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범>)의 촬영이 진행 중이던 런던 리브스덴 스튜디오에서 주연 배우들을 만났다. 마법사와 노마지의 신분으로 금지된 사랑을 펼치는 제이콥과 퀴니를 연기한 댄 포글러와 앨리슨 수돌, 이번 작품을 통해 J.K. 롤링의 마법 세계에 합류한 조 크라비츠와 칼럼 터너,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는 뉴트, 에디 레드메인이 차례대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예상보다 촬영 시간이 길어진 탓에 캐서린 워터스턴, 에즈라 밀러와는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운 소식도 전한다.
먼저 <신동범>의 커플들, 댄 포글러, 앨리슨 수돌, 조 크라비츠, 칼럼 터너와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런던 촬영 현장에서 들은 <신동범>의 제작 비하인드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 크라비츠 & 칼럼 터너
소품, 의상, 야외 세트 등을 취재한 후 찾아온 점심시간. 서커스단의 것으로 추정되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보조출연자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마친 후, 기자들은 뉴트의 지하실 컨셉아트와 똑 닮은 구조를 자랑하는 거대한 목재 세트로 향했다. 이미 촬영을 마쳤거나 리뉴얼 중인 공간인지 한쪽 구석에서 드릴 소리가 들려왔다. 으슬한 추위를 견디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인기척도 없이 조 크라비츠와 칼럼 터너가 나란히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체격 차이. 촬영을 마친 듯 두 배우 모두 메이크업을 지운 채 편안한 일상복 차림으로 기자들을 마주했다. 키에 비해 테이블이 한참 낮은 듯(!), 테이블 밑으로 삐져나온 칼럼 터너의 길쭉한 다리가 유독 돋보였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 합류한 걸 축하한다”는 기자들의 인사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도 자신의 역할을 몰랐다고?
“저 없이 제작된 1편은 상상도 못할 정도예요. 촬영 내내 원래부터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일원이었던 것처럼 느꼈죠.”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 합류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칼럼 터너의 능청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뉴트(에디 레드메인)의 형 테세우스 스캐맨더를 연기하는 칼럼 터너, 뉴트의 첫사랑 레타 레스트랭을 연기하는 조 크라비츠 모두 <신동범>을 통해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 처음 발을 디뎠다. 특히 레타 레스트랭은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녀 벨라트릭스 레스트랭(헬레나 본햄 카터)과 같은 가문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주요한 역할을 맡았지만, 오디션 당시엔 어떤 역할인지도 몰랐다고.
<신비한 동물사전>이 개봉하기 전 오디션을 본 조 크라비츠는 “카메라 테스트를 받을 때까지도 레타 레스트랭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에디 레드메인과 감독 데이빗 예이츠의 설명으론 부족했고,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고 나서야 레타 레스트랭에 대한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고. 그에 비해 칼럼 터너는 간단히 제 역할을 추측해냈다. “오디션을 봤을 때 테오란 이름을 받았어요.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니 인터넷에 이미 테세우스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더군요. 그래서 전 제 역할이 테세우스인 걸 꽤 빨리 알 수 있었죠. ”
레타 레스트랭과 테세우스 스캐맨더는 어떤 인물?
“전 레타 레스트랭을 연기해요. 뉴트와 호그와트 시절 친구였죠. 현재는 그의 형인 테세우스와 약혼한 사이에요.” 조 크라비츠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인터뷰장이 술렁였다. 영화가 촬영된 당시는 레타와 테세우스가 약혼한 사이였다는 설정도 비밀에 부쳐졌을 때다. 조 크라비츠는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내내 기자들 뒤에 선 워너브러더스 관계자를 바라보며 말끝을 늘였다. “레타 레스트랭은 꽤 어두운 인물일 것 같다”는 기자의 추측에 조 크라비츠는 ‘complicated’(복잡한)란 단어를 무한 반복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복잡해, 복잡해요. 레타는 복잡한 인물이에요. 그게 제가 말할 수 있는 전부예요.(웃음)” 아무래도 내기니(수현)의 파급력과 비슷한 비밀을 품은 인물인 모양이다.
뉴트의 형인 테세우스는 마법부의 일원으로 호그와트보단 마법부의 선택을 믿는 인물이다. 뉴트의 혈육임과 동시에 그와 대척점에서 어떤 갈등을 빚어낼지 궁금해지는 인물. “에디 레드메인보다 8살이나 어린데 형 역할로 캐스팅되었다”는 기자의 말에 칼럼 터너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더 성숙한 배우를 찾고 싶었겠지만, 저만큼 에디와 닮은 배우는 없었을 거예요” 두 배우의 싱크로율이 빚어낼 스캐맨더 형제의 케미스트리야말로 팬들이 고대 중인 이번 영화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다.
