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5>에 남긴 박평식 평론가의 20자평

항상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만 이야기할 것 같은 영화평론가들이지만 그들도 유머를 안다. 때로는 영화보다 더 웃긴 20자평을 남겨 영화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대가들이다. 점수 짜게 주기로 유명한 ‘소금왕’ 박평식 평론가가 이번에 또 한 번 ‘레전드’ 한 줄 평을 남겼다.

그래서 준비한 평론가별 레전드 20자평!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평론가와 자신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겐 명작인 영화가 누군가에겐 망작일 수도 있다. 그러니 좋아하는 영화에 악평이 달리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길 바란다. 60억 인구에겐 60억 개의 취향이 있으니까.

*영화 한줄 평은 네이버, 왓챠에서 참고하였습니다.

택시 5

감독 프랑크 가스탐비드

출연 프랑크 가스탐비드, 말릭 벤탈라, 베르나르 파시

개봉 20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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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활용형

영화 제목을 활용해 20자평을 하는 방식은 대부분 단호한 것이 특징이다. 많은 레전드 20자평이 이 유형에서 나왔으며 박평식 평론가의 특기이기도 하다. 단호박을 100개쯤 먹은 것 같은 그의 평은 시베리아처럼 차갑다.

<맨홀>
맨홀 대신 그의 뚜껑이 열려 버렸다.

<맨홀>(2014)은 맨홀 속에 사는 사이코패스 범죄자와 사투를 벌이는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맨홀을 소재로 삼아 일상 속에 공포를 집어 넣으려는 시도였다. 결과는 처참하게 실패.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전개, 억지 설정 등으로 <맨홀>은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박평식 평론가 역시 한 마디 남겼다.

맨홀

감독 신재영

출연 정경호, 정유미, 김새론

개봉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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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요 미스콜>. 공식 예고편의 일부분이다. 절대 길거리 광고 전단지가 아니다.

섹시 코미디 영화 <나가요 미스콜>(2014)은 제목만 봐도 대충 어떤 영화인지 감이 온다. 과거 강남 화류계의 에이스 4인방은 고된 생활에 지쳐 전북 진안으로 떠난다. 그들은 그곳에서 주특기를 살려 미스 콜 다방을 연다. 104분 동안 이 영화를 본 박평식 평론가는 잠시 정신이 아득해진 모양이다. “나가라”란 그의 말에서 진심이 엿보인다.

나가요 미스콜

감독 한동호

출연 최종훈, 한규리, 윤송아, 태우, 유선영

개봉 201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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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와 잤을까?>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는 남학교에 온 교생 엄지영(김사랑)이 학생과의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엄지영과 관계를 한 학생을 추리해나가는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면 누구와 잤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섹시함을 어필하지만 매력이 없어 보는 내내 민망해지기만 한다. 박평식 평론가는 제목을 활용해 영화를 비꼬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 더 차가운 이가 있으니, 바로 이동진 평론가다. 진심으로 화가 난 듯 보이는 그의 말에서 찬바람이 불어 온다. 글만 읽어도 차가운 느낌이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

감독 김유성

출연 김사랑, 박준규, 이혁재, 하하, 하석진

개봉 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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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형

시리즈형은 다른 영화지만 비슷한 평을 남기거나 다른 영화와 이어지는 평을 남기는 유형이다. 주로 시리즈물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B·D·S·M(결박·구속·사디즘·마조히즘)을 가미한 영화다. 19금 소재를 전면에 드러낸 영화지만 많은 이들이 섹시하지 않은 19금 영화라 평하며 혹평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별 하나 반을 주며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내심이 너무 커서 문제.

