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유니버스의 드라마, <DC 타이탄>가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개시했다. 익숙한 캐릭터들도 보이지만, 코믹스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한국 관객들에게는 대부분 생소한 히어로들임에도 여기저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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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콘텐츠든 인기를 얻었다는 건 간단한 인과관계를 거친다. 아무리 화려한 라인업에 돈을 들이 부어도 재미가 없으면 관객은 외면하는 법. <DC 타이탄>은 다소 잔인한 데도 있고, 캐릭터들의 고뇌가 녹아 있는 스토리인 터라 그리 즐거운 내용은 아니다. 말하자면 편하게 켜 놓고 그야말로 'Netflix and Chill'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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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래서, 타이탄즈가 누군데?

드라마 <DC 타이탄>의 멤버는 총 4명으로, 원작보다는 많이 축소된 형태다. 배트맨의 사이드킥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는 '로빈' 딕 그레이슨, '스타파이어' 코리 앤더스, '레이븐' 레이첼 로스, '비스트보이' 가필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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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의 로빈은 배트맨의 사이드킥 역할은 그만둔 상태이며, 딕 그레이슨으로서의 자아와 로빈으로서의 자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스타파이어는 기억을 잃었고 레이븐은 출생의 비밀에 휩싸여 하루아침에 가출청소년이 되었으며, 가필드 역시 넷 중에는 제일 덜하지만 자기 문제만으로도 다들 벅찬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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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딕 그레이슨은 형사가 된 상황.

네 사람 이외에도 로빈의 오랜 친구이자 친구 이상 어드메인 도브와 호크, 원더걸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코믹스 원작의 '틴 타이탄즈'와 '타이탄즈'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이 드라마 전체의 구석구석을 채워주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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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들이 레이븐을 돕기 위해, 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 팀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과정과 그 뒤에 숨겨진 적, 문제 해결까지의 이야기가 총 11편의 <DC 타이탄>을 채우고 있다.


스타일링, 꼭 이래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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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에 포스터 보고서는 잘 될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DC의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DC 유니버스'에서 방영한 바 있고 나름 인기를 끌었기는 하지만...총천연색, 그것도 원색 위주의 컬러 배합에다 충격적인 스타파이어의 외모까지 더해 어쩐지 말해선 안 되는 그 이름, 마블의 <인휴먼스>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신호등…?

사담이긴 하지만 히어로 관련 글을 쓰는 입장에서 ‘업무태만’이라는 먼저 본 친구의 농담에도 브렌튼 스웨이츠가 로빈이란 사실을 몰랐다면 끝까지 안 봤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 정도로 맘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코믹스 버전의 틴 타이탄 코스튬이 그렇다고 엄청 센스가 좋은 건 또 아니지만, 굳이 그렇게 머리 색깔을 텔레토비화했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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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파이어

'스타파이어' 코리 앤더스의 경우 비주얼 논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는데, 구태여 흑인 캐릭터로 바꾸었어야 했느냐 하는 점부터 시작해 아무리 지구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스타일링은 너무하다는 성토가 나왔기 때문이다. 라텍스에 가까운(혹은 라텍스일지도 모를..) 반짝이 의상에 그야말로 빠글펌인 진분홍색 라면머리까지. 떼어놓고 보면 나름 힙할지도 모르지만 풀코스로 보면 좀…. 말을 아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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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보이' 가필드와 '레이븐' 레이첼 로스 역시 소소하게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코리 앤더스와 딕 그레이슨 외에 이 둘은 옷도 안 갈아입는다. 같은 옷이 n벌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고딕풍 혹은 스포츠풍의 스타일링을 할 거였다면 서너벌은 갈아입어 줬으면 안 됐을까?


너무 많은 사건, 너무 많은 캐릭터

DC 유니버스가 할 말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오죽했으면 솔로무비를 다 내놓기도 전에 짜임새도 엉성한 팀업무비를 내놓는다는 이상한 결정을 했을까 싶다. 로빈 혹은 나이트윙, 스타파이어의 솔로 시리즈를 내달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DC 타이탄>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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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 원작에도 캐릭터가 한 두명이 아니니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을 거라는 거, 충분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할 수 있는 수많은 얘기들 중 선택해야만 한다. 누구의 이야기에 비중을 실을 것인지, 전체 시리즈를 관통하는 사건은 무엇이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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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는 다른 드라마의 매력은 아마도, 다양한 캐릭터들의 군상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히어로와 조력자, 히어로를 가로막는 빌런의 구조로 가기 마련인 영화와는 달리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를 좀 더 풀어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 말이다. 하지만 <DC 타이탄>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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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결국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사건은 레이첼의 아버지인 트라이곤의 음모이며, 이 트라이곤의 음모에 의해 네 사람은 물론 주변 사람과 지구의 평화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한 골지다. 하지만 <DC 타이탄>에는 끊임없이 조연과 보조 캐릭터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들이 대중없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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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치면 DLC로 냈어야 맞는 거고 영화로 치면 부가영상 정도로 풀었어야 할 얘기 같은데, 드라마라 너무 여유가 넘친 건지 어쨌는지 정말 중요한 캐릭터들의 메인 스토리가 서브 스토리 전개에 자리를 빼앗긴 느낌마저 든다. 물론 <제시카 존스>처럼 갈등의 감정선을 너무 지지부진해서는 지루해지기 마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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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궁금한 얘기는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후반부에야 밝혀진 코리 앤더스의 정체와 진짜 목적, 레이첼의 더 깊은 이야기와 고민,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어떤 감정선의 묘사 등에 더 집중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11화는 그냥 빼는 게 어땠을까

