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를 휘감은 지도 2년이 되어 간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이 무시무시한 질병과 나란히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예전처럼 국내나 해외의 먼 곳으로 훌쩍 떠나기엔 많이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시국에서 더욱 우울해지기 쉬운 연말을 극복하는 데에는 역시 넷플릭스 정주행이 제격이지 않을까? 지금 서 있는 현실과 달라 낯설고 두렵지만, 또 그런 만큼 한 번쯤은 땅을 밟고 공기를 마셔 보고 싶은 매혹적인 세계를 찾아서.
에밀리, 파리에 가다 (Emily in Paris)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는 주연 배우 릴리 콜린스의 발랄함과 더불어 예술의 도시 파리가 품은 씁쓸한 낭만이 양념처럼 진하게 배어 있다. 상사의 대타로 프랑스 마케팅 회사에 전근을 온 에밀리의 꿈과 희망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1화부터 와장창 깨져 버린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냉정한 리얼리즘이 판타지 같은 로맨스와 버무려지면서부터 비로소 빛을 발한다. 까칠하고 때로는 냉혹하기까지 한 직장 동료 및 고객들에게 치여 살면서도 늘 사랑과 우정을 갈구하는 에밀리, 그리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파리의 풍경은 삭막한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을 마지막화까지 보듬어 준다. 마침 오는 22일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2가 공개될 예정이니 랜선 여행을 떠나기에 이보다 적절한 시기도 없다.
엘프들 (Elves)
넷플릭스의 덴마크 오리지널 <엘프들>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동심 파괴용 호러 시리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조용한 외딴섬으로 휴가를 온 4인 가족이 숲에서 만난 미지의 생물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휘말리는 것이 줄거리다. 이 생물들은 요정(엘프)이라 불리지만,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를 보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살육하는 존재다. 따라서 <피터 팬>의 팅커벨,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처럼 귀엽거나 선한 요정을 떠올리면서 시청하다 보면 십중팔구 멘붕이 오니 주의할 것. 6부작에 에피소드당 러닝타임도 20~30분이라 부담 없이 보기 좋다. 드라마의 배경인 덴마크의 울창한 숲은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산책 또는 캠핑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주기도 한다.
타임리스 (Timeless)
NBC <타임리스>는 역사학자 루시, 군인 와이엇, 프로그래머 루퍼스가 과거로 돌아가 미국의 역사를 바꾸려는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시간여행 드라마다. 스토리상 전쟁, 요인 암살, 사회 운동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이 펼쳐지는데, 이들 3인방의 목적은 범죄자의 개입으로 인해 새로운 시간대에서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역사와의 차이가 최소화되도록 막는 것이다. 특히 시즌 1의 빌런이자 모든 사건의 발단인 가르시아 플린은 시간선을 끊임없이 어지럽히면서도 목적을 위해 선역 팀과 연합하는 등, 예측 불가능하고 복합적인 카리스마를 풍긴다. 2018년 시즌 2를 끝으로 아쉽게 캔슬되긴 했지만, 역사 덕후들에게는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지 않고도 넷플릭스로 즉시 역사 탐방을 떠날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작품이다. 심지어 시즌 2 피날레 11~12화에선 6·25전쟁의 흥남 철수 작전에 침투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를 포함한 피난민들을 구해야만 하니, 주인공들의 사투와 한국의 현재를 (어디까지나 재미로)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엔딩이 예상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아우터 뱅크스 (Outer Banks)
틴에이저 시리즈에 강한 넷플릭스의 또 다른 대표작 <아우터 뱅크스>는 부유층(쿡스)과 노동자 계층(포그스)이 공존하는 아우터 뱅크스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물이다. 주인공 존 B를 필두로 한 포그스의 10대 청년들이 침몰한 배에 남겨진 보물을 찾으려다 온갖 비밀과 위험에 맞닥뜨리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다. 하지만 나름 청춘물인 만큼 사랑과 우정으로 인한 번뇌가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차지한다. 실제 휴양지로 유명한 아우터 뱅크스가 극중에서는 계층 간 갈등의 온상이라는 설정이 사실적이면서도 참신하다. 게다가 주요 배경이 바닷가이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시원시원한 패션은 물론, 배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등의 짜릿한 액션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첫 시즌부터 화제를 모은 <아우터 뱅크스>는 시즌 2 공개 후 4주 연속 전 세계 TV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얼마 전 시즌 3 제작이 확정되어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타이드랜드 (Tidelands)
호주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이드랜드>는 판타지가 결합된 범죄 스릴러로,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어촌 오펄린 베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캘은 살인죄로 10년 동안 복역 후 출소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에게 남은 건 주변의 따가운 시선뿐이다. 이후 캘은 타인의 혐오보다 몇 배는 위험한 타이드랜더(바다의 생명체 사이렌과 인간의 결합으로 탄생한 혼혈 종족)들과 얽히면서 자신의 죄와 관련된 잔혹한 진실을 마주한다. 극이 끝으로 치달을수록 다량의 피와 음모가 난무하지만, 화면에 담긴 호주 해변의 풍광은 그러한 긴장감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엘사 파타키가 캘과 대척점에 선 타이드랜더의 여왕 에이드리엘 역을 맡아 펼치는 악역 연기도 매력적이다. 아쉽게도 2018년 이후 아직까지 <타이드랜드> 시즌 2의 제작 여부가 발표된 바 없어, 시즌 1에서 미처 풀리지 않은 떡밥들이 영영 남아 버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에그테일 에디터 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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