후회 뿐이었다. 그는 속편 <50가지 그림자: 심연>(2017)에 후회가 잔뜩 묻어나는 평을 남겼다. 별점도 반 개를 깎아 하나를 준 건 덤이다. 참고로 별 하나는 이동진 평론가의 최하점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감독 샘 테일러 존슨

출연 다코타 존슨, 제이미 도넌, 제니퍼 엘, 루크 그림즈

개봉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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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 그림자: 심연

감독 제임스 폴리

출연 다코타 존슨, 제이미 도넌

개봉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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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4>

한때는 잘나갔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악평을 듣는 <쏘우> 시리즈도 예외일 순 없다. 점수를 짜게 주기로 유명한 소금쟁이 박평식 평론가는 역시나 점수에 소금을 잔뜩 뿌리며 점수를 낮게 줬다.

상상력에 톱질을 하고 싶다며 <쏘우 4>(2007)에 분노를 표출한 그는 <쏘우 5>(2008)에서 분노를 넘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버티고 또 버티던 그는 결국 <쏘우 - 여섯번의 기회>(2010)에서 폭발하고 만다.

<쏘우 - 여섯번의 기회>에서는 철학이 완전히 사라지고 살인을 위한 살인만이 남는다. 병이 있단 걸 알면서도 흡연을 한 게 죄라서 사람을 잡아 오는 직쏘의 모습에서는 과거의 카리스마를 찾아 볼 수 없다. 평론계 소금쟁이 박평식 평론가도 직쏘의 행동에 질린 모양이다.

“김종철씨, 제발 이런 영화 보러 가자고 하지 마세요”

번외로 이용철 평론가는 <쏘우 - 여섯번의 기회> 20자 평에서 김종철 평론가를 소환했다. 갑자기 자신을 탓하는 그에게 김종철 평론가는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

그도 <쏘우 - 여섯번의 기회>를 지켜주진 못했다.

쏘우 4

감독 대런 린 보우즈만

출연 토빈 벨, 코스타스 맨다이어, 스코트 패터슨

개봉 200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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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5

감독 데이빗 해클

출연 토빈 벨, 스코트 패터슨, 코스타스 맨다이어, 줄리 벤즈

개봉 200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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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 여섯번의 기회

감독 케빈 그루터트

출연 토빈 벨, 코스타스 맨다이어, 쇼니 스미스, 마크 롤스톤, 벳시 러셀, 피터 아우터브릿지

개봉 20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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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형

관망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는 게 포인트다. 남의 일인 것처럼 침착하게 말하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노골적인 분노가 느껴지진 않는다. 제목활용형이 직접적인 분노라면, 이 유형은 차가운 분노 혹은 관망이다. ‘너무 별로여서 화가 난다’라기 보단 ‘도대체 어느 정도인걸까’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유형의 강자는 이동진 평론가다. 특유의 차분한 톤이 20자평의 맛을 더 살려준다.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2005)는 <가문의 영광>(2002) 후속작으로 조폭 집안이 엘리트 며느리를 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장르는 전형적인 조폭 코미디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본분에 충실해 만족하는 관객도 있는 한편, 너무 뻔한 스토리라 영화적인 재미 자체가 떨어진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동진 평론가는 후자였던 모양이다.

가문의 영광

감독 정흥순

출연 정준호, 김정은, 유동근, 성지루, 박상욱

개봉 200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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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

감독 정용기

출연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

개봉 200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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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부일체>
“극중 머리 때리기 114차례. (‘연타’가 워낙 많아 틀릴 수 있음)”

<두사부일체>(2001)의 속편인 <투사부일체>(2006)는 윤리 교생으로 학교에 간 조폭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조폭 코미디이다 보니 당연히 머리 때리는 장면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투사부일체>는 조금 많았던 모양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를 보며 머리 때리는 횟수를 셌다. 친절하게 오차도 있음을 밝혔다. 이동진 평론가와 조폭 코미디 장르는 서로 맞지 않는 듯 하다.

두사부일체

감독 윤제균

출연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오승은, 송선미, 박준규

개봉 20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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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사부일체

감독 김동원

출연 정준호, 김상중, 정웅인, 정운택

개봉 200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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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리얼>(2017)은 놀라운(!) 연출로 이동진 평론가마저 흔들어 놓았다. 모두가 <리얼>의 충격에 허우적 거리던 당시, 그는 호기심에 못 이겨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결과는 ‘레알’이었던 걸로 확인. 수많은 재미 없는 영화들을 포장해온 김경식마저 “영화를 보고 나면 별점 대신 벌점을 주게 된다는 게 레알”이라고 말했으니 말 다 했다.

