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 이목을 끄는
세 영화가 10월 극장가를 찾는(았)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그 주인공.

예상했겠지만, 모두 일본영화다.
독특한 제목은 일본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독특한 제목의 일본영화들을 더 끄집어내
그 제목들에 간단한 설명을 붙여봤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주인공 '나'는 췌장암을 앓는 소녀 사쿠라를 사랑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췌장암은 병이 늦게 발견되고 전이도 빠른 암이다. 그들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절절한 사랑 표현이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야근에 시달리던 다카시는 지하철에서 쓰러지고, 그를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가 구해준다. 이를 계기로 둘은 급격히 친해지고, 다카시도 점점 긍정을 되찾는다. 그렇다면 제목은 삶의 의미를 깨닫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 것일까? 더 이상 스포일러라..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천천히 읽어보면 간단하다. 두 주인공의 시간이 반대로 흐른다는 뜻. 각자 미래와 과거에서 온 그들은 오직 30일 동안만 함께할 수 있다. 이후에도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을지가 영화의 관건일 터.

뇌남

폭탄테러를 벌이고 체포된 용의자 스즈키는 정신감정 중에 극도로 차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뇌남은 뇌밖에 없는, 뇌만 있되 감정은 없는 사람을 뜻한다. 내내 차분하기만 한 그가 사실 범인이 아니라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아지트에 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미스터리를 풀어놓는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스즈메는 남편에게 집에서 거북이 밥 주는 존재 정도로 인식된 지 오래다.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한 그녀는, 스파이의 덕목은 "평범"한 것이라는 걸 충고 받고, 그 의미를 곱씹으며 그동안 몰랐던 가치를 알게 된다. 거북이가 '의외로' 빠를 수도 있다는 것처럼 사소한 인식 변화가 다른 삶을 선사한다는 소소한 깨달음을 준다.
 

붕대 클럽

붕대는 상처를 감싸고 피를 멎게 하는 도구다. 붕대를 매개로 서로를 알게 된 고3 청춘들은, 홈페이지를 열어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붕대가 주는 위안을 퍼트리는 작전을 꾸민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더 많은 붕대가 필요해진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영화의 주인공은 키리시마가 아니다. 비디오카메라로 소심하게 영화를 만드는 마에다다. 키리시마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교내 최고 인기남인 그가 배구부를 그만둔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 학교가 들썩이면서 생기는 '변화'에 집중한다.

아빠는 나의 여신

아빠가 '여신'이라니. 그럼 그가 트랜스젠더라면 어떨까? 사요코의 아버지는 트랜스젠더 댄서 엔젤이다. 하룻밤 실수로 태어난 것.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엄마와 둘이 살던 그녀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트랜스젠더로 위장하기 위해 엔젤을 찾아간다. 막다른 길에 놓인 가족이 다시 만나 희망을 찾는 과정이 정겹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아내와 이혼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6개월 시한부를 선고 받고 자신을 대신할 새로운 남편을 찾기로 결심한 방송작가 슈지가 하는 부탁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그런데 그걸 왜 자기 맘대로?" 하는 의문이 따라붙는 제목이다.

인스턴트 늪

여기서 인스턴트는 '인스턴트 음식'이다. 망해가는 패션지 편집장직을 박차고 나온 하나메는 매일 아주 적은 우유에 코코아 열 스푼을 넣어 먹는, 건강과는 거리가 먼 하루하루를 보낸다.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영화는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행복한 사전 (배를 엮다)

<행복한 사전>의 원제는 '배를 엮다'이다.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배를 엮듯 느릿느릿, 사전을 만들며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랑을 알아가며 '사랑' 목록의 단어들을 풀이하는 과정, 너무 근사하지 않나.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냥심'을 자극하는 영화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시한부가 된 남자가 하루를 벌기 위해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포기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고양이다. 결국 고양이보단 삶과 죽음, 사랑이 더 크게 남는다.

세일러복과 기관총

고교생 이즈미는 4명뿐인 조직폭력배 우두머리의 딸로, 아버지가 죽자 조직을 이어 받고, 교복을 입은 채 총을 들어야 한다. 세라복을 입고 기관총을 갈겨댄다니. 카타르시스가 용솟음치는 설정이다.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

전학생 유우는 '착한 남자' 시라카와와 '나쁜 남자' 쿠로사키의 구애 사이에서 고민한다.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라는 선언은 쿠로사키에게 등돌리겠다는 뜻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해야..

열쇠 도둑의 메소드

이 작품을 리메이크 한 한국영화 <럭키>를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내용일 테지만.. 킬러가 목욕탕에서 기억을 잃은 사이에 배우지망생이 그의 열쇠를 훔쳐, 두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 '메소드'를 '방법'으로 번역하면 특별한 게 떠오르진 않는데, '메소드 연기'로 보면 가짜의 삶을 사는 상황을 얼추 설명할 수 있겠다.

물에 빠진 나이프

'나이프'는 깨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10대의 자의식을 의미한다. 영화 역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두 청춘을 바라보지만 그들에게 명쾌한 미래를 제시하지 않는다. 칼은 물에 뜰 수 없으니 한없이 가라앉을 수밖에.

화장실의 피에타

저명한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일기 “오늘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화장실의 피에타는 어떨까? 암 선고를 받은 환자가 무엇 하나 해보지 않고 죽어가는 것은 말도 안돼”에서 따온 제목이다. 영화는 시한부를 선고받은(이 글에서 참 자주 쓰게 되는 말이다) 남자가 희망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레몬일 때

레몬은 청량한 10대 시절을 뜻한다. 너무 당연한 비유인데, "레몬일 때"하고 간명히 떨어지는 생경함 때문에 다소 낯설게 들렸다. 음, 곱씹을수록 좋은 제목 같아서 부러 넣어봤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의미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블랙회사'란 조어와 어마어마한 길이 때문에 좀체 적응이 안 되는 제목이다. 블랙회사는 원래 야쿠자와 관련한 기업을 칭했지만, 점차 근로자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을 칭하는 걸로 변화했다. 한계에 도달한 주인공이 어떻게 회사를 버텨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게 영화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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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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