솔직히 11화 이야기만으로도 2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히는 11화의 초반부가 딱 새 시즌 시작할 때 사건 떡밥 뿌리는 그 프롤로그의 느낌이었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약간의 긴장감을 남기는 엔딩이 아니라, 그냥 전 시리즈에 걸쳐서 간신히 이룩한 현실을 제손으로 깨부수는 느낌. 길게 이야기하면 충실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참겠지만 정말, 굳이 이렇게 난장을 냈어야 했던 것인가. 마치 다음주에 2기가 공개된다는 듯이...


'로빈' 딕 그레이슨....딕 맞아?

딕 그레이슨은 DC코믹스의 오랜 팬들에게 있어 1대 로빈 이상의 캐릭터다. 로빈으로서 가장 고생길을 걸어온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성장의 과정을 거쳐 와 인기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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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타이탄>의 스토리라인에 있어 매우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딕 그레이슨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그 로빈(혹은 나이트윙)과는 꽤 다르다. 배트맨과의 결별이야 원작에서도 있었던 내용이라지만, 범죄자를 처단하는 방식이라든지 선택의 기로에서 택한 방식이라든지가 영 딕 같지가 않다.

키스씬 아님

2대 로빈인 제이슨 토드가 작중에 등장하고, 더 심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의문을 멈출 수 없었다. 그 딕 그레이슨 맞아? 제이슨 토드가 아니고? 게다가 마지막화에서 보여준 모습까지 더하면 정말 로빈을 나름 아껴왔으며 옛날옛적 그 영화 <배트맨과 로빈>에 분노한 적도 있던 필자로서는 절레절레 도리질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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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있다. 자애로운 넷플릭스가 전 시즌을 한방에 공개해주었기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몰아본 바 중반까지는 정말 딴짓 할 시간도 없을 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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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이 쌓여있음에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건 결국 재미있었다는 뜻이 아니고 뭐겠는가! 하지만 후반부는 다른 의미로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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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평을 해야 한다면 ‘대작이라 하긴 어렵고, 망작이라 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재미있는 평작이다’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일단 오랫동안 실사화되지 않았던 로빈을 브렌튼 스웨이츠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도 그렇고, 각 캐릭터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 역시 눈길을 끄는 화려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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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에 합당한 파워풀한 액션도 있었고 심지어는 섹슈얼한 장면도 있다. 필자 역시 이 드라마가 히어로물이 아니었다면(그렇다면 보지도 않았겠지만) 혹은 DC 히어로들에 대해 아예 문외한이었다면 꽤 좋은 평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쉽기만 한 몇 가지를, 그냥 넘기기는 참 어렵다.

이 언니 분량도 아쉽다


<DC 타이탄>은 DC의 공식 스트리밍 플랫폼인 DC 유니버스를 통해 방영된 시리즈다. 정확히는 지난해 11월 1화를 공개했고, 12월까지 총 11화로 1시즌을 마쳤다. DC 유니버스 플랫폼은 아직 한국에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었을 뿐, 아마도 올해 안에는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하지 않겠느냐는 조금 이른 기대를 해 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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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너브라더스는 DCEU 전체에 대해서, 세계관 연계를 통한 작품간의 연결보다는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집중하겠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실사화 작업은 이런 의도를 실현하는 데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저러니해도 <DC 타이탄>은 흥행에 성공했고 2기 제작도 확정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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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DC의 문제라서가 아니라, 해외 드라마들이 대부분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편이고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한다는 사정이 있다 보니 대부분 갈등 구조를 장기간 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하고,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불필요할 정도로 길게 나오기도 한다.

다수의 캐릭터가 메인 캐릭터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런 팀업 작품의 경우에는 더더욱, 각자의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히어로물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DC 타이탄>이 딱 이런 경우였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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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그렇고, DC 계열은 애니메이션은 발랄하게 잘만 만들면서, 왜 실사화만 하면 웃음기 싹 빠지고, 조명은 다른 작품에 비해 한 다섯 개는 끄고 찍은 것 같고, 애들은 다 우울하고 울고 소리지르고 다치고 행복한가 싶으면 바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꼭 그래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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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재 / PNN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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