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모두가 현혹되고 말았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2016년 개봏한 <곡성>을 다시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별히 이번 상영이 끝난 후에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과 전주국제영화제의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마 클래스’를 가졌다. 이 만남에서 <곡성>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함께 만나보자.
<곡성>은 의문의 연쇄 사건이 일어나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경찰인 종구(곽도원)은 외지인(쿠니무라 준)에 대한 불길한 소문을 듣게 되고,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이 갑작스럽게 열병을 앓으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서늘한 분위기와 교묘하게 짠 플롯으로 호평을 받아 개봉 당시 687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시네마 클래스 현장에서도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곡성>을 극장에서 두 번 이상 보신 분이 있냐”고 묻자 관객들의 반 정도가 손을 들어 팬층이 두꺼운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괴기한 이야기를 두고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나홍진 감독 작품 중 블로거들의 글이 가장 많은 영화다”라고 운을 뗐다. 이에 나홍진 감독도 “저도 모르는 해석들을 많이 올려주셨다”는 능청스러운 반응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곡성>의 배경이 곡성인 이유는?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실제로 곡성에 사셨는데, 그런 장소를 건드리는 게 부담됐을 것 같다”고 묻자 나홍진 감독은 “살았던 건 아니고, 어머니의 이모분께서 곡성에 사셨다. 자식이 없으시니까 외로울 것 같다고 어머니가 저를 자주 내려보내셨다. 어릴 적 곡성에서 지낸 기억이 많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그분을 그리워하다 곡성을 배경으로 삼자고 결심했다”며 “그런데 이런 영화가 나와버렸다”라고 농담을 덧붙였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는 복잡한 듯 목표 자체는 심플한 편이다”라는 이상용 프로그래머의 말에 나홍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횡적으로 펼치기보다 수직적으로 들어가는 편이다. 그래서 다들 아는 소재로 새로운 시선을 표현해보겠다는 식이다. 명제를 이렇게 저렇게 풀어보는 걸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곡성>의 영화 스타일이 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격자>, <황해>의 리드미컬함과 조금 다르다는 이상용 프로그래머의 평가엔 “영화를 디자인할 때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한다. 그분들이 뭘 원하는지 찾고 그걸 잡으려고 한다. 같은 리듬으로 가면 관객분들도 그 리듬을 타게 되고, 그러다 살짝만 변화를 주면 다르게 느끼실 거다. 그런 리듬감을 영화에 활용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또 <곡성>의 스타일에는 배우 덕분이라고도 첨언했다. 곽도원을 캐스팅했는데, 몸이 느린 배우인데다 산속 추격 장면을 촬영 초반에 찍었더니 피로감과 부상 때문에 더 느려졌다고. 그래서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 템포에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곡성> 위해 실제 종교인들을 만났다
<곡성>은 <황해>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제가 감히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야기여서 시나리오 쓰는 데 오래 걸렸다. 오컬트 영화에 대한 학습을 하면서, 오컬트 장르가 왜 이 지경이 되었나를 살펴봤다. 저도 똑같은 실수와 결과를 맞이할 것 같아 두려웠다. 뭘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성경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아주 좋은 사람이 아닌 인물, 아시아 세계관을 그린다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결심하고도 오래 걸린 건, 이 이야기를 풀기 위해 그가 종교인들을 만나 취재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종교인은 물론이고 네팔에 가서 무당도 만나 이런저런 경험을 하니,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했어야 이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까 묻는 영화가 나오게 됐다고. 나홍진 감독은 “제 생각엔 어떤 선택을 하던 우리 결과는 동일하지 않을까”라고 엔딩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곡성>은 종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시작한다. 도입부에는 성경의 일부를 인용했고, 후반부에는 이를 변주한 대화 장면을 넣기도 했다. 나홍진 감독은 “성경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게 그 인용한 부분이다. 저는 그 부분을 예수의 형상이 아니었으니 제자들이 의심한 거 아닐까 생각했다. 예수의 형상이 아닌 사람이 예수이고 부활했다고 말한다면, 나는 못 믿었을 것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곡성>을 해외에 판매한 직원이 “비기독교 국가엔 잘 안 팔리더라”고 했단다.
이 자리에서 ‘아쿠마’(악마의 일본식 발음)의 디자인에 대한 비화도 들을 수 있었다. 나홍진 감독은 이 악마를 구현하기 위해 인간에게 발생하는 질병의 사진들을 모아 그것들을 조합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곡성> 속 악마의 모습이라고. 그는 “이렇게 인간에게서 자연 발생하는 질병을 조합해 탄생한 게 누가 봐도 악마 같은 모습인 게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외지인, 하필이면 일본인인 이유는?
관객에게 “왜 외지인이 일본인이어야 했냐”는 질문이 나왔다. <곡성>의 일본인은 여러 가지 해석이 덧붙는 이유 중 하나인데, 나홍진 감독은 “외형이 우리와 비슷하길 바랐다. 은밀한 침입으로 여겨지게끔. 자연스럽게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이었는데, 중국인은 이미 한국에 워낙 많이 계신다. 그래서 일본인으로 정하게 됐다”는 의외의 사유를 털어놨다..
나홍진 감독을 주목받게 한 단편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다. 나홍진 감독은 “오늘도 영화를 다시 봤지만, 사실 전작들을 다시 보는 건 진짜 힘들다. 자극은 된다. 저 짓거리를 다시는 하지 말자, 더 분발하자는 생각을 하게 한다”며 스스로 갈 길이 먼 걸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최근에도 낮밤 모르게 글을 쓰고 있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도미 요리>에서 추구하는) 완벽함을 왜 가고 싶냐면, 전 이 세상에 나오려고 나온 게 아니다. 이 점이 싫었다.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전혀 없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편집하신 분이 <추격자>, <황해>도 편집하셨다. 그분이 저한테 ‘넌 책 좀 짧게 쓰면 참 좋은 감독인데’ 하시더라. 이제는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됐을 때 제 영화가 갖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준비 많이 해서 그런 환경에서도 저만의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차기작에 대한 계획으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곡성(哭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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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개봉 2016 대한민국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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