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동정 없는 세상
★★★
지독하게 어두운 성장기. 영화의 영어 제목인 ‘Hopeless’가 직접적으로 드러내듯, ‘화란’(네덜란드)에 가겠다는 꿈은 있지만 현실에선 그 어떤 희망도 없는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사의 신선함보다는 연출의 톤과 배우의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영화. 성장영화와 느와르와 범죄영화가 큰 무리 없이 결합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희망 없는 풍경에서 발견한 얼굴에게
★★★☆
가정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한 이들의 목숨을 건져 올린 것이 폭력의 세계라는 점은 <화란>이 품은 잔인한 아이러니다. 인간답게 사는 걸 포기해야 역으로 살아남는 이들의 모습은 역으로 인간다운 성장의 조건을 생각하게 한다. 희망 없는 세계관, 예상 가능한 방식의 절망으로 향하는 주인공들의 상황은 누아르 장르 본연에 충실하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움으로 승부한다고 할 순 없지만, 비정한 세계의 작동 방식을 타협 없는 뚝심으로 그려낸다는 점에서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동물적인 감각이 엿보이는 신예 홍사빈과 김형서의 좋은 에너지, 송중기의 낯선 얼굴은 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서 분명 유의미한 분기점이 될 만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비정해
★★★☆
연규(홍사빈)에게 불행은 벗어나려 할수록 가산돼 쌓이는 사채빚일 뿐이고, 치건(송중기)에게 절망은 이미 걸려버린 바늘이다. 비슷한 처지의 ‘슬픔’과 ‘슬픔’이 만났으니 위로가 피어오를 법도 하지만, <화란>은 그런 위로 따위 허락지 않는다. 불행과 절망이 결탁해 당도한 곳은 꿈꿨던 화란(和蘭,네덜란드)이 아니라, 더 지독한 화란(禍亂,어지러운 세상)이다. 영화에서 인물들의 의도는 빗나가고, 마음은 엇나가고, 희망은 매 순간 밟혀버린다. 상당한 수위의 폭력 속에서 더 비정하게 다가오는 건, 인물들을 끝장까지 몰아내는 영화가 견지하는 냉정함이다. 신예 홍사빈과 김형서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송중기의 얼굴도 꼬리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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