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에 개봉한 <유전>6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한 아리 에스터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그는 엄마가 아들의 삶에 끼어드는 이야기 <문하우젠>, 아들이 아버지를 괴롭히는 <더 스트레인지 띵 어바웃 더 존슨즈> 등 가족의 이면을 그린 단편들로 천재적인 재능을 선보였습니다.

<유전>20181월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받은 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는데요, 그들은 <유전>을 <로즈메리의 아기>와 <샤이닝>과 같은 영화들과 비교하며 에스터를 자신의 세계가 있는 독창적인 감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은 아리 에스터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유전>의 관람 포인트 4가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면 알수록 더욱 소름끼치는 그레이엄 가족의 이야기,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View Point 1. 왜 '유전'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까?

그는 본인의 가족들이 겪었던 사건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곤 했습니다. 그의 전작들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착안했죠. 그는 호러를 위한 호러에 집중하기보다 '가족관계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트라우마에 대해 고찰했으나 그것이 점차 악몽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하며, 가족과 공포라는 장르를 엮었습니다.


에스터 감독은 3년 넘게 가족들과 가혹한 시련을 겪었고,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구상했습니다. "안 좋은 일들이 정말 끊임없이 일어나서 '우리 가족은 근본적으로 저주를 받은 게 분명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늘 개인적인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저주받은 가족'이라는 데서 소재를 착안해서 각본을 썼고, 그것을 공포영화라는 장르 속에 녹여낼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나는 슬픔이 어떻게 사람들의 유대를 끊는지, 그리고 트라우마가 어떻게 사람을 완전히 변화시키는지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슬픔이 사람들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영화는 많습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공유하고, 그 과정 속에서 유대가 싹트는 것이 슬픔을 다루는 기존의 영화 방식입니다. 처음엔 다투더라도 결국 슬픔과 공포 앞에서 사람들은 유대하고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갈 거라 예상합니다. 하지<유전>에서 주목한 것은 유대의 강화가 아닌, 유대의 단절이었습니다. 그레이엄 가족은 처음부터 서로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상태에서 죽음은 그들의 미약했던 유대를 끊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영화가 끝날 무렵엔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완벽히 낯선 사람이 되고 맙니다.

 

동시에 그는 '가족'이라는 선택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관계에서 오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유전>'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것'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지, 가족의 내력은 무엇인지 간에 자신이 선택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 대한 공포다"라며 작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유전>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주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View Point 2. 디테일에 집착하는 감독, 아리 애스터

스터 감독은 모든 촬영에 앞서 항상 샷 리스트부터 구성을 한다고 합니다. "촬영 목록이 완성될 때까지 팀원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드러냈죠. 카메라 워크는 굉장히 부드럽게 흘러가지만, 거리를 지키며 관찰적으로 촬영해 보는 이를 어쩔 수 없는 공포에 잠식시킵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톤은, 표현하기 어렵지만…….팀원들에게 종종 영화에서 악의가 느껴져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영화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오프닝의 '인형의 집'입니다. 완벽하게 짜인 인형의 집에서 실제 집으로 연결될 때 관객은 숨을 천천히 조이는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포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삐걱이는 바닥, 깨진 유리창 등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에스터 감독이 관객들이 <유전>을 공포영화이기 이전에 가족드라마로 보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영화의 중요한 흐름을 담고 있는 축소 모형은 시각효과를 담당한 스티브 뉴번이 디자인과 제작까지 담당해 많은 방과 복도, 러그, 벽지, 작은 장식품 등 복잡하면서 독특한 실내 장식까지 실제 세트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축소시킨 모형을 탄생시켰습니다디테일을 추구했던 에스터 감독은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미니어처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큰 과제가 있었다."라고 답했습니다

모든 걸 설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구의 배치, 집구조 설계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각 방에는 어떤 식물이 있어야 할지, 창문 위에는 어떤 커튼을 놓을지까지 하나하나 결정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차곡차곡 쌓아하는 것이죠. "촬영 마지막 주에 미니어처 집과 관련된 모든 것을 촬영했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 촬영 날 미니어처 집이 완성되었다."그간의 고생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View Point 3.<유전>은 고전 6, 70년대 고전 영화와 닮아 있다.

