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감독판>

감독판(Director's Cut)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완성도가 불만이었던 감독 본인일까 아니면 기존 영화의 불친절함이 불만이었던 관객일까. 어쩌면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영화사일지도 모른다. <미드소마: 감독판>은 감독, 관객뿐만 아니라 영화사에게도 이득인 영화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4년에 걸쳐 준비하고 초기 편집본이 4시간 가까이 되던 야심작을 더 보여줄 수 있었다. 약 30여 분의 분량이 감독판에 추가됐다. 그 결과, 관객들은 <미드소마: 감독판>을 통해 극장판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영화사는? 제작사 A24가 <미드소마: 감독판>의 더 많은 수익으로 더 좋은 영화를 제작해주길 바란다. 이렇게 감독, 관객, 영화사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미드소마: 감독판>이 왓챠플레이에서 공개된다. <미드소마: 감독판>을 기다리며 혹은 보고 난 뒤 팬이 됐다면 다음 4편의 영화도 챙겨보길 추천한다.


박찬욱 감독과 플로렌스 퓨의 만남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리틀 드러머 걸>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플로렌스 퓨가 주연으로 출연하고 영국 BBC가 제작한 TV시리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등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첩보 소설로 유명한 존 르 카레의 소설이 원작이다. 영국의 BBC와 미국의 AMC에서 방영된 이후, 왓챠플레이에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이 공개됐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이 시대 배경이다. 영국인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가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은 그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왔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찰리 역을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중요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찰리 캐릭터를 “적극적이고 사랑에 헌신해 뛰어드는 긍정적 욕망이 가득한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플로렌스 퓨는 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미드소마>에서 대니를 연기한 플로렌스 퓨의 연기력에 반했다면 <리틀 트러머 걸: 감독판>을 꼭 보길 바란다.


<미드소마> 제작사 A24의 영화

<더 랍스터>

<더 랍스터>

A24는 영화 좀 본다는 관객들이 애정하는 제작사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을 비롯해 사프디 형제 감독의 <언컷 젬스>, <굿타임>,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 베리 젠킨스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 등 웰메이드 영화가 이곳에서 제작됐다. 그 가운데 아리 에스터 감독 만큼이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를 추천한다.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등이 출연한 <더 랍스터>는 45일 안에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되는 이상한 공간이 배경인 영화다. 시놉시스만으로는 이게 뭔가 싶겠지만 관객은 자연스레 독특한 세계관에 적응할 수 있다. 그게 바로 란티모스 감독의 특기이자 장기다. 감독이 제시하는 기묘한 이미지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커플 메이킹에 실패할 경우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선택한 데이비드(콜린 파렐)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더 랍스터>는 관객을 무시무시한 결말로 안내한다. <미드소마> 혹은 <유전>의 충격과도 비교할 만하다.


악인 윌 폴터의 명연기

<디트로이트>

<디트로이트>

오묘한 매력의 소유자. <미드소마>에서 마크를 연기한 윌 폴터가 출연한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 가장 유명한 것은 <메이즈 러너>일 것이다. <메이즈 러너>에서는 그는 어딘가 얄미운 캐릭터였다. <미드소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디트로이트>에서는 단순한 밉상 정도가 아니다. 악인에 가깝다. <디트로이트>는 흑인 폭동이 일어났던 1967년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공권력에 희생된 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윌 폴터는 국가권력을 상징하는 경찰 필립 크라우스를 연기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립은 무자비한 행동을 거듭한다.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할 것이다. <미드소마>의 팬들이라면 이렇게 다소 불쾌한 장면도 참고 볼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디트로이트>는 지금 미국의 상황과도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영화다. 그런 만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도 남긴다. 그런 면에서 <디트로이트>는 <폭풍 속으로>,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 등을 연출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명성이 괜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진짜 진짜 착하고 좋은 형, 잭 레이너

<싱 스트리트>

<싱 스트리트>

<미드소마>의 크리스티안을 연기한 잭 레이너의 출연작 가운데 추천할 만한 영화를 찾아봤다. 잭 레이너의 주연작은 아니지만 음악영화 <싱 스트리트>를 골라봤다. <원스>로 유명한 존 카니 감독이 연출한 이 유쾌한 영화는 <미드소마>, <더 랍스터>, <디트로이트>를 모두 보고 난 다음에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3편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무섭고, 기괴하고, 잔인하고,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이 배경인 <싱 스트리트>는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10대 소년 코너(페리다 월시-필로)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풋풋함, 발랄함, 유쾌함 등이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빠지지 말아야 할 말들이다. 잭 레이너는 어떤 역할이냐고? 출연 분량은 적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코너의 형 브렌든을 연기했다. 브렌든은 코너를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으며 그에게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북돋아주는 정말 훌륭한 형이다. <미드소마>와는 다른 잭 레이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부시시한 긴 머리가 은근히 잘 어울린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