리얼

감독 이사랑

출연 김수현, 이성민, 성동일

개봉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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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없음형

순화도, 돌려 말하기도 없이 직설적으로 평하는 방식이 가차없음형이다. 말 그대로 가차 없다. 필요하다면 비속어 사용도 감행하는 대담함도 보인다. 이 유형은 박평식 평론가와 이용철 평론가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패션왕>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와 같은 날에 개봉한 <패션왕>(2014)은 키치하고 독특한 유머 코드로 관객들에게 접근했지만 관객들은 그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원작의 유머 코드를 살리긴 살렸는데 묘하게 살렸다. 옷에서 빛이 나는가 하면 원호(안재현)와 혜진(박세영)이 등장할 때 등 뒤로 태양이 타오르기도 한다. 이용철 평론가가 보기엔 다소 유치했을 수도 있다. 그는 가차 없이 <패션왕>에 혹평을 남겼다. 

패션왕

감독 오기환

출연 주원, 최진리

개봉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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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마이클 베이가 연출을 맡았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부어 완성도 높은 CG를 선보였으나 엉성한 스토리로 인해 혹평을 받았다. 마이클 베이는 이 영화로 제38회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속편상, 최악의 감독상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 심각한 캐릭터 낭비로 인해 트랜스포머들은 고철이 돼버렸다. 이용철 평론가는 진심으로 더 할 말이 없는 듯 하다.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마크 월버그, 로라 하드독, 조쉬 더하멜, 안소니 홉킨스

개봉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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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형

레전드는 악평에만 있지 않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느낌을 잘 살려 레전드가 된 평들도 있다. 무수히 많은 영화의 아름다움을 20자 안에 녹여낸 모습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여름이 지나가길 바랐던 난, 계절이 끝났을 때 울고 있었네”
“온 우주가 합심해 사랑을 가르쳐준 그해 여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와 올리버(아미 해머)가 만났던 여름 날을 그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이탈리아 여름 햇살과 같은 영화였다. 그 햇살이 이용철 평론가도 녹인 듯 하다. 마치 시의 한 구절 같은 그의 20자평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다시 보는 느낌을 준다. 감각적인 평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김혜리 기자의 20자평 역시 두 사람 위로 쏟아져 내렸던 여름 햇살 같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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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이동진 평론가의 평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인사이드 르윈>(2014) 20자평이다. 추운 뉴욕의 겨울, 가난한 뮤지션 르윈(오스카 아이삭)은 기타만 맨 채 지인들의 집을 전전한다. 듀엣을 하던 파트너는 자살을 하고, 앨범 역시 팔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는 시카고에 있는 유명 프로듀서의 오디션 소식을 듣고 참가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반복되는 그의 처연한 삶을 통해 생의 비애를 보여준다. 이동진 평론가의 짧은 이 한 마디는 영화를 관통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인사이드 르윈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오스카 아이삭, 존 굿맨

개봉 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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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감각적인 한 줄 평이 많다. 열 마디 말보다 한 줄 문장이 때로는 더 강한 법. 어떤 이의 한 줄 평이 가장 와닿았는지 댓글에 적어 보자. 문장이 가슴 속에 깊숙이 자리했다면 직접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2004)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아라이 히로후미, 우에노 주리

개봉 2004.10.29. / 2016.03.17.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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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릴리 프랭키,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니노미야 케이타

개봉 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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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2008)

“…애기하나 잡아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 서정주의 시 〈문둥이〉 중
렛 미 인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카레 헤레브란트, 리나 레안데르손, 카린 베그퀴스트

개봉 2008.11.13. / 2015.12.03.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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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에타>(2016)

줄리에타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아드리아나 우가르테, 엠마 수아레스

개봉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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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2016)

캐롤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카일 챈들러

개봉 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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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