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피치 공주님 캐릭터는 예쁘게 잘 뽑혔다

부활절, 그리고 달걀

부활절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다시 살아남을 찬양하는 날이다. 대부분 교회에서는 춘분 당일 혹은 그 직후 보름달 이후 첫 번째 일요일로 정하고 있으며 올해는 4월 9일이었다. 그날이 되면 기독교인들이 예쁘게 장식된 삶은 달걀을 먹거나 주변에 나누어주는 풍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계란을 이스터 에그(Easter egg, 부활절 달걀)라고 부른다. 이러한 풍습의 기원에 대해서는, 겉보기엔 생물이 아니나 생명을 품고 있는 계란이 '부활' 그 자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앵글로색슨의 신화에 나오는 봄의 여신인 에오스트레(Ēostr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봄 또한 생명이 새롭게 태동한다는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리라.

독일에서는 16세기부터 부활절에 계란 찾기를 하는 전통이 있었다. 마틴 루터는 회중을 위해 교회에서 부활절 달걀 찾기를 했고 거기서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숨겨둔 계란을 찾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부활절은 예수를 찬양하는 동시에 계란을 찾는 '놀이'를 하는 날인 것이다.

부활해야하기 때문에 유정란을 사용한다. 그러면 날계란을 먹어야 하지 않나..?

게임 용어로서의 달걀

그런데 게이머들에겐 이스터 에그가 부활절 달걀의 의미만큼이나 게임용어로서 익숙하다. 의미를 풀자면, 달걀 찾기 놀이를 위해 숨긴 부활절 달걀처럼 게임 프로그램 내에서 개발자가 장난치듯 숨겨놓은 장치를 의미한다. 이런 것은 비단 게임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은 원작이 있는 게임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기 때문에 찾아볼 수 있는 이스터 에그가 가득하다. 건담이나 아이언 자이언트는 너무나 유명해서 '찾는다'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게임계에서 최초로 이스터 에그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아타리 2600'도 이스터 에그로서 등장한다. 아는 사람들에게만 보이지만, 만약 이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면 흥분을 제공하는 놀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쥬라기 월드>(위)의 이스터 에그. <쥬라기 공원>(아래)의 지프와 넘버가 같다. 알수록 더 많이 즐기는 것이다. (출처=레딧)


어떤 회사의 노동 착취

실제로 1970년대에 미국을 지배하던 게임 회사의 이름은 아타리(Atari)였다. 당시 게임 업계는 경쟁이 치열했고, 산업스파이가 판을 치거나 경쟁사의 인력을 빼가는 일이 흔했다. 그래서 지금과는 다르게 게임에 참여한 사람의 목록을 공개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그러니 흥행 게임을 만들었을지라도 흔적이 없으니 자신이 만들었다는 증명을 할 수가 없었고, 로열티 또한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78년도에 부임한 신임CEO는 개발자들을 천대하여 많은 개발자를 내쫓기도 했다. (그들은 외부에서 액티비전을 설립했고 먼훗날 <콜 오브 듀티> 같은 명작을 만들어냈다)

세계 최초의 이스터 에그

여기에 직원이었던 워렌 로비넷이 반기를 들었다. '어드벤처'라는 제목의 어드벤처 장르 게임에 버그를 이용해 이스터 에그(당시엔 이런 용어 자체가 없었다)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막상 알아내면 매우 쉽지만, 모르는 사람이 찾기에는 꽤 어려운 이스터 에그로 게임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뜨도록 장치했고 모두에게 비밀로 했다. 그런데 게임이 백만 개나 팔린 후 워렌 로비넷의 이스터 에그가 발견되었고, 덕분에 경영진들은 뒤집어졌다.

그런데 당시 개발부 매니저는 불려나간 곳에서 이것은 마치 부활절 달걀(Easter egg)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찾는 재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게임에도 이런 요소를 적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아타리 경영진은 이미 퇴사한 워렌을 처벌할 수 없었고, 결점을 처리하기엔(당시엔 패치 수정이 불가능하니 방법은 리콜뿐이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기에 내버려 뒀다. 실제로 유저들은 이렇게 숨은 장치를 찾아내는데 열광했다. 심지어 개발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들어간, 일종의 버그를 발견해서 회사에 신고해주는 착실함까지 발휘했다. 이윽고 이런 이스터 에그의 요소는 게이머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주었고, 개발자들에겐 또 다른 열정을 지피게 해주게 됐다.

