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한다. 영화화가 불가능할 줄만 알았던 <다크 타워: 희망의 탑>에 이어 그의 가장 대표적인 <그것>까지. 그뿐만이 아니다. TV에선 <미스트> 시즌1이 막 방영을 마쳤고, 킹의 첫 추리소설 도전작으로 알려진 <미스터 메르세데스> 역시 시리즈로 만들어져 절찬리에 방영 중이다. 거기에 내년엔 J.J. 에이브람스와 손잡고 자신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드라마 <캐슬락>이 대기 중이고, 영화 쪽에선 <제랄드의 게임><1922>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왜 하필 지금 이렇게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냐고? 천만에. 그의 작품은 원래 계속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다크 타워 / 그것
글 쓰는 머신, 스티븐 킹

1974년 데뷔작인 <캐리>를 발표한 이래 79년부터 그의 소설은 거의 매년 거르지 않고 영상화되어왔다. 대략 45년간의 세월 동안 그는 무려 56편의 장편을 발표했고, 200여편이 넘는 단편을 쓴, 엄청난 필력의 작가다. 그는 쉬지 않고 작품을 써댔고, 심지어 사고가 나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소설을 떠올린, 천생 글을 찍어내는 기계(?)에 가까운 인물이다. 평작은 있을지언정, 태작이나 망작은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대중작가의 모습을 보여줘 왔다. 악마와 흡혈귀, 늑대인간과 살인마, 정신병자와 괴물, 초능력과 초자연적 현상,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지는 소재들 때문에 공포소설가로 알려졌지만, 그는 사실 단순한 호러 작가가 아니다.

인간 기저에 깔린 공포와 두려움을 읽어내고, 이를 입체적으로 독자들 머릿속에 자세하게 투영시켜 체험하게 만드는 생생한 필체와 탁월한 묘사는 가히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거기에 인생 전반의 진리와 희망 그리고 구원에 대해 설파하는 그의 강력한 휴머니즘은 그 어둠을 통해 비로소 배가되고 증폭된다. 킹은 에드거 앨런 포와 러브크래프트, 마크 트웨인과 오 헨리를 뒤섞어놓은, 미국 현대 문학의 정수와도 같다. 상업적인 성공과 장르에 가려져 오히려 작품적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이기도 하다. 많은 작품을 낸 만큼 역시 상당수의 작품들이 영상화(영화, TV시리즈, 애니, 단편을 포함)되었는데, 그 수가 무려 200편이 넘는다.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오르다. 그러나..

 

스티븐 킹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들 포스터

하지만 대다수의 작품들은 원작이 가진 완성도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B급으로 전락하고 만 경우가 많다. 그의 문학적 터치가 사라지며, 마술에서 깨어난 재투성이 아가씨마냥 평범하고 상투적인 모습으로 변모해버린 탓이다. 문체의 상상력을 따라잡지 못한 영상과 연출은 고루하고 지루함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할리우드는 상상력 고갈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전히 킹의 이야기 광맥에 매달린다. 안전한 보험이자 일확천금의 한방을 동시에 노린 포석이다. 그의 소재들은 여전히 자극적이고, 대중적이며, 그의 화법 또한 놀랍도록 매혹적이기에 매번 제작자들과 관객들은 속게 된다.
 
너무나 많은 작품수로 인해 스티븐 킹 원작의 사운드트랙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건 무리일 듯 싶고, 2010년도 이후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위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양한 작곡가들이 그의 어둡고 환상적인 세계에 흠뻑 빠져 굉장한 음악들을 창조해냈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고, 때론 천상의 멜로디로 들린다. 그것이 바로 킹이 선사한 선물이다.
 

캐리 (2013)
by 마르코 벨트라미

37년 만에 리메이크된 <캐리>의 연출을 맡은 건 여성감독인 킴벌리 피어스였다.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다룰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 고려된 선택이었지만,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원작이 가진 포스나 압도적인 연출력을 따라가기엔 조금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마르코 벨트라미가 맡은 음악 역시 피노 도나지오가 들려줬던 아름다운 선율에 비한다면 조금은 희미한 인상이다. 하지만 어둠의 심연은 더욱 깊어졌고, <오멘>이나 <우먼 인 블랙>, <돈 비 어프레이드> 등 오랜 기간 호러에서 갈고 닦았던 솜씨는 기능적으로 잘 발휘되고 있다.

