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이프치히에 살던 막시밀리안 S.는 18살에 수백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인터넷에서 마약을 판 돈이다. 2013년 실제 있었던 이 사건에 바탕을 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틴 코미디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실연의 아픔이 버거운 10대 소년 모리츠(막시밀리안 문트)와 그가 충동적으로 시작한 온라인 마약 사업의 흥망성쇠를 그린다. 무거운 범죄물과 경쾌한 성장물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자유로이 옮겨가며 재미를 더하고,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여섯 개로 한 시즌을 구성해 부담을 덜었다. 빠른 편집과 스타일리시하고 영리한 연출이 특히 독보적인 이 시리즈가, 인기에 힘입어 새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세 번째 시즌 공개를 앞두고 모리츠와 리자를 연기한 막시밀리안 문트, 리나 클렝커를 만났다. 그들과 버추얼 인터뷰로 나눈 이야기를 전하기에 전에, 아직 이 시리즈를 접하지 못했거나 오랜만에 마주한 독자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이 걸어온 길을 잠시 되돌아본다.
10분이면 마약 주문 OK?
본격 마약 스타트업 마이드러그스
린젤른은 인구가 3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도시다. 게임과 코딩밖에 모르던 린젤른의 괴짜 모리츠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마약상이 되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대담한 범죄자로 변해가는 모리츠를 두고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브라이언 크랜스턴)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브레이킹 배드>보다는 <소셜 네트워크>에 가깝다. 첫 시즌에서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여자친구 리자(리나 클렝커)는 모리츠에게 이별을 고했다. 교내에서 소소하게 마약을 팔던 학교 최고 인기남 단(다미안 하둥)과 리자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보고, 판단력이 흐려진 모리츠는 리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더 큰 규모로 마약을 팔기로 한다. 그렇게 한 17살 소년의 방구석에서 수십억 원을 벌어들일 사업이 시작됐다.
모리츠는 오랜 친구 레니(다닐로 캄페리디스)를 핵심 개발자로 끌어들여 마이드러그스(MyDrugs)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추적 불가능한 온라인 마약 거래소로, 마약 거래를 위한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뜻밖의 이유로 단까지 영업 담당으로 합류하고 믿을 만한 공급업자를 얻으며, 마이드러그스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기본적으로 마이드러그스는 존재 자체가 불법인 회사다. 야망, 불안, 양심이 속에서 뒤엉켜 폭주 기관차가 되어버린 CEO 모리츠는, 거짓과 배신을 동원해 회사를 운영하며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스스로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이번 시즌에도 그는 일종의 안티 히어로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고. 그동안 벌인 일을 수습하며 책임을 다하는 법, 도움을 구하는 법을 터득해나간다.
Z세대 가이드,
재치 있는 비주얼 스토리텔링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모리츠는 유튜브에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음악’을 검색하고, 2시간짜리 ‘소수 ASMR’을 찾아듣는다. 실시간 통화보다는 삭제 버튼이 있는 음성 메시지를 선호한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소셜 미디어, 밈, 이모지, 비디오 게임에 중독된 Z세대의 이야기다. 지금 10대가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북과도 같은 시리즈다. Z세대라는 소재는 쇼의 비주얼 스토리텔링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작품 속 캐릭터들이 이용하는 노트북과 휴대폰의 UI(User Interface)는 프레임과 연동되어 화면에 드러나고. 이들이 인터넷에 남기는 모든 흔적은, 대사 못지않은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되었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모리츠의 비즈니스 세미나이기도 하다. 내레이터 모리츠가 본인이 어떻게 사업을 구상했는지 설명하며 쇼를 이끄는데, 여기에 리얼리티와 극을 넘나드는 재치 있는 서술 방식이 쓰인다. 그는 갑자기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가 하면, 아예 다른 형식의 TV 쇼를 가져와 특정 상황이나 용어를 해설하기도 한다. 가령, 시즌 2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며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형식을 빌렸고. 이번 시즌에서 독일의 졸업 시험을 설명하는 데 페이크 넷플릭스 쇼의 트레일러 형태를 취했다. (각각 시즌 2 에피소드 4 08:30, 시즌 3 에피소드 5 01:00부터 나오는 장면을 참고하길 바란다.) 에피소드가 시작하자마자 끝난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중간에 스킵 버튼을 넣어 두기도 한다. (각각 시즌 2 에피소드 1 01:20, 시즌 1 에피소드 1 12:00부터 나오는 장면을 참고하길.) 이러한 실험적인 연출은 아주 빠른 편집을 만나 서사의 빈틈을 메우고 몰입도를 높였고,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세계관에 들어선 팬들의 발을 단단히 묶어두었다.
