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잇츠 어 신>, 우리말로 하면 '이건 죄다' 정도가 될까. 왓챠에서 공개할 신규 익스클루시브 시리즈 <잇츠 어 신>은 1980년대 초, 런던에 사는 게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성애를 그린 드라마에 '죄'(신, Sin)이란 단어를 쓰다니! '이렇게 공격적이고 혐오적이어도 돼?'라고 예단하지 말자. 이 드라마, 45분짜리 5부작이란 길지 않은 분량에 당시 게이들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 로튼토마토지수 98%(팝콘지수 96%)를 달성하고 IMDb에서 8.8점을 기록했다. 첫 방영 당시 160만 시청자를 사로잡은 <잇츠 어 신>, 어떤 드라마일까?


어느날 등장한 무서운 질병

'분홍 궁전'의 다섯 멤버들. (왼쪽부터) 애시, 콜린, 로스코, 질, 리치

<잇츠 어 신>은 1980년대를 그린 퀴어 드라마. 대학 입학으로 런던에 온 리치, 동성애자란 이유로 고향에 보내려는 가족들로부터 도망친 로스코, 양장점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는 콜린이 '분홍 궁전'이란 아지트를 만들어 함께 생활하는 내용을 그린다. 이 드라마, 언뜻 동성애자들의 해방과 자유를 그릴 것 같지만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그런 드라마였다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영국의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본격적인 시작은 '게이 남성들만 전염되는 정체불명의 병'이란 괴담 같은 사실이 퍼지면서부터다.

이 정체불명의 병이 무엇인지 우리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에이즈(AIDS), 후천적 면역 결핍 증후군. 지금 우리에겐 '일반 상식' 같은 병이 처음 유행한 1980년대의 풍경은 용감하기에 안타까울 지경이다. 허황된 소문,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음모, <잇츠 어 신>의 주인공들을 비롯한 게이들은 그렇게 여기고 만다. 법대를 입학한 리치마저도 게이 남성만 걸리고 걸리면 사망하는 병이라니, 코웃음을 친다. 그러나 무시하려고 했던 병은 점점 실체가 돼 그들과 주변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

<잇츠 어 신>은 이렇게 개인을 집중하면서 동시에 1980년대 동성애 공동체에 드리우는 새로운 위기를 포착한다. 사회를 다루는 묵직한 시선과 함께 사랑과 자유를 꿈꾸는 개인의 삶과 이상을 놓치지 않아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리치, 콜린, 로스코, 애시, 질. 이 다섯 명의 캐릭터는 각자의 뚜렷한 성격에 현실적인 디테일이 더해져 실제 우리 주위의 사람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행적에 기쁘고 슬퍼하다 보면 시청자들 또한 드라마 속 세계에 흠뻑 빠진다. 구태의연한 수식어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표현 말고는 <잇츠 어 신>에 적합한 호평도 없을 것이다.


게이의, 게이에 의한, 게이를 위한

<잇츠 어 신>이 범상치 않은 내용을 다룰 수 있는 건 제작진부터 출연진까지 모두 멤버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있어서다. 각본을 집필한 러셀 T. 데이비스는 지난해 왓챠에서 독점 공개한 <이어즈&이어즈> 각본을 쓰고 영국 대표 드라마 <닥터 후> 뉴시즌 1~4 제작 총괄로 유명한 스타 작가. 이 유능한 작가가 자신의 젊은 시절 겪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쓴 각본이 <잇츠 어 신>이다. 러셀 T. 데이비스가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느낀 감정들을 <잇츠 어 신>에 녹여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 누구나 따라 해보고 싶은) '라↗' 같은 디테일한 설정도 빼곡히 채웠다.

리치 역의 올리 알렉산더(왼쪽), 질 역의 리디아 웨스트

콜린 역의 칼럼 스콧 하웰즈(왼쪽), 로스코 역의 오마리 더글라스

애쉬 역의 나다니엘 커티스(왼쪽)

데이비스는 자전적인 이번 드라마에 특별한 원칙을 세웠다. 등장하는 게이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 또한 실제 동성애자여야 할 것. 일견 '역차별'이란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드라마를 보면 그의 선택이 적절했음을 알 수 있다. <잇츠 어 신>은 게이이기에 겪는 일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 그래서 동성애자 배우들을 통해 캐릭터들이 겪는 감정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그야말로 연기와 현실을 줄타기하듯 캐릭터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이렇게 제작진에서 차려준 잔치에 올라선 배우들은 누구일까. 밴드 '이어즈&이어즈'의 보컬이자 영화 <갓 헬프 더 걸>에 출연한 올리 알렉산더가 활기차고 똑똑한 리치 역으로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이어즈&이어즈>에서 베서니를 연기한 리디아 웨스트가 '분홍 궁전'의 유일한 여성 질 벡스터를 맡아 현실적이면서 사려 깊은 캐릭터를 보여준다. 애시를 연기한 나다니엘 커티스와 로스코를 연기한 오마리 더글라스, 콜린 역의 칼럼 스콧 하웰즈는 데뷔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앙상블로 '분홍 궁전'을 채운다.

