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스포팅>은 1997년 공개된 이래 청춘영화의 바이블로 군림해왔다. 마약에 찌들어사는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주인공들의 일상은 분명 '현실적'이라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영화를 맴돌던 무기력한 기운만큼은 뭇 청춘들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20년.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마크(이완 맥그리거), 스퍼드(이완 브렘너), 식보이(조니 리 밀러), 벡비(로버트 칼라일)는 물론 다이앤(켈리 맥도날드)까지, 모두 에딘버러에서 만난다.
극장 개봉을 거르고 2차 시장으로 바로 직행하게 된 <T2: 트레인스포팅 2>(이하 T2)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고 감상을 전한다.
시작부터 단도직입적이다. 마크는 달린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덥수룩한 머리의 뒷모습만 봐도 대번에 그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달리는 곳은 에딘버러의 칙칙한 거리가 아닌, 말끔하게 정리된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다. 낯선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하다 보면, 갑자기 마크는 정신을 잃고 고꾸라진다. 러닝머신 위는 그가 달려야 할 곳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렇게 마크는 20년 만에 에딘버러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T2>는 마크가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전히 우중충한 동네처럼, 아직 그곳에 사는 친구들의 생활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가일(셜레 헨더슨)과 헤어진 스퍼드는 직장에서 해고되기 일쑤고, 사이먼이라는 본명으로 사는 식보이는 몰카를 찍어 협박하는 걸로 돈을 번다. 물론 둘 다 아직도 헤로인을 끼고 산다. 스퍼드와 사이먼은 모두 혼자 돈을 갖고 도망친 마크를 원망하지만, 결국 그를 끌어안는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사내를 둘러싼 클리셰들이 떠오르는 모양새. 영화는 유머와 감상적인 분위기를 오가며 그들의 재회를 그린다.
<트레인스포팅>과 <T2>는 사뭇 다르다. <트레인스포팅>이 마약에 중독된 마크와 주변 사람들이 경험하는 환각 그 자체에 철저히 집중했던 것과 달리, 헤로인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 <T2>는 세 친구들이 갱생하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하여, <트레인스포팅>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는 상당부분 배제돼 있다. '야심'보다는 '성숙'이 먼저 떠오른달까. 그러는 와중 이야기는 20년째 복역 중인 벡비가 자해를 해서라도 기어코 감옥을 빠져나오면서 점점 살을 붙여간다. 정신만큼은 그나마 건강해진 마크가 스퍼드, 사이먼과 함께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벡비라는 '폭력적인 과거'가 들이닥치면서 영화는 추격전의 양상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는' 추격은 아니다. 분위기의 전환인 한편, 벡비가 그들에게 끼어들면서 새삼 20년 전의 과거가 비로소 완성되는 듯한 뉘앙스를 얹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T2>를 나타내는 또 다른 징후는 바로 음악이다. 마크가 러닝머신 위를 뛰는 오프닝 시퀀스에는 예의 이기 팝의 'Lust for Life'가 아닌, 프로디지가 전자음을 덕지덕지 바른 리믹스 버전의 'Lust for Life'가 흐른다. 집에 돌아온 마크는 방에서 'Lust for Life'를 틀지만 드럼의 굉음이 쾅 울리자마자 플레이어를 멈춘다. 전편에서 마크가 돈을 갖고 에딘버러를 떠날 때 흐르는 언더월드의 'Born Slippy'조차도 짤막하게 등장하곤 자취를 감춘다. <트레인스포팅>의 상징과도 같은 두 노래가 배제돼 있는 상황을, 전편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대니 보일의 의지라도 봐도 좋을까? 그게 정말 보일의 의도일지언정 'Lust for Life'와 'Born Slippy'가 없는 '트레인스포팅'이란 앙꼬 없는 찐빵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작 영화는 철저히 전편의 추억을 건드리는 데에 집중한다. 원작자 어빈 웰시의 소설 <트레인스포팅>과 그 후속편 <포르노>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T2>는 서사의 유기성 같은 건 얼마간 미뤄놓은 채 전작 <트레인스포팅>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 같은 설정을 배치하고자 애쓴다. 매끈하고 근사한 전개보다는 추억을 건드려주는 데에 가장 큰 기대를 품었던 이들이라면 <T2>는 모범적인 선물이 될 것이다. 영화를 본 지 오래돼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들의 기억조차 단번에 되살릴 정도로 전편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려는 뜻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시리즈를 완벽히 마무리할 만한 정석적인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아재들의 향수를 건드리는 '추억팔이'라고 쓴소리를 뱉을 이들조차 <T2> 엔딩이 20년간의 여정을 제대로 정리해준다는 데에는 이견을 댈 수 없을 것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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