세 번째 시즌이다.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리나 클렝커 일단 마음이 편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 시즌이다. 이때쯤 되면 이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배우들 모두 서로를 잘 알고, 캐릭터와도 가까워졌다. 그게 작품에도 드러난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걱정이 덜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갔다. 지난 두 시즌 덕이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춰버렸기 때문에, 촬영하며 동료들과 함께 여름을 보낸 것만으로도 좋았다.
막시밀리안 문트 여름에 촬영한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었다. 보통의 독일 날씨처럼 비가 오거나 춥지도 않았다. 여름이라는 것만으로 느낌이 아주 달랐다. 요제프(랭스턴 위벨)라는 캐릭터도 새로 합류했는데. 기존 캐릭터들 사이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단의 말을 빌려보자. 이번 시즌의 모리츠는 “총을 든 사이코”다. 처음의 모리츠를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인데. 시즌 3의 모리츠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
문트 나도 모리츠가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덕에 나쁜 놈으로 살아봤다. CEO도 다 되어보고. (웃음) 이번 시즌은 모리츠가 가장 외로웠을 시즌이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가장 친한 친구들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그에게 남은 사람이라고는 네덜란드인들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그 사람들은 모리츠의 친구는 아니지. 모리츠가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있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나도 촬영을 하면서 좀 외로웠다.
모리츠는 감정적으로 차가운 면이 있는데.
문트 그게 나와 모리츠의 가장 큰 차이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다. 사람들을 껴안는 것도 좋아한다. 거리 두기를 하며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카메라 뒤에서 자유롭게 사람들에게 안길 수 없었던 건 슬펐다. 그래도 나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
리자도 몇 시즌을 보내며 많이 바뀌었다. 첫 시즌에서는 내내 혼란을 겪었지만, 이제 저널리스트의 꿈을 좇는다. 시즌 3의 리자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
클렝커 리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어서 좋았다. 첫 시즌에 리자의 친구 프리치(레오니 베셀로)가 리자에게 “그냥 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리자는 깨닫는다. 단 한 번도 자신이 원해서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이제 리자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고, 본인이 원하는 걸 한다. 모리츠 말고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커리어도 쌓아가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물론 그러면서 잃는 것도 있지만, 괜찮다. 결국에는 그 선택이 빛을 볼 테니까.
모리츠는 상습적으로 리자를 해킹한다. 당신이라면 리자처럼 그런 친구를 용서할 수 있겠나.
클렝커 모르겠다. (웃음) 모리츠 같은 친구면 또 말이 달라서. 리자는 모리츠를 너무 잘 안다. 그가 꼭 나쁜 마음만 먹고 그런 게 아니란 것도 알고. 그에게 일어난 말도 안 되는 일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것도 안다. 그래서 리자도 모리츠가 해킹했을 때, 화가 났다기보다는 “후~ 그래… 모리츠… 또 그랬겠지…” 싶었을 거다. 모리츠라면 누구든 해킹할 수 있으니까 놀랍지도 않다.
이번 시즌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클렝커 마지막 에피소드를 찍었을 때가 생각난다. 마지막 회에 코스튬 파티 장면이 있다. 이상하고 독특한 코스튬을 입은 서로의 모습을 하루 종일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모두 영화나 TV 쇼 속 캐릭터를 흉내 냈는데, 작품들의 세계관이 연결된 것 같아서 더 재밌었다. 이번 시즌 촬영 마지막 날에 이 장면을 찍어서, 그 세트에서 그 코스튬을 입은 채로 그대로 뒤풀이를 했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도 그 장면을 재밌게 봤다.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같은 넷플릭스 오리저널 시리즈 코스튬도 보여서 반갑더라. 혹시 전에도 쇼에서 입었던 것처럼 별난 코스튬을 입어봤나.
문트 인어를 좋아해서 인어 꼬리를 만들어 입은 적이 있다. 바늘로 꿰매고 접착제를 붙여가며 직접 만들어 입었다. 그게 가장 특이하지 않았나 싶다.