닐 패트릭 해리스(왼쪽)과 스티븐 프라이가 <잇츠 어 신>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드라마의 취지는 미국-영국 대표 게이 배우들까지 움직였다. 드라마의 미국 진출을 위해 인지도 있는 미국 배우가 필요한 시점에서, 닐 패트릭 해리스가 합류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가장 매력적이고 영향력 있는 게이로 유명한 그는 콜린의 상사 헨리 역으로 존재감을 남긴다. 영국 드라마,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 겸 코미디언 스티븐 프라이도 아서 역으로 드라마 중반에 등장, 오마리 더글라스와 호흡을 맞춘다. 커밍아웃한 배우로서 꾸준히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배우는 출연만으로도 <잇츠 어 신>의 품격을 높여준다.


그래서 무엇이 죄인가

<잇츠 어 신>은 매력적인 드라마다. 간단히 말하면 정말 재밌다. 노출 수위가 조금 높은 1회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후 인물들이 맞이할 상황과 그들의 대처가 쉴 새 없이 이어져 드라마 방영시간을 톡톡히 채워준다. 때로는 도발적이지만 때로는 한없이 패배자일 수밖에 없는 생활 속에서 이들은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며 삶을 만끽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이 자초했을지 모를 거대한 병마와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과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들은 보는 사람마저 쓸쓸하게 한다.

<잇츠 어 신>은 펫샵보이즈의 곡에서 제목을 따왔다. 펫샵보이즈의 노래 '잇츠 어 신'은 멤버 닐 테넌트가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다닐 때 죄의식을 부당하게 강조하는 주변 환경을 떠올려 만든 곡이다. 이런 노래의 제목을 차용한 퀴어 드라마라, 동성애를 지나치게 죄악시하는 사회를 저격하는 건가 생각할지 모른다. 하나 <잇츠 어 신>은 그렇게 일방적인 시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캐릭터가 겪는 고난처럼 캐릭터가 가진 결점, 오만함이나 무지함 등도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고 묘사하면서 사회나 개인에게 모든 걸 떠넘기지 않는다.

무엇이 죄인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는 <잇츠 어 신>는 시청자들에게 무엇이 죄인지 천천히 돌이켜보게 한다. '분홍 궁전' 멤버들의 행적을 따라가면 동성애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위험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소문으로만 취급한 동성애자의 태도, 사망률이 높은 위험한 병임에도 쉬쉬하는 정부 등 여러 문제점과 직면한다. 드라마는 그중 무엇이 더 나쁜지, 더 잘못했는지 가리지 않는다. 그저 시청자들에게 제시할 따름이다. 시청자들은 제각기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고, 각자의 시선으로 '죄'가 무엇인지 곱씹으며 자신의 입장까지 되짚어보게 될 것이다. 문제 해결을 강요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고찰의 순간을 안겨주는 <잇츠 어 신>의 품위는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한다.


어떤 말 대신 그저 추천하고 싶은

<잇츠 어 신>은 3월 24일 오후 5시에 공개됐다. 공개되기 전 감상을 마치고 리뷰를 써야 하는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무슨 말을 쓸까, 어떤 식으로 <잇츠 어 신>을 설명할까. 그러나 생각할수록 한 가지만 확실했다. 정말 좋은 드라마라는 사실이었다. '분홍 궁전' 멤버들과 함께 웃다가, 또 같이 씁쓸한 눈물을 삼키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이별할 시간이 온다. 문제의식을 군더더기 없이 던지면서도 시청자들과 함께 즐길 줄 아는 드라마인데, 어떻게 추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잇츠 어 신>은 퀴어 드라마다. <잇츠 어 신>의 특징이 어떤 이들에겐 장벽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장벽만 넘어선다면, 이 드라마를 보는 225분은 분명 귀한 경험을 안겨주리라 장담하겠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