<신동범>은 마법 같은 영화다
J.K. 롤링의 마법 세계에 발을 디딘 건 배우들에게도 엄청난 경험이었다. 촬영장에서 매번 색다른 지점에서 놀라움을 느꼈다고. “오늘도 놀라운 일이 있었어요. 조니 뎁이 촬영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었죠. 매번 봐도 믿을 수 없어요.”(칼럼 터너) 조 크라비츠는 <신동범>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마법 같다”고 말했다. “CGI, 액션으로 가득 찬 블록버스터지만 감정적인 부분에도 매우 집중하는 영화에요. 이렇게 큰 영화에선 드문 일이죠. 단지 규모에 집중하기보다 마법 세계, 캐릭터들과 교감해나갈 수 있는 과정이 매우 신성하게 느껴졌어요. 예술가로서 올바른 위치에 서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준 영화였죠.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앨리슨 수돌 & 댄 포글러
칼럼 터너, 조 크라비츠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10여 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입구 쪽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앨리슨 수돌과 댄 포글러, 두 사람 역시 촬영을 마친 듯 편안한 차림으로 세트에 들어섰다. 헤어스타일을 감추려는 의도인지 앨리슨 수돌은 머리에 커다란 두건을 두르고 있었다. 신중한 답을 떠올리려는 듯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는 댄 포글러의 모습은 영락없는 노마지 제이콥의 모습이었다. 전작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배우는 서로의 답에 맞장구를 쳐주며 화기애애한 인터뷰를 이어갔다.
* <신비한 동물사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억을 되찾은 제이콥?
<신비한 동물 사전>을 본 이들이라면 마법 세계를 경험한 노마지 제이콥의 기억이 빗물에 씻겨 내려갔음을 알고 있을 터. 그랬던 그가 다시 마법사들과 동행하는 모습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던 질문에 댄 포글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말미에서) 제이콥은 빵집을 운영하고, 퀴니가 그곳을 찾아왔죠. 어쩐지 제이콥이 퀴니를 알아보는 것 같지 않았나요? 이번 영화에선 퀴니가 제이콥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두 사람이 함께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매우 사랑스러운 장면이겠죠?”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이 커플의 앞에 놓인 진짜 장애물은 따로 있다. “제이콥과 퀴니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에요. 마법 세계와 인간 세계는 아직 통합되지 않았죠. 둘의 사랑은 불법이에요. 그들이 함께 있는 건 위험한 일이죠.” 앨리슨 수돌에 말에 따르면 이번 영화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스템에 대항하는” 퀴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레질리먼스와 노마지,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이방인들
약자가 영웅으로 성장하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서사 구조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마법사 집단에서 이방인의 위치에 놓인 건 뉴트뿐만이 아니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레질리먼스 퀴니, 노마지인 제이콥 역시 이방인의 영역에 서 있다.
누군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수 없는 레질리먼스의 재능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재능”이라 생각했다던 앨리슨 수돌. 보통의 마법사와 다른 능력을 지닌 “레질리먼스를 연기하며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촬영장에서 늘 퀴니와 함께하려 의식했고, 이 재능이 퀴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탐구했다”고 답했다. 파리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번 영화에선 그녀의 재능이 벽에 부딪칠 예정이라고. “파리에 있는 건 퀴니에게 매우 힘겨운 일이에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프랑스어를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죠. 퀴니가 지닌 능력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발휘하는지 지켜보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울 거예요.”
제이콥은 J.K. 롤링의 마법 세계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노마지 영웅’이다. “<스타워즈> 시리즈 속 한 솔로 역시 제다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온 댄 포글러는 제이콥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에 비교했다. “제이콥은 관객의 입장에 선 사람이에요. 마법 세계를 경험하며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니까요. 관객의 입장에 선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에요. 그렇지만 언젠가 저도 지팡이를 쓸 수 있길 바라긴 하죠.(웃음)”
성공적인 이륙, <신비한 동물사전>이 이들에게 남긴 것
댄 포글러와 앨리슨 수돌, 두 배우 모두 <신비한 동물>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셀럽이 되는 것엔 관심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 앨리슨 수돌은 대신 재밌는 일화를 소개했다.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고 있더라고요. 자연스레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죠. 그 남자가 자기 영화를 그만 훔쳐보라고 말할 때까지요! <신비한 동물> 시리즈에 관심 있어 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제이콥의 콧수염만 있으면 사람들이 잘 알아본다”며 너스레를 떤 댄 포글러는 “거대한 팬덤이 환영해주는 건 매우 멋진 일”이라 답했다. “첫 번째 영화는 제가 이렇게 큰 영화에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과정이었어요. 두 번째 영화에 들어선 지금은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죠. 이걸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우린 이제 막 이륙했어요. 이륙과 착륙은 가장 어려운 단계죠. 이제 잘 날아갈 일이 남았어요. 그저 첫 번째 영화처럼 많은 팬들이 만족하고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그렇듯, 저도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니까요!(웃음)”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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