실은 아타리의 '스타십 1'이라는 게임이 더 오래된 이스터 에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드벤처'는 최초로 발견된 이스터 에그로 대접을 받고 있다.


37년 세월의 집대성

게임 '슈퍼 마리오'는 게임회사 닌텐도를 통해 1985년에 처음 발매됐다. 38년의 세월을 맞이하며 무려 21개의 게임 타이틀을 탄생시킨 무적의 게임 컨텐츠인 것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들을 한데 모아 극장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023)가 탄생했다.

개연성에 대한 어떤 지적

원작 또한 게임이기에 이스터 에그가 있다. 극장판 또한 그러한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이스터 에그로서의 장치들이 곳곳에서 활용한다. 사실 이번에 만들어진 극장판은 그러한 이스터 에그를 선사하기 위한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이식작을 포함하면 37개나 되는 마리오 타이틀과, '동키콩 컨트리' 시리즈 등처럼 마리오 관련 캐릭터가 등장하는 닌텐도의 인기 컨텐츠들이 속사처럼 등장하여 과거의 그 어떤 컨텐츠보다 더 많은 부활절 달걀과 '찾는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제작 의도와 타겟 관객층이라 할 수 있다. 본디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팬이거나 혹은 12세 이하의 관객들이 즐길만한 단순하고 단선적인 요소가 많다. 실제로 그러기 위한 기획의도는 꽤 성공적으로 영상화된 듯하다. 월드 와이드 흥행 성적 8억 불을 넘게 벌어들였고,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으니까.

그런데 각종 별점 사이트를 보면 너무 단순한 스토리에 빠른 전개와 유치한 캐릭터에 실망감이 표하는 평이 꽤 눈에 띈다. 개연성의 이야기를 하며, 뜬금없이 등장하는 펭귄 제국의 눈싸움이나 이세계로 안내하는 워프 토관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펭귄 씬은 닌텐도 스위치에서 발매됐던 '슈퍼 마리오 디럭스'의 한 스테이지를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흐르는 배경음악 또한 끝판왕 쿠파를 상대할 때 흐르는 BGM이다. 그리고 거기에 '슈퍼 마리오 64'에 등장하는 펭귄들이 나와서 게임상의 실제 아이템인 별을 얻을 수 있는 기믹을 그대로 가져왔다. 쿠파 또한 피치의 왕국을 공격하려면 무적 별 아이템이 필요할테니 말이다.

브루클린 하수구 내부에 보이는 1-2 표지판은 '슈퍼 마리오 3'의 1-2 스테이지에서 엑스트라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버그가 있는 곳을 형상화 한 것이다. 즉, 예상하지 못한 곳에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는 차원의 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이곳을 통과하게 되면 1-3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가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 5-1로 넘어가는 이스터 에그가 발휘된다. 영화는 전개상에서 게임의 이런 이스터 에그를 이스터 에그화 한 것이다.

원래는 왼편 토관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버그로 인해 화면을 넘어간다.

극장판을 보는 어떤 관점

이런 요소를 즐기기 위해 복습을 권장하지는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가야 할 사전 정보가 많이 필요할수록 좋은 관람의 형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추억의 밀도는 시간과 경험의 압착으로 조리되는 발효음식 같은 것이기 때문에 순식간에 습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이 정도 서사도 즐길 수 있는 어린 관객과, 지난 시절의 회고를 간직한 사람들의 향수만을 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 게임 컨텐츠를 이용했다기보단 게임 그 자체를 영화로 옮기기 위한 지점이 훨씬 큰단 것도 올바른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완성되고야 마는 추억의 힘은 너무나 강력하다. 때론 영화를 판단하는 정론적 요소만큼이나, 이번 콘텐츠의 타겟층이 기대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도 작품 제작 혹은 감상의 한 갈래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