여성 코러스와 버나드 허먼을 떠올릴 법한 공격적인 스트링의 활용, 낮은 혼(Horn)의 울부짖음에, 앰비언트 효과들까지 전형적인 벨트라미식 사운드를 펼쳐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리코더나 사이키델릭한 일렉 기타, 장중한 퍼커션까지 적절히 곁들이며 왕따 문제와 청교도적인 압제, 고딕적인 호러 느낌과 소녀스러움까지 분주하게 오가며 독특한 분위기를 창출해낸다. 피노 도나지오가 들려줬던 낭만적이고 섬뜩한 70년대식 호러 사운드와 달리, 벨트라미는 모던하고 정갈한 스펙터클로 캐리의 순수하면서도 분노에 찬 일면을 담아내고 있다.

캐리

감독 킴벌리 피어스

출연 클로이 모레츠, 줄리안 무어, 주디 그리어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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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2016)
by 알렉스 헤피스

국내에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타임 슬립을 스티븐 킹이 만지면 어떻게 변모하는가를 극대화로 보여준 작품으로, 미국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 중에 하나였던 케네디 암살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뻔하디 뻔한 소재에 너무나 유명한 사건을 결부시켜 자칫 소재빨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렇지 않게 만든 건 오로지 스티븐 킹의 힘이다. J.J. 에이브람스가 제작자로 나서 훌루에서 8부작 미니시리즈로 만들었지만, 원작의 인기에 비해 큰 반향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알렉스 헤피스가 들려주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스코어는 들을 가치가 있다.

영국 출신으로 케빈 맥도널드 감독의 음악적 짝패로 활동해온 알렉스 헤피스는 활동 반경을 넓혀 할리우드로 진출했는데, <11.22.63>은 그의 첫 미국 TV쇼다. 60년대의 불안하면서 역동적이고 따스한 공기를 담아낸 그의 사운드는 묵직하게 이 비현실적인 판타지의 중심을 잡아준다. 얼핏 토머스 뉴먼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섬세하면서 따스한 피아노와 미니멀한 스트링이 어우러져 사건과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일면이 조금 닮았다. 서스펜스와 사랑, 그리고 과거라는 세 가지 요소를 탁월하게 조율해낸 헤피스의 솜씨가 인상적이다.

11/22/63

감독 제임스 스트롱, 프레드 토이, 존 데이비드 콜즈, 제임스 프랭코, 제임스 켄트, 캐빈 맥도널드

출연 제임스 프랭코, 크리스 쿠퍼, 체리 존스, 사라 가돈, 조지 맥케이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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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인류 최후의 날 (2016)
by 마르첼로 자보스

스티븐 킹이 리처드 매드슨과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조지 로메로에게 바친 <>은 그 헌정한 대상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종말물과 좀비물을 반반씩 섞어낸 독특한 작품이다. 휴대폰을 매개로 전염되고, 또 멸망해간다는 킹의 뼈있는 농담에 가까운 설정은 시니컬하면서 동시에 의미심장하다. 애초에 엘라이 로스가 연출하기로 결정되었으나 창작적 견해로 물러난 뒤 꽤 오랜 시간 표류하다 토드 윌리엄스 감독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러나 존 쿠삭과 사무엘 잭슨이란 좋은 캐스팅을 가지고 끔찍한 완성도를 보이는 바람에 많은 관객들의 공분을 샀다.

음악을 맡은 마르첼로 자보스는 브라질 출신의 영화음악가로 2000년대 들어 주로 드라마 장르에서 두각을 보여 왔다. 그런 점에서 <>에서도 규모 있는 음악보다는 일렉트릭 사운드를 위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어울릴 법한 나른한 여백과 좀비물 특유의 긴장과 추격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간간히 스케치되듯 들리는 피아노 소리는 소수의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절망적인 심경을 대변하고 있으며, 음향에 가깝게 휘몰아치는 사운드디자인은 벗어날 수 없는 고립과 피로감을 전파시킨다. 그야말로 전파의 전염과도 같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사운드트랙.