<유전>은 가정사를 오페라 풍의 공포 이야기로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6, 70년대 고전 영화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실제로 감독은 공포영화이기 이전에 가족드라마로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하며 <유전>은 단순히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가족의 비극'을 다룬 영화라고 영화의 장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영화의 장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팀원들에게 참고하라고 준 영화들은 대부분 호러가 아니었다. 마이클 리의 작품인 <비밀과 거짓말>, <전부 아니면 무> 그 중 하나였다. <지금 보면 안돼>는 중요한 참고 자료였다. 또 <로즈메리의 아기><유전>의 기준이었다. <공포의 대저택>은 사랑한다."고 전하며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세대 가족이 죽음과 정신질환, 정서적 폭력 문제를 겪는 가슴 아픈 드라마의 핵심 주제를 결합한 후 이 주제를 공포 장르에 맞게 새롭게 변형하여 가족의 비극을 넘어선 또 하나의 소름 끼치는 공포영화를 완성시켰습니다

(왼) 전부 아니면 무(2002) / (오) 로즈메리의 아기(1968)
(왼) 지금 보면 안돼(1973) / (오) 공포의 대저택(1961)

촘촘하게 엮인 복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주할 수 있는 충격적인 결말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리를 쉬이 뜨지 못하게 만듭니다. 해소되지 않은 기이함이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며 영화가 끝나고도 그로테스크한 상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요소가 적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낄 수 있으나 인간의 심리,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클래식한 오컬트를 좋아한다면 <유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View Point 4. 미친 연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정적인 영화를 이끌어 가는 건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특히 토니 콜렛의 폭주하는 연기는 공간을 압도합니다. 개미가 살점을 조금씩 갉아 먹듯, 천천히 광기에 물들어 가는 엄마, 애니의 모습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합니다. 마치 그 광기가 나를 향하는 것 같은, 심리적으로 너무도 가까운 분노는 관객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고 그녀의 작은 행동에도 겁을 먹게 합니다. 애니의 행동들은 영화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고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장면조차 두렵게 느껴집니다.


스터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토니 콜렛이 거의 일주일 동안이나 미친 듯이 울어댔고, 나는 그 장면을 가장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대답하며 그녀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식스 센스>의 토니 콜렛, <유주얼 서스펙트>의 가브리엘 번이 주연을 맡았죠.스터 감독은 이번 캐스팅에 "개인적으로,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본 배우들과 일하는 것은 꿈만 같았다. 그들은 정말 대단했다."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토니 콜렛'
냉기가 감도는 전반부와 타는 듯한 후반부 모두를 이끌어 간다

할리우드에서 주목 받는 신예 배우들의 등장 또한 눈길을 끕니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로 떠오르고 있는 신예 알렉스 울프는 뉴욕에서 진행된 오디션을 통해 '피터' 역에 캐스팅 되며 불안한 고등학생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냈습니다.


피터 역의 '알렉스 울프'

스터 감독은 "피터는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그 장애를 연기하는 것보다 최악은 없기 때문이다."며 피터의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음을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알렉스 울프는 자신을 내던져 연기를 하며 배역에 완전히 몰입했습니다. 그는 두 달 동안 피터였고, 감독은 그 동안 알렉스 울프가 아닌 피터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습니다.

사회공포증을 앓고 있는 딸 '찰리'역을 맡은 밀리 샤피로는 <유전>을 통해 스크린에 처음 데뷔했습니다. 데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녀는 속을 알 수 없는 소름 돋는 연기를 하여 존재감을 드러냈죠. 감독은 그녀를 "당신이 만나게 될 가장 잘 훈련된 여배우"라고 칭했을 정도로 샤피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우리는 사실 찰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밀리가 오디션 장으로 들어오면서 모든 게 선명해졌고, 그녀는 찰리 역을 맡았다. 밀리의 연기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습니다. 

찰리 역의 '밀리 샤피로'

그녀의 독특한 마스크는 '분장인가?' 싶을 정도로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집니다. 16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표정만으로 관객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대사가 적은 편이지만 그녀는 눈빛과 행동 만으로 <유전>을 공포영화로 만들기 충분합니다.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 밀리 샤피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유전>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서 오는 공포를 이야기합니다. 가족을 선택할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시 받아들여지지만 아리 에스터 감독은 그 당연한 생각을 비틀어 '가족관계의 함정'을 이야기합니다. 선택할 수 없기에 더욱 무력해지는 운명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좌절감을 그는 클래식한 오컬트로 풀어냈습니다. 감독의 실제 경험을 통해 더욱 사실적으로, 냉담하게 풀어낸 가족의 이야기는 이번 여름을 서늘하게 만들 예정입니다. 

유전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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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