서 스릴러, 참혹한 비극으로 휘몰아치는 장르의 변주는 <기생충>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화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감독 피트 닥터

목소리 출연 에드워드 애스너, 조던 나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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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엘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와 평생의 모험을 꿈꿔왔던 칼(에드워드 애스너). 그러나 인생의 작은 사건 사고로 모험이 미뤄지고, 두 사람은 백발의 노년 부부가 되고 만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후 요양원에 가게 될 처지에 놓인 칼은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수천 개의 풍선을 집에 매달아, 엘리가 생전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남아메리카의 폭포로 떠나는 것. 목숨을 건 패기로 집 띄우기에 성공해 기뻤던 것도 잠시. 칼은 뜻밖의 동행자, 스카우트 소년 러셀(조던 나가이)이 집 한구석에 함께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남아메리카의 잃어버린 땅에 도착한 두 사람. 이곳에선 풍선 비행보다 더한 어드벤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업>은 소박한 일상만으로도 행복이 넘쳐났던 두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해, 인디아나 존스 뺨치는 모험담으로 판을 넓혀간다. 누군가는 스펙터클한 볼 거리로 가득한 후반부보다 전반부의 소소함에서 더한 충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업>이 정의한 ‘모험’의 의미는 작은 일로 가득 찬 우리의 일상을 더 풍요롭고 반짝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픽사 최고의 5분’이라 불리는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 8살 소년이 78살 노인이 되기까지, 마이클 지아치노의 서정적 선율을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을 사진첩처럼 아름답게 압축해낸 이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나이브스 아웃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아나 디 아르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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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의 대가인 작가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자신의 85세 생일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다. 할란의 자식들과 손자들, 할란과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간병인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 그리고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이 외딴 저택에 모여 그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파헤친다. 브누아 블랑은 가족들과 일대일 탐문을 통해 각각의 인물들이 할란과 트러블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들에겐 모두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다. 브누아 블랑은 거짓말을 하면 구토 증세를 보이는 마르타를 조수 삼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간다.

<나이브스 아웃>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굵직한 시상식의 각본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애거사 크리스티 풍의 전통 추리극을 연상시키며 장르적 즐거움을 전하는 쫀쫀한 각본이 <나이브스 아웃>의 가장 큰 매력. 어린 시절부터 추리 영화를 즐겨 봤다는 라이언 존슨 감독의 덕심이 빛나는 부분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아나 디 아르마스, 마이클 섀넌, 제이미 리 커티스 등 다양한 연령대의 최고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초호화 캐스팅도 이 영화의 큰 즐거움 중 하나. 사건이 벌어진 화려한 고딕풍의 저택 역시 한 명의 주인공 같은 존재감을 뽐낸다. 각본이 지닌 클래식한 추리극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세트, 어떤 장면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장면 장면의 미장센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유전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알렉스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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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숨을 거둔 엄마의 죽음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애니(토니 콜렛). 그녀는 엄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생애 내내 불안한 가정사를 지녔던 애니에게 또 다른 절망적인 사고가 발생하고, 고통에 시달리던 애니는 자신에게 접근한 이웃 조안(앤 도드)로부터 어머니가 품고 있던 비밀을 듣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돼 본인은 물론 본인의 자녀들까지 관통하는 저주의 실체를 알게 된 애니. 애니는 가족을 둘러싼 저주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사태는 점점 악화되어간다.

<유전>은 애니가 자신의 집을 미니어처로 제작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시작부터 평생 불행한 가정사에 갇혀 살았던 애니가 자신이 물려받고, 자신이 물려줄 집안의 저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할 것임을 암시하는 셈이다. <유전>은 촘촘히 쌓아올린 서스펜스로 관객을 압도하는 클래식한 공포를 내세우며 평단의 환호를 받았다. <유전>에 이어 <미드소마>로도 인정받은 아리 에스터 감독 연출작 특유의 기이한 분위기는 보이는 것 이상의 공포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오직 토니 콜렛만이 할 수 있는 경악스러운 표정은 <유전>이 전하는 공포의 핵심. 무력한 얼굴만으로도 공포감을 전하던 아역 밀리 샤피로의 존재감, 저주에 대한 공포와 죄책감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알렉스 울프의 연기 역시 놀랍다.


고스트 스토리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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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C(케이시 애플렉)는 사랑하는 연인 M(루니 마라)과 함께 교외 작고 낡은 집에 살고 있다. 평소처럼 평화로웠던 어느 날 아침, C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텅 빈 집에 홀로 남은 M은 그의 부재를 느끼며 슬픔을 견딘다. 영안실로 옮겨진 C는 흰 천을 뒤집어쓴 유령이 되어 집에 돌아온다. C는 M의 곁을 맴돌지만, M은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없다. M은 집에 홀로 남아 그가 작곡한 노래를 들으며 상실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 집을 떠난다. 이후 낯선 이들이 이사를 오고, 낯선 삶이 반복되지만 유령이 된 C는 집을 떠날 수 없다.

집 곳곳엔 연인과 나눈 추억과 기억이 얼룩져있다. 그를 함께한 사람은 이곳에 없다. C의 부재를 온몸으로 견뎌내는 M과 그녀의 시공간에서 분리된 채 서 있는 C가 느낄 애잔함. <고스트 스토리>의 카메라는 그 적막하고 처연한 공기를 있는 그대로 화면 안에 옮겨 담는다. 집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이후 무수한 시간이 흘러도 유령은 이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지점부터 <고스트 스토리>는 단순한 판타지 멜로를 벗어나 시간과 기억, 공간으로 연결되는 확장된 이야기를 펼쳐내기 시작한다. 공간을 거쳐간 많은 이들이 차곡차곡 쌓은 무수한 감정, 그를 응축해낸 섬세한 연출은 상상 이상의 감정의 파장을 전한다. 러닝타임 내내 흰 천을 뒤집어쓴 유령의 형태로 복잡한 심정을 담아낸 케이시 애플렉, 공허함의 끝을 선보인 루니 마라의 연기가 몰입도를 더한다.


씨네 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