셀: 인류 최후의 날

감독 토드 윌리엄스

출연 존 쿠삭, 사무엘 L. 잭슨, 이사벨 퍼만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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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 (2017)
by 지오나 오스티넬리

영화가 개봉된 지 10주년을 맞아 미드로 재탄생된 <미스트>를 진두지휘한 건 특이하게 덴마크 출신의 TV프로듀서 크리스챤 토르페다. 그가 만든 드라마 <리타>의 성공으로 전격적으로 미국 안방으로 진출하게 된 셈인데, 그런 이유로 기존의 미드와는 조금 다른 느릿한 전개와 영화와는 또 다른 플롯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8월 말에 10시즌1을 마친 상태이고, 아직까진 호불호가 갈리며 시즌2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스탭진 면면에 유럽계 인물들이 간혹 눈에 띄는데, 음악을 맡은 지오나 오스티넬리 역시 스위스 출신의 젊은 작곡가다.

영화판은 관록의 작곡가 마크 아이샴이 스코어를 맡아 뿌연 안개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소리들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마음을 덮으며 리사 제라드의 숭고한 목소리를 통해 괴물을 슬그머니 등장시켰다면, 지오나 오스티넬리는 젊은 패기와 실험성을 가지고 다양한 장르들을 결합하고 충돌시켜 복합적이고 넓은 스펙트럼을 발산하고 있다. 안개보다 더 깊고 알 수 없는 인간들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는 그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절정의 비트감은 출구 없는 악몽에 들어선 주인공들의 나락과 어둠을 보여주기에 아주 절묘하다.


 

다크 타워: 희망의 탑 (2017)
by 정키XL

1982년 처음 출간된 이후 20047권으로 마무리된 <다크 타워> 시리즈는 스티븐 킹의 정수이자 야심작으로, 외전까지 포함하면 무려 8000쪽이 넘는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할 만큼 방대한 대서사시다. 그런 만큼 영화화 작업도 쉽지 않았는데, 쌍제이 에이브람스와 론 하워드를 거쳐 <미결처리반Q> 삼부작으로 이름을 알린 덴마크 출신의 니콜라이 아르셀에게 최종적으로 메가폰이 쥐어졌다. 문제는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조금 애매한 스코어를 기록 중이라는 것. <다크 타워>가 계속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을지 더 기다봐야 알 수 있을 듯 싶다.

요새 대세라 할 수 있는 정키XL(본명은 톰 홀컨보르흐)이 음악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기대감이 대폭 상승하는데, 이에 실망시키지 않는 규모의 사운드로 보답한다. 애초에 킹이 구상했던 서부극 스타일과는 사뭇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여느 판타지 못지않게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게 구사되는 롤랜드를 위한 서곡은 강렬하고 짜릿하다. 샘플 라이브러리로 축적된 방대한 소리들의 중첩과 탁월하게 계산된 루프, 심장을 약동시키는 퍼커션과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결합돼 뿜어내는 호쾌한 스코어는 가히 압도적이다. 영화 완성도는 몰라도 음악만큼은 엄지 척!

다크타워: 희망의 탑

감독 니콜라이 아르셀

출연 이드리스 엘바, 매튜 맥커너히, 톰 테일러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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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2017)
by 벤자민 월피쉬

97일 개봉하는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그것>은 스티븐 킹의 가장 인기 높은 대표작으로, 27년 전인 1990년에 3시간이 넘는 분량의 미니시리즈로 한 차례 제작된 바 있다. 원작의 디테일과 공포감을 모두 살리기엔 무리였지만, 그럼에도 팀 커리가 연기한 광기 어린 피의 피에로만큼은 존재감을 확실하게 남겼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그것> 역시 2부작으로 나눠 제작되며, 전편 성공 여부에 따라 후편은 2019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90년도판 음악은 주로 TV에서 활약하던 리처드 벨리스의 솜씨였는데, 그는 이 작품으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이번 영화판의 음악은 한스 짐머가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벤자민 월피쉬가 맡았는데, 그는 <라이트 아웃><크롤 스페이스>, <더 큐어>, <애나벨: 인형의 주인> 등 여러 편의 호러 영화음악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그것>에서도 깊디깊은 어둠과 그 속에 기생하고 있는 페니와이즈의 섬뜩한 일면을 소름끼치도록 묘사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신경줄을 긁는 듯한 스트링과 금속성의 브라스, 앰비언트 음향에, 일렉트릭 효과들이 절묘하게 결합돼 유년 시절의 공포를 그려낼 사운드트랙은 98일 발매될 예정이다.

그것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빌 스카스가드, 제이든 리버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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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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