클렝커 학교 다닐 때 코스튬을 종종 입긴 했는데. 우리 작품 속 캐릭터들처럼 본격적으로 꾸며 입은 친구들은 없었다. (웃음) 내게는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에서 입었던 옷이 가장 독특했다. 단순한 모양이긴 한데, 한 번에 알아볼 거다.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끝내주기로 유명한 쇼다. 특히 소위 코너 속의 코너 같은 장면들이 재밌다. 중간중간 가상의 TV 쇼가 삽입되기도 하고, 게임처럼 아예 다른 형식의 콘텐츠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인상 깊게 본 시퀀스가 있나.
클렝커 나도 다른 TV 쇼가 삽입된 장면들을 좋아한다! 그중 몇 개는 실제로 독일에서 방송되고 있는 쇼를 패러디한 거다. 이번 시즌 첫 번째 에피소드 첫 장면에 ‘사건 파일 X 미해결’(Akte X ungelost)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이 나온다. 미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프로그램인데, 50년도 전부터 방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 ‘사건 파일 XY 미해결’(Akte XY ungeloest)을 재현한 거다. 고정 클로징 멘트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독일인들이 이 장면을 보면 두 쇼의 만남을 반가워할지도 모르겠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도 실제 쇼가 나온다. ‘레이트 나이트 베를린’(Late Night Berlin)이라는 인기 토크쇼다. 실제 진행자도 그대로 출연했다. 이런 장면들을 볼 때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속 캐릭터들이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재밌다.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은 Z세대의 이야기다. 지금 10대의 인터넷 활용법이 다 담겼는데. 20대 중반의 당신들이 보기엔 어땠나. 연기하면서 흥미로웠거나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을까.
문트 18살의 여동생이 있다. 동생이 쇼를 보면서 “그래, 우리 딱 저렇게 인터넷 쓰지!”하고 공감하곤 한다. 덕분에 나도 우리 작품에 나오는 건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클렝커 꼭 Z세대의 인터넷 활용과 관련 있는 것만은 아닌데, 흥미로웠던 게 있다. 쇼러너와 작가분들이 뭐가 유행할지 예견하는 게 멋졌다. 제작진분들이 각본을 쓸 즈음에는 아무도 몰랐던 것들이, 시즌 공개 때에 이르면 유행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시즌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비트코인이나 다크넷에 대해 잘 몰랐다. 그리고 이제 모두가 비트코인을 알지. 이번 시즌에는 단이 온리팬스(OnlyFans)(유료 구독 기반 폐쇄적 소셜 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라이브 방송을 하는 장면이 있다. 나만 해도 촬영 당시에 이게 뭐 하는 앱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다들 안다. 쇼와 현실세계가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게 참 절묘하고도 재밌다.
이번 시즌은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리츠와 친구들은 그동안 크게 벌여둔 판을 수습하며 자기 인생에 책임을 다한다. 거창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당신들에게 인생에 책임을 다한다는 건 뭘까.
문트 맞다.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다. 일단 마이드러그스를 복구하지 않으면 네덜란드인들이 모리츠와 친구들을 죽이려 들었을 거고, 레니의 수술비도 모아야 했다. 이번 시즌에서 모리츠는 자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다한다. 우리 세대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본인의 인생도 인생이지만 주변과 미래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는달까. 책임의 범위가 확장된 듯하다.
클렝커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자체로 사람을 압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18살도 안 된 남동생이 있다. 동생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다 하고 싶어 하는 한편 주변 사람에게도 책임을 다하고 싶어 하고, 좋은 일을 하고 뭔가 이루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종종 그를 지치게 했다. 우리 쇼의 캐릭터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뭐가 진짜 좋은 일인지, 우선순위를 모르니까 혼란스러운 거지. 그러다 나중에는 도움을 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혼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서 벗어나서 함께하는 법을 깨닫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시즌의 결말이 꽤 말끔했다.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마지막 시즌이라고 해도 무방할 결말이었는데. 다음 시즌에 대해 쇼러너에게 들은 것이 있나.
문트 들은 것은 딱히 없다. 촬영을 시작하는 그 날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 쇼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직 더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청자분들이 이번 시즌을 얼마나 많이 봐주시고 좋아해 주시는지에 달린 것 같다.
클렝커 맞다. 시즌이 공개되고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는 예상할 수도 없다. 전 시즌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덕에 시즌 2, 시즌 3이 제작됐고, 다음 시즌도 그럴 거다.
글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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