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샹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솔직히 불안했던 건 사실이었다. 마블은 지금까지 동양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할 때 그리 호평을 받은 것도 아니었고, 거기에 마블의 모회사인 디즈니는 이미 <뮬란>으로 오리엔탈리즘 측면에서 지독한 혹평을 듣기도 했으니 동양인 관객들 입장에서 불안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히어로무비, 그것도 MCU의 신작에 기대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블록버스터 히어로 무비에 걸맞은 화려한 CG와 액션 신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이니만큼 그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서사와 설명이 필요하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완벽하게 멋진 영화라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관객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는 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이 새로운 히어로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 몇 가지를 짚어 본다. 샹치의 첫 실사화이자 MCU 최초의 동양인 히어로 솔로 무비인 이 영화 속에 들어 있는 매력포인트들.
1) 양조위, 양자경, 그리고 아콰피나와 시무 리우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 배우를 모를 수는 없다. 홍콩의 국민배우 양조위, 그리고 홍콩 액션영화에서 화려한 연기를 선보였던 양자경이다. 양조위는 지금도 명작 영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화양연화>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배우이며, 왕가위 감독의 명작인 <중경삼림>과 <해피투게더>에서 주연을 맡아 이미 영화 팬들에게는 너무도 잘 알려진 배우다. <색, 계>와 <무간도>, <영웅> 등 대표작들만 늘어놔도 너무 화려할 정도이며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탄탄한 연기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양자경 역시 이에 못지않은데 홍콩 무협영화 다수에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왔다. 양자경은 이번이 두 번째 MCU 작품인데,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2>에서 알렉타 오고르드 역으로 잠시 출연한 적이 있으며 시리즈의 3편에도 출연 예정이다.
두 사람이 아시아계 배우의 원로격이라면 아콰피나와 시무 리우는 떠오르는 신예인 셈인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한국 이민자 가족을 소재로 한 <김씨네 편의점>에서 아들 정 김 역을 맡은 시무 리우가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스턴트맨 경력이 있는 그에게 액션 신 소화는 크게 무리가 아니었을 테고, 동양 무술을 구사하는 샹치 캐릭터에도 잘 어울렸을 테니 일석이조인 셈. 여기에 한국계 반, 중국계 반인 동양계 미국인 배우 아콰피나가 그의 오랜 친구 케이티로 등장한다. <오션스 8>에서 해킹에 능한 소매치기 콘스탄스 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배우.
기존의 MCU 캐스팅이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들을 기용하는 방향이었다면 샹치의 경우에는 첫 실사화라는 점 때문인지 대표적인 동양계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집중했다는 생각도 든다.
2) 만다린, 그의 조직 텐 링즈
텐 링즈라는 조직이 처음 등장한 건 <아이언맨> 시리즈였다. 굴지의 대기업 수장이었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납치해 가두는 바람에 토니가 최초의 아이언맨 수트였던 Mk.1을 만들고, 돌아온 이후 아이언맨 수트를 본격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조직이라고 해도 될지 모른다(물론 토니는 죽을 뻔했고 오베디아는 죽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영화 팬들에게 텐 링즈는 그저 테러 조직 쯤으로 여겨졌다.
<아이언맨 3>에서는 텐 링즈의 수장으로 알려져 있던 만다린(벤 킹슬리)이 최종 빌런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A.I.M.이라는 조직이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텐 링즈를 가져다 쓴 것뿐이었고 그들이 내세운 수장 만다린은 고용된 배우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렇게 텐 링즈의 실체는 가려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드디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진짜 텐 링즈가 어떤 조직인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됐다.
3) 열 개의 반지, 아니… 팔찌
코믹스 원작에서 텐 링즈는 강력한 빌런 캐릭터인 만다린이 양손 손가락에 하나씩 끼고 있는 10개의 반지를 의미한다. MCU에서야 만다린이 고작 삼류 배우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위상이 축소되긴 했지만 원작의 만다린은 아이언맨도 감당하기 어려워할 정도로 강력한 적이었다(물론 오리엔탈리즘과 인종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캐릭터라 최근에는 등장이 없는 편).
영화에서는 양 팔에 낀 팔찌로 등장했지만 원작에서는 반지였으며, 반지 하나하나가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데 냉기, 전기, 불꽃, 암흑, 공기 등은 물론이고 회오리를 발생하게 해 이동할 수도 있으며 분자 단위의 재조작도 가능하다.
영화에서는 각각의 반지, 아니 팔찌에 대한 능력이 구분되어 있다는 묘사는 등장하지 않지만 불로불사의 능력을 갖게 해 주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손에 넣은 사람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즉 텐 링즈라는 조직을 유지하게 해 준 것은 이 팔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중국 상영 금지
얼핏 보기에도 중국에서 인기 있을 만한 요소로 채워져 있으나 지난 5월 상영 금지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라고는 하나 대표적으로 거론된 것은 배우 양조위가 홍콩 혁명을 지지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양조위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영화라서 금지했다는 설도 있다(발언의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터라 루머일 가능성은 높다).
거기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오랜 가치인 자유 의지에 대한 주제의식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 원작의 만다린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텐 링즈의 수장 웬우가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원작의 만다린이 캐릭터 빌딩 과정에서 모티브로 삼은 것이 푸 만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푸 만추는 영국의 소설가인 색스 로머의 작품에 등장한 악당 캐릭터로 대표적인 오리엔탈리즘의 화신인데 이를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이니 허가할 수 없다는 셈일까.
어쨌든 중국의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동양적인 색채가 진해 아시아권의 흥행을 기대했을 마블로서는 아쉬운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상영 금지 조치가 풀릴 수도 있겠으나 당분간은 중국 개봉은 어려운 문제일 듯.
5) 이 귀여운 녀석의 정체는
중국 선진시대에 집필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산해경>(山海經)에는 여러 가지 신화와 신수들이 등장한다. 중국의 창세신화부터 사방신수, 환상종들이 등장하는 백과사전 같은 책으로 대체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으나 판타지적인 측면에서는 고대 동양인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머리가 없고 몸통만 있는 가운데 오색빛의 날개가 달린 이 환상의 동물은 제강(帝江)이다. 천산에서 살고 있다고 하며 얼굴이 없는 게 특징인데 원래는 다리가 여섯 개에 날개가 네 개 달려 있다. 그리고… 혼돈의 신이다.
6) 쿠키 영상은 2개다
영화 결말 직후, 그리고 크레딧 이후까지. 중요한 건 앞쪽이지만 뒤쪽도 꽤 흥미롭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