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주연의 <여교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관객 반응이 뜨거운지는 아직 모르겠다.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예매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포털 검색창에 '여교사'를 입력하면 '파격', '치정', '베드신', '노출', '도전', '복수' 등의 단어를 총동원해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가 자극적이면서 논란의 소지도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여교사>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볼까 한다.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여자
1. 비정규직 VS 금수저

<여교사>의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 효주(김하늘)를 두고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여자"라고 소개한 바 있다. '생존'이라니, 전쟁 영화도 아니고 무슨 뜻을 담고 있는 캐릭터인지 궁금해진다. 해답은 주인공의 신분에 있다. 효주는 남자 고등학교에 비정규직 교사로 몇 년째 근무 중이다. 선배 교사가 출산 휴가를 떠나게 되어 임시로 담임까지 맡게 되면서 은근히 정규직 TO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이사장의 딸인 혜영(유인영)이 낙하산 정교사로 부임하게 되면서 효주의 정교사 전환이 위태로워졌다.

효주에게 정교사 전환은 '생존'의 다른 말이나 다름없다. 특별히 교사로서의 자질이 뒤떨어지지도 않는데 새로 부임한 이사장 딸에게 이유 없이 밀린 셈이다. 이유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새로 부임한 혜영이 예쁘고 나이도 어린데다 부모가 이사장이기 때문이라면 이유일 수 있다. 다른 교사들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눈치다. 게다가 효주와 달리 혜영은 성격도 좋아서 교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건 시간문제다. 매사에 꼼꼼하고 빈틈없는 효주의 모습은 '노처녀 히스테리'로 해석될 여지마저 남겨놓을 정도다. 영화는 이렇게 혜영의 예쁜 모습을 효주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효주는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효주는 혜영의 결정적인 약점까지 알게 된다. 영화의 기본 캐릭터 구도가 이렇다 보니 시작부터 계급 문제가 부각된다. 별로 가진 것 없는 효주가 모든 걸 다 가진 혜영을 미워하는 꼴이 된다. 자, 이제 영화는 효주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대립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팽팽하게 맞서는데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여자가 열등감이라는 감정에
속아 어디까지 갈 수 있나
2. 다 가진 여자

김태용 감독은 이 영화의 전개를 두고 "여자가 열등감이라는 감정에 속아 어디까지 갈 수 있나"라고 표현한다. 새로 부임한 이사장 딸이자 후배면서 자기보다 먼저 정교사가 된 혜영을 시기하는 건 출구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 효주가 혜영을 내리누를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영화는 효주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든다.

관객들은 효주의 눈을 통해서 온갖 예쁜 척은 혼자 다 하는 혜영의 모습을 보게 될 텐데, 그렇다면 효주가 혜영을 시기하는 건 어리고 예뻐서일까. 아니면 집안이 좋아서일까. 나이가 많은 여자가 젊고 예쁜 여자에게 갖는 열등감일까? 아니면 혜영의 아버지가 이사장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열등감일까. 영화는 마치 효주의 인내심 테스트를 하듯 다양한 혜영의 모습을 보여준다. 혜영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관객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여교사>의 파격적인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른다. 문제적 여자, 혜영이야말로 이 영화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


3. 삼각관계

아침 드라마(?)로서 갖춰야 할 소위 말하는 '막장'의 요소 중 하나인 삼각관계가 빠질 수 없다. 심지어 그 대상이 나이 어린 제자다.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효주와 혜영 사이에 재하(이원근)라는 예체능 특기생이 끼어든다. 왜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느냐고 울먹이는 혜영과 그런 혜영의 모습 뒤에 감춰진 얼굴을 쏘아보는 효주 사이에서 재하는 어떤 사건을 불러일으키게 될까. 이 영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다.


치정극의 탈을 쓴 드라마
4. 치정 지수, 100점

김태용 감독은 <여교사>가 "치정극의 탈을 쓴 드라마"라고 말했다. '치정극'의 사전적 정의는 남녀 간의 사랑으로 생긴 온갖 어지러운 정에 의해 벌어진 좋지 않은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 치정극 안에서 캐릭터의 역학 관계는 두 가지로 전개될 수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효주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젊고 어린 제자와의 고귀한 '사랑'을, 모든 걸 다 가진 혜영이 거꾸로 시기해서 다 부숴버리는 전개일까. 아니면 젊음도 부모도 다 가진 혜영이 '사랑'까지 누리고 있는 걸 질투한 효주가 그들이 누리는 모든 걸 망가뜨리는 것일까. 무엇을 상상하든 '막장'까지 치닫는 복수극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여자의 복수극' 말이다.


여성이 주체
5. 논란 일으킬 제목, '여'교사

이 영화는 만삭의 '여교사'가 진통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여성' 캐릭터가 굉장히 중요한 영화라는 것을 시작부터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왜 하필 남자 교사도 시기하고 복수할 수 있을 텐데 여교사의 이야기를 다뤄야 했을까. 제목이 갖는 의미의 힌트는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여교사'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더욱 복잡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이 땅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 같은 주제 말이다. 그런데 영화가 중요하게 묘사하고 있는 '여교사'의 모습, 그러니까 효주와 혜영의 외모나 성격, 행동 등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여교사>가 사람들이 애써 감추고 싶었던 진짜 욕망을 파격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인지, 혹은 시대착오적인 '여교사'의 판타지를 소비하고 마는 영화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앞서 이야기한 이 영화의 중요 포인트 안에 담겨 있다. 배우들이 어떤 노출 연기를 감수했는지 등은 중요한 게 아니다. 어쩌면 영화를 보기 전에 가졌던 호기심이나 편견 등을 모두 공격하는 영화일지 모른다. 당신이 상상하는 '여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이 끔찍한 복수극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관객들이 갖고 있는 온갖 선정적인 편견에 제대로 복수하는 영화일까. 극장에서 판단해보자.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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