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들은 음악으로 기억된다. 중요한 장면에 절묘하게 쓰인 음악들은 그 영화의 여운을 몇 배로 만들어 준다. 혹은 영화를 보다가 뜻하지 않게 내가 좋아하던 음악을 만났을 때. 동공은 확장되고 귀가 녹아내린다. 이번 주 뒹굴뒹굴 VOD는 바로 그런 경험을 안겨준 영화들을 모았다. 음악은 물론 영화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들이다. 기자의 개인 취향이 반영됐지만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면 소개해 주시길. 독자들이 기억하는 '내 마음속의 OST'도 궁금하다. 이 다섯 편의 영화들은 9월 8일~9월 14일까지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어 퍼펙트 데이
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출연 베네치오 델 토로, 올가 쿠릴렌코, 팀 로빈스, 멜라니 티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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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내전 이후, 전쟁의 후유증으로 가득한 마을에 NGO 구호단체가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NGO 요원 '맘브루'를 출구 없는 매력의 베네치오 델 토로가 연기했다. 서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물에서 발견된 시체 한 구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식수 공급이 어려워지자, NGO 요원들이 시체를 건져 올릴 밧줄을 찾아 헤매는 내용이니까. 이 영화의 배경이 전시 상태가 아닌 휴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되려 선연히 남은 서늘한 참상을 건조하고도 유쾌한 톤으로 그리고 있다. 바로 이런 극의 분위기와 잘 조응한 음악 선택이 눈에 띈다. OST가 훌륭하기로 입소문이 났지만, 그중에서도 악마의 음악이라 불리는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Sweet Dreams'와 1960년대 전설적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Venus In Furs'는 적재적소에 쓰여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대신했다. 아래는 <어 퍼펙트 데이>의 주크박스 영상. 위 음악을 포함한 4곡을 엿볼 수 있다. 

Marilyn Manson - Sweet Dreams 외 3곡
어 퍼펙트 데이

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출연 베니시오 델 토로, 올가 쿠릴렌코, 팀 로빈스, 멜라니 티에리, 페자 스투칸

개봉 2016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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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토리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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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고스트 스토리>는 영혼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다. 연기력이 보증된 두 배우 루니 마라와 케이시 애플렉이 주연을 맡았다. 한 편의 뮤직 드라마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인상적이다. 남자인 C와 여자 M은 연인 사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C. 무거운 슬픔에 잠긴 M의 주위를 하얀 천을 뒤집어쓴 형상의 유령 C가 배회한다. 당연히 M에게는 유령이 보일 리 없고, 유령은 홀로 남은 M보다도 더 깊은 슬픔을 앓는다. 작곡가였던 C가 남긴 음악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지점에 사용돼 과거의 기억을 불러들이는 소재로 표현됐다. <고스트 스토리>의 음악 감독 다니엘 하트(Daniel Hart)가 만든 밴드 다크 룸즈(Dark Rooms)의 'I Get Overwhelmed'를 아래 예고편에서 잠깐 확인할 수 있다.

Dark Rooms - I Get Overwhelmed
고스트 스토리

감독 데이빗 로워리

출연 케이시 애플렉, 루니 마라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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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테넌바움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진 핵크만, 안젤리카 휴스턴, 벤 스틸러, 기네스 펠트로, 루크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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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로얄 테넌바움> 역시 훌륭한 배경 음악이 많기로 유명하다. 가장 알려진 곡으로는 비틀즈(Beatles)의 'Hey, Jude'가 있다. 이 곡은 테넌바움 가족들을 소개하는 에필로그에 흐르며 '리치 테넌바움'이 기르던 새 모데카이를 하늘로 날려 보낼 때 울려 퍼진다. 테넌바움 삼남매는 상처 입은 천재들이다. 첫째 체스(벤 스틸러)는 10대 초에 부동산 투자 전문가, 입양 딸인 둘째 마고(기네스 펠트로)는 15세의 나이에 이름난 극작가, 셋째 리치(루크 윌슨)는 3년 연속 US 오픈 타이틀을 가진 챔피언 테니스 선수다. 모두의 부러움을 살 만한 삼남매는 배신과 실패, 비극적인 사고를 겪으면서 미처 성숙하지 못한 채로 어른이 됐다. 성공에 가려진 테넌바움 가족의 어두운 면면은 안성맞춤의 사운드트랙과 만나며 성장통으로 드러난다. 어른이 된 마고와 리치가 재회하는 순간에 흘러나오는 니코(Nico)의 'These Days'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예쁨 받고 자랐지만 가장 유약한 내면으로 성장한 리치의 자살시도 신에 흐르는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의 'Needle In The Hay'도 빼놓을 수 없다.

Nico - These Days (30초부터 1분 30초까지)
로얄 테넌바움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진 핵크만, 안젤리카 휴스턴, 벤 스틸러, 기네스 팰트로, 루크 윌슨, 오웬 윌슨, 빌 머레이, 대니 글로버, 세이무어 카셀, 쿠마르 팔라나

개봉 200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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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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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사랑받았던 다양성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아닐까.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가 합을 맞춘 한여름의 로맨스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영상과 사운드트랙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욕망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으로, 두 남자 사이에 오고 가는 간질간질한 줄타기가 매력적이다. 열일곱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가족 별장에 방문한 스물넷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와 만나 난생처음 맞는 특별한 순간들을 경험한다. 계절의 농도와 습기를 그대로 전하는 듯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는 전곡 모두 사랑을 받았는데. 그중 파티 댄스 신에 쓰인 사이키델릭 퍼스(The Psychedelic Furs)의 'Love My Way'는 8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밴드의 음악을 가져와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톤을 살린다. 다 완벽한데 딱 하나 아쉬운 아미 해머의 춤 실력이 깨알 포인트. 영화에 3곡이나 실린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음악들도 추천한다. 아래 영상에서 그의 'Mystery Of Love'를 들을 수 있다.

Sufjan Stevens - Mystery Of Love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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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감독 일디코 엔예디
출연 게자 모르산이, 알렉상드라 보르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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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도착한 낯선 영화. 헝가리를 대표하는 감독 일디코 엔예디가 무려 18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환상적 세계를 현실로 끌어오던 장기를 다시 한 번 발휘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제목 그대로 같은 꿈을 꾸는 남녀가 등장한다. 회사의 상사와 직원으로 만난 이 둘은 하나의 꿈으로 교감하는 것 말고는 다른 접점이 거의 없는 사이다. 소통 능력이 없는 외로운 마리어(알렉상드라 보르벨리)는 권태에 빠진 엔드레(게자 모르산이)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된 후 그에게 흥미를 갖는다. 이들은 현실이 아닌 세계 속에서 먼저 소통을 경험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영화로 봐왔던 사랑 이야기와는 아주 다른 결의 영화다. 예민하게 스스로를 가두고, 또 날카롭게 다치는 마리어가 거절을 경험할 때.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로라 말링(Laura Marling)의 'What He Wrote'는 그녀의 무감한 얼굴처럼 담담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Laura Marling - What He Wrote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감독 일디코 엔예디

출연 게자 모르산이, 알렉상드라 보르벨리

개봉 2017 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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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