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에 괴수가 나타났다. 어딘가에서 기세등등 걸어온 게 아니라, 저녁 8시 5분이 되면 허공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한강을 굽어볼 만큼 거대한 이것, 왠지 좀 이상하다. 재빨리 도망가는 차를 밟아버리거나, 휙 주먹을 휘둘러 빌딩들을 박살낼 법도 한데, 공격은커녕 멀뚱히 서있기 일쑤고 아리송한 듯 머리를 긁적대기도 한다. 대체 이 괴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하필 서울에 나타난 것일까. 그 이유는 저 이역만리에 있는 미국에서 찾아야 한다.
글로리아(앤 해서웨이)는 술을 아주 좋아한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 작가지, 허구헌 날 술을 끼고 살며 트러블이나 일으키던 그녀는 참다 못한 남자친구 팀(댄 스티븐스)에게 차이고 같이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다. 그리고 무작정 고향으로 향한다. 거기서도 살아갈 길이 막막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초등학교 동창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의 호의로 그가 운영하는 바에서 일하며 고향에 정착해간다. 어느날, 글로리아는 한국에 거대괴수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괴수가 자신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콜로설>의 장르를 딱 하나로 한정해본다면, 그건 '코미디'가 아닐까? <콜로설>은 시쳇말로 '병맛'이 곳곳에 묻어나는 영화다. 술만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는 글로리아는 자고 일어나면 중요한 걸 기억하지 못한다. 고향에 홀로 돌아와 텅 빈 집에서 에어매트를 깔아놓고 잠을 청하는 글로리아는 결국 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만다. 갱생의 의지보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그녀의 생활상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퍼트린다. 부운 눈을 하고 숙취에 절어 있는 앤 해서웨이의 능글맞은 연기가 빛을 발한다.
괴수의 존재를 깨닫게 되면서 웃음은 폭소로 변한다. 글로리아가 괴수가 나타나는 비밀을 깨닫고 그걸 파헤치는 과정이 비교적 느릿느릿한 전반적인 전개와 달리 빠르고 재치있게 펼쳐진다. 오전 8시 5분에 동네 놀이터 어느 부분에 서면 괴수와 자신이 연결된다는 걸 알고 그걸 하나하나씩 확인해보는 대목은 좀체 웃음을 참기 힘들다. 아침의 미국에서 글로리아가 왼손을 들면, 밤의 한국에서 괴수도 왼손을 번쩍 든다. 이 난감한 상황이 어리둥절해 글로리아가 머리를 긁으면, TV에 중계되는 괴수도 머리를 긁고 있다. 이름 모를 이 괴수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하나도 무섭지 않은 거대괴수라니, 실소를 터트리는 사이에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비밀을 알고 춤까지 추며 이 상황을 즐길 때가 되면, 오스카도 놀이터에 서면 괴수와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된다. 글로리아를 좋아해 이런저런 호감을 베풀던 그는 그녀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는 걸 알고 질투에 들끓는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단순히 괴수영화의 컨벤션을 비튼 코미디에서 또 다른 면모를 더하기 시작한다. 자세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말할 수 없으나, 영화는 꽤나 진중한 태도로 글로리아와 오스카의 관계에 대해 밟아나간다. <콜로설>은 호불호가 확실한 영화다. 과학적인 근거와는 아무 관련 없는 괴수물의 틀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접근하는 방향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콜로설>에 대한 호감은 크게 불어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콜로설>과 봉준호 감독의 <괴물>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한강에서 괴물이 나타난다는 설정 때문일 터. 하지만 괴수가 등장하는 곳이 하필 한강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은 없다. 접점은 '한강'보다는 '미국'에 더 가깝다. <괴물> 속 괴물이 미국이 방류한 포름 알데히르를 먹고 자랐다는 점은, <콜로설>의 괴수가 저 먼 미국 어느 동네의 사람들로 인해 등장한다는 것과 닿아 있다. 미국의 평범한 개인이 갖는 사사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싸움이 나비효과가 되어 한국을 재난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너무나 명징하다.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몰렸다고 한바탕 떠들썩한 요즘 정세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콜로설>의 많은 장면들에서 한국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 부천 등지에서 촬영됐다. 프롤로그가 시작하자마자 다소 어설픈 한국말 대화가 들리더니만, 괴수가 나타난 한국의 상황을 비추면서부터는 우리가 늘 맞닥뜨리고 사는 수도권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한국 촬영 분량은 역대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가장 긴 축에 속할 정도지만, 딱히 한국이라는 공간을 인상적으로 활용했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전적으로 괴수를 보고 놀라는 이들이 담긴 풍경으로서만 기능하는 수준이니, 한국이 어떻게 담겼는지보다는 영화 자체에 기대를 싣기를 권한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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