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엿한 성인 연기자'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고아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92년생인 그녀는 벌써 이십 대 후반의 나이, 데뷔 15년 차 배우다.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유관순 연기로 돌아온 배우 고아성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울라불라 블루짱! 데뷔는 초통령

<울라불라 블루짱>

고아성은 브라운관으로 먼저 데뷔했다. 90년대 생이라면 무조건 기억할 범 우주적 어린이 드라마 <울라불라 블루짱>. 파란 분칠을 한 얼굴의 외계 소녀가 나오는 <울라불라 블루짱>은 <요정 컴미>, <매직키드 마수리>에 이은 어린이 특촬물의 계보에 있는 작품이다. 지금 보기엔 다소 난감한 분장과 특수촬영들. 하지만 2000년대 초 어린이들에겐 센세이션이었고, 작중 등장하는 마법 반지와 팔찌 등은 당시 초등학교 앞 문방구의 스테디셀러였다. 고아성은 지구인인 줄 알았다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며 변신 능력을 발휘해 블랙스톤(악당)과 싸우는 주인공 '노다지' 역으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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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슬픈 연가>(왼쪽), <공부의 신>

그 후 아역배우로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했다. <슬픈 연가>, <공부의 신> 외 다수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얼굴을 알린 그녀는 성인이 된 이후 이런 가족! 같은 회사에 일격을 날리는 계약직 회사원으로(<자체발광 오피스>), 커피 배달, 자료 정리, 전화 응대를 주된 업무로 하다 점차 억눌린 목소리를 발산하기 시작하는 경찰로(<라이프 온 마스>) 변신하며 당당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났다.

<자체발광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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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데뷔작 <괴물>로 칸까지

<괴물>

고아성의 영화 데뷔는 봉준호 감독의 크리처물 <괴물>이었고, 이 작품은 그녀 인생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강두(송강호)의 딸 현서 역으로 출연한 고아성은, 이 작품으로 열다섯의 나이에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다. 소년기의 천진함, 그리고 철없는 아버지와 대비되는 씩씩한 성격. 고아성이 표현한 현서는 그런 아이였다. 이 작품에서 부녀지간으로 만난 송강호와는 이후 봉준호의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에서도 부녀지간으로 재회하기도 했다. 또한 <괴물>은 대한민국의 영화 시상식 청룡영화상에서 고아성에게 최연소 신인상이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안겼다.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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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을 만들어 준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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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로 그를 이끈 작품은 <괴물>을 시작으로 <여행자>, <오피스>까지 벌써 셋이나 된다. <여행자>는 서울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감독 우니 르콩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깃든 독립영화이자, 아역배우 김새론의 떡잎을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몸이 불편하지만 첫사랑으로 고민하는 17세 소녀를 연기한 고아성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매료됐다며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큰 욕심이 났다. 더 넓은 세계를 만난 듯, 연기 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라고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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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스릴러 <오피스>로 칸영화제 3차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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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찬 감독의 입봉작 <오피스>는 사무실에서 펼쳐지는 스릴러 영화로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보수적인 제일 F&B 영업 2팀이 작중 배경. 어느 날 김 과장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사라졌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인턴 이미례(고아성)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형사 최종훈(박성웅) 두 주연을 중심으로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가 탄생했다. 사무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위해 고아성은 지인의 사무실에 직접 가보거나 전략 기획서를 직접 써보는 등 회사원의 삶과 가까워지려 애썼다.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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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관심사 :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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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아성은 사람들이 기억하던 아역배우의 굴레에서 성큼 벗어났고, 배우로서 탄탄한 행보를 쌓아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사람 고아성'이다. 여러 인터뷰나 방송을 통해 고아성은 그녀의 관심사를 드러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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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큰 것이 책이라 말할 정도로 다독가로 알려진 고아성. 기자 역시 그녀에 관한 인터뷰를 읽다가 메모장에 읽어야 할 책이 수두룩이 쌓였으니 말 다 했다. 술을 마시고 놀다가도 술 깨고 싶으면 책방을 찾는다는 고아성은 스스로에게 책이란 이런 것이라 말한다. "인생에서 제일 큰 거요. 영화보다 음악보다 사진보다 큰 거요. 취향이다 아니다 할 수 없는 거요. 그래서 무언의 압박감이 있지만 그걸 즐기면 비교적 덜 실수하게도 해주는 거요. 그 안도를 느끼게도 해주는 거요."(<한국일보> 관련 기사)

KBS1 특집 4부작 'TV 책'에 출연한 고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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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관심사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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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고아성은 아역 시절부터 사진 찍기를 시도해왔다. 좋아하는 것들을 프레임에 담고자 시작한 사진 찍기. 그러나 단지 취미라기엔 따뜻한 시선과 재능까지 드러났다. 2009년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 기념 인물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 <여행자> 촬영 중 그녀는 베일을 쓴 수녀의 뒷모습을 흑백 사진으로 담아냈고, 이 사진은 총 2천여 작품이 모인 공모전에서 그녀에게 청소년부 우수상을 안겼다. 열여덟의 나이에 가진 예민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대목. 해당 사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2009년,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 기념 인물사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고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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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관심사 :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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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네스티요나'(왼쪽) / <설국열차>

남다른 취향을 가진 그녀는 인디 음악과도 꽤 교류가 많았다. 유명 인디밴드 네스티요나의 보컬 '요나'와는 소울메이트급 절친 사이이며, 피처링에 참여한 적도 있다. 특히 네스티요나의 '별, 열일곱의 너에게'는 열일곱의 고민 많던 고아성에게 그녀가 선물한 곡이라고. <설국열차> 촬영 당시 봉준호 감독에게 건넨 네스티요나의 앨범 덕분에 극중 고아성의 이름이 '요나'가 됐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또, 싱어송라이터 곽태훈과 고아성이 함께 발표한 곡 '홍대입구'에서는 꾸밈없이 청아한 음색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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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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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데뷔한 배우들이 주로 영화, 연기 전공을 선택했던 바와는 달리 고아성의 학부 전공은 심리학과다. 그녀의 취미와 취향을 알지 못했다면 낯설게 다가올 법한 선택이다.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에 수시 입학을 하게 된 그녀에게 당시엔 연예인 특례라는 비난도 많았는데, 쏟아지는 의혹에 고아성은 미니홈피를 통해 생각과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는 그녀에게 인문학 공부를 권했으며 본인도 원했다. 현재는 그 선택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성균관대 심리학과 입학에 특례 의혹이 불거지자 고아성이 직접 미니홈피에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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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이 되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다

<항거:유관순 이야기>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통해 유관순 역할을 맡으면서 고아성은 다시 의미 있는 행보를 밟아 나가고 있다. 3.1운동의 역사가 100년이라는 세월의 때를 탔지만, 차디찬 감옥과 유관순 열사의 강렬한 눈빛만큼은 잊힐 수 없다. 그 무게를 견디고 도전한 유관순으로의 변신은 고아성에게도 큰 숙제였다. "매일같이 기도하듯 연기했다. 가슴 한편이 늘 뜨거웠고, 또한 죄스러웠다"(<한국일보> 관련 기사)고 밝힌 그녀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큰 임무이긴 했지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고. 큰 역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의 마음을 쓰는 배우, 하지만 그 노력을 역사 속 그분의 인생과 감히 비교할 생각이 없는 배우가 고아성이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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