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비치 보이스는 베스트 앨범하고 [Pet Sounds]만 들어도 충분해." 이 말은 거꾸로 [Pet Sounds]의 위대함을 증명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이전까지의 비치 보이스도 위대한 팀이었다. '베스트 앨범'에 포함될 만한 노래들만으로도 비치 보이스를 찬양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3분 안팎의 짧은 구성 안에서 우리가 흔히 좋은 노래라 부르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멜로디와 화음,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그대로 담고 있는 낭만적인 정서까지, 비치 보이스는 수없이 많은 완벽한 '팝송'을 만들어냈다. <러브 앤 머시>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Surfin' USA', 'Don't Worry Baby', 'Surfer Girl', 'I Get Around' 메들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의 들뜨게 한다.
이처럼 완벽한 팝송을 만들어낸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의 생각은 점차 변해갔다. 그의 머릿속엔 전체적인 앨범 구성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그 모든 소리를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Pet Sounds]를 만들면서는 다른 멤버들과 갈등한다. 하던 걸 하자는 멤버의 요구에 옛날론 돌아가지 못한다며 "언제까지 여름 타령, 재미 타령만 할래?"라고 힐난한다. 그리곤 덧붙인다. "내 속의 다른 걸 쏟아 놓은 거야."
말 그대로 [Pet Sounds]는 브라이언 윌슨의 속 안에 있는 다른 걸 쏟아 만든 앨범이다. 비치 보이스가 아닌 브라이언 윌슨 밴드 같다는 멤버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브라이언 윌슨은 더 이상 투어에도 참여하지 않고 멤버들이 투어를 돌 동안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반복했다. "녹음실을 연주한 것"라는 극중 대사처럼 그는 기존엔 상상할 수 없던 소리들을 '음악의 일부'라 여기고 스튜디오에서 오간 말소리, 동물 소리 등을 음반에 담으려 했다.
브라이언 윌슨의 내면에 있는 소리들. 어디에서 이런 게 나오는지 겁이 난다는 소리들, 갑자기 이 모든 게 증발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게 하는 소리들, 이 소리를 담아 [Pet Sounds]를 완성했다. <러브 앤 머시>는 바로 그 [Pet Sounds]의 작업 과정을 좇는다. 비록 다큐멘터리는 아니더라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다. 젊은 시절의 브라이언 윌슨을 연기한 폴 다노는 일부러 10kg이 넘게 살을 찌우며 브라이언 윌슨과 흡사하게 보이려 했고, 영화 전체에 대해 브라이언 윌슨은 흡족해했다 한다.
우리가 귀로 들어왔던 [Pet Sounds]의 녹음 과정을 영상을 통해 눈으로 보는 건 무척이나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다. 잠시 보여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큰 비중을 갖고 섬세하게 [Pet Sounds]가 어떻게 녹음되고 제작됐는지를 조명한다. '음악영화'의 강점이 <러브 앤 머시> 안에 있다. 하지만 그 즐겁고 흥분되는 제작 과정의 반대편에는 브라이언 윌슨의 고통이 있었다. 그의 완벽주의와 소리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약물중독자가 된 그를 치료하기 위해 고용된 주치의 유진 랜디의 전횡은 <러브 앤 머시>의 다른 한 축을 이룬다.
2004년, 앨범 [SMiLE]이 발표되며 모든 음악 팬들을 흥분시킨 적이 있다. 원래대로였다면 [Pet Sounds] 이후 발표됐어야 할 앨범이었지만 브라이언 윌슨의 음악적 강박과 스트레스, 신경과민 등으로 끝내 완성되지 못했던 앨범이다. 그 앨범이 40년이 거의 다 돼서야 브라이언 윌슨의 이름으로 발표가 된 것이다. 어쩌면 1년 간격으로 발표되었을 수 있는 앨범이었지만 결국 [Pet Sounds]와 [SMiLE] 사이에는 40년 가까운 시간이 자리했다. 그 긴 시간 사이에는 브라이언 윌슨의 정신적 고통이 스며들어 있고, <러브 앤 머시>는 그 정신적 고통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보여준다. <러브 앤 머시> 안에선 [Surfin' Safari], [Surfer Girl], [All Summer Long]처럼 제목만으로도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담은 앨범만을 발표하던 젊은이가 변화하고 있다. 가장 고통스러우며 가장 찬란한 순간이다.
- 러브 앤 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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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빌 포래드
출연 엘리자베스 뱅크스, 존 쿠삭